[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피말리는 순위 경쟁 끝에 극적으로 5위에 오른 SK. 실망감이 가득했던 시즌은 이제 과거일 뿐이다. 지금은 와일드카드에 온 힘을 쏟을 때다. 1차전만 삐끗해도 ‘가을야구’를 마감해야 하는 SK로서는 1차전에 나설 선발투수를 정하는 일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확실한 ‘필승카드’를 내밀어야하는 SK. 1선발 경쟁은, 제각각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닌 켈리(27)-세든(32)-김광현(27)의 3파전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

SK 켈리(좌측), 세든(가운데), 김광현. 스포츠코리아 제공
팀내 QS 1위, ‘안정감’의 켈리

올시즌 11승10패, 평균자책점 4.13을 기록한 켈리는 단순한 성적으로만 따진다면 1선발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승수가 적다고 해서 그의 경기력까지 과소평가 할 수는 없다. 퀄리티스타트만 16차례를 기록한 그는 이 부문에서 팀내 1위를 차지했기 때문.

지난 8월22일부터 9월 13일까지 5차례의 등판에서 4차례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음에도 이 기간 동안 단 1승도 챙기지 못했을 만큼 켈리는 불운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켈리는 팀의 방망이 사정과는 상관없이 안정된 경기력을 꾸준히 이어왔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최근 흐름도 나쁘지 않다. 지난달 19일 인천 KIA전을 시작으로 29일 인천 kt전까지 선발 3연승에 성공했기 때문. 경기력 역시 준수했다. 18.2이닝 동안 5실점에 그쳤기 때문. 가장 최근 경기인 지난 3일 인천 NC전에서는 3이닝 무실점으로 구원승까지 챙겼다.

다만 한 가지 걸림돌이 있다면 쉼 없는 투구 탓에 다른 선발 투수들에 비해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달 29일 인천 kt전에서 87개의 공을 던진 켈리는 3일간의 휴식 뒤, 3일 인천 NC전에서 33개의 공을 던졌다.

5일 동안 120개의 공을 던졌던 켈리가 7일 경기에 나서게 된다면 또다시 3일 만을 휴식한 뒤 경기에 나서는 셈이다. 따라서 SK로서는 켈리에게 많은 이닝을 맡기기가 부담스럽다.

거칠 것 없는 최근 상승세, 세든

켈리(좌측)와 세든. 스포츠코리아 제공
시즌 도중 부상을 당한 밴와트를 대신해, 긴급하게 수혈된 세든은 입단 초기인 지난 7,8월만 하더라도 실패작에 가까웠다. 7,8월 도합 8경기에 나서 2승4패, 6.4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데 그쳤기 때문.

그러나 9월 들어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 기간 동안 총 6경기에 등판한 세든은 5승1패, 3.3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특히 그는 지난달 9일 인천 롯데전부터 최종 등판 경기인 30일 인천 LG전까지 파죽의 5연승을 달렸다.

SK 관계자 역시 최근 세든의 상승세에 대해 “지난 2013년 리그 다승왕(14승)을 차지했던 때에 비해 구속은 다소 떨어졌지만 대신 공의 움직임이 당시 보다 좋아졌다”며 “현재 세든의 경기력은 다승왕을 차지했던 때(2013년)와 비슷한 수준에 올라선 듯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기세와 컨디션만을 놓고 봤을 때, 현재 SK 내에서 가장 좋은 투수는 단연 세든이다. 게다가 그는 4일 인천 NC전에서 구원 등판한 켈리와 김광현에 비해 체력적인 면에서도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

다만 걸림돌이 있다면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열리는 목동에서 좋지 못한 추억을 쌓았다는 점이다. 지난 7월 26일 목동 넥센전에 선발 등판한 그는 4이닝 3피홈런 8피안타 7실점으로 시즌 첫 패전을 떠안은 바 있다.

비록 세든이 현재 입단 초기의 모습과는 전혀 경기력을 선보이지만, SK로서는 목동에서의 좋지 못한 기억을 가진 그가 어딘가 찜찜하다.

경험에서 우위인 ‘가을 사나이’ 김광현

김광현. 스포츠코리아 제공
올시즌 14승6패, 3.7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김광현은 팀 내 다승 1위에 빛나는 ‘토종 에이스’다.

SK 선발진 내에서 다승과 평균자책점 부분에서 으뜸인 김광현은 특히 ‘가을야구’ 경험이 가장 풍부하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김광현은 데뷔 시즌인 지난 2007년부터 ‘가을의 전설’을 써내려갔다. 지난 2007년 10월 26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두산을 상대로 선발 등판했던 김광현은 그해 22승을 챙겼을 정도로 위력적이었던 두산 선발 리오스와 맞대결을 펼쳤다.

당시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신인 김광현 대신 리오스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김광현은 이 경기에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7.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깜짝 승리투수가 돼, SK의 창단 첫 우승을 견인했다. 이후 2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김광현은 ‘가을야구’로 흥한 선수라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걸림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흐름이 썩 좋지 못하다는 것이 김광현의 발목을 잡는다. 그는 선발로 나섰던 최근 3경기에서 3연패를 기록했다. 특히 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빛나는 양현종과의 2차례(9월 21일 인천, 9월 26일 광주) ‘에이스 격돌’에서 모두 패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역시 ‘에이스 대결’로 펼쳐진다. 넥센은 7일 경기에서 역시 ‘에이스’ 벤해켄을 내보낼 공산이 크다. 지난 8월 20일 목동 넥센전에서 김광현은 벤해켄과 선발 맞대결을 펼쳐 6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친 바 있지만, 최근 ‘에이스 대결’에서 부진했던 점을 생각해 본다면 불안함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또한 지난 1일 인천 두산전에서 107개의 공을 던진 김광현은, 2일 뒤인 3일 인천 NC전에서도 구원 등판해 8개의 공을 뿌렸다. 비록 3일 경기에서의 투구수는 적지만 체력적인 부담이 다소 느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김용희 감독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총력전을 예고했다. 이미 그는 “한 경기라도 패하면 곧바로 탈락이기 때문에 매 경기가 총력전이다. 임전무퇴의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SK는 '1패'를 떠안고 시작하는 '벼랑끝 승부'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3명의 선발 후보군 가운데 2명 이상의 선수들을 1차전에 투입 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한 선수에게 과도한 부담감이 지워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오늘’만 바라보는 SK가 ‘내일’을 바라보는 넥센을 상대로 ‘명품 선발진’을 가동해, 다시 한 번 ‘반전의 드라마’를 써내려 갈 수 있을까. 세 투수들의 어깨에 SK의 ‘내일’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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