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조형래 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정규시즌 5연패를 달성했다.

삼성은 지난 2011년 이후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은 지난해 정규리그 우승 당시 모습. 스포츠코리아 제공
삼성 라이온즈는 3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원정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하며 2015년 페넌트레이스 우승 매직넘버를 모두 지웠다. 2위 NC가 이날 SK와의 원정경기에서 3-4로 패하면서 이날 하루에만 매직넘버 2가 소멸됐다.

지난 2011년 이후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이다. 지난 2013년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의 신기록을 달성했던 삼성 라이온즈는 그 기록을 5년으로 이어갔다.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획득한 삼성이 마지막 무대에서 승리할 경우, KBO 리그는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시리즈 5연패라는 대기록을 갖게 된다.

▲ 정규시즌 우승의 의미

이날 넥센전 해설을 맡은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삼성의 정규시즌 연속 우승과 관련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굳이 말 할 필요도 없다. 삼성이 계속해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건 그만큼의 시스템이 갖춰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현장과 프런트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이 삼성의 강점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도 “삼성이 강한 건 현장과 프런트가 잘 협력해온 결과다. 신인드래프트에서 좋은 자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여건에 있으면서도 최근 몇 년간 눈에 띄는 선수들을 발굴해냈다는 게 바로 삼성의 힘이다”라고 말했다.

이효봉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에 비해 훨씬 더 힘든 게 정규시즌 우승이다. 기나긴 시즌을 관리한다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이런 면에서 류중일 감독은 평소 허허 웃는 것과는 달리 정말 대단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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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개 구단 시대의 첫 우승

삼성은 이번에도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2년 전에 사상 첫 9개 구단 시대의 첫 정규시즌 우승을 일궈냈고, 이번엔 사상 첫 10개 구단 시대의 첫 번째 우승 관문을 열어젖혔다.쉽지만은 않았다. 삼성은 시즌 초반 순항했으나 올스타브레이크를 앞두고 부침을 겪었다.

접전을 이어가다 7월15일 포항 넥센전에서 7-4로 승리하며 다시 1위에 올랐고, 이후 정규시즌 종료 시점까지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하루 뒤인 7월16일 넥센과의 전반기 마지막 포항 홈경기가 큰 의미를 남겼다. 만약 이날 패했다면 3위까지 내려앉을 위기였다. 이날 삼성은 4-10으로 뒤진 경기를 17-13으로 뒤집는 뒷심을 보였다.

정규시즌 막판에 삼성은 다시 한번 위기를 맞았다. 9월25일 SK전부터 9월30일 한화전까지 4경기 연속 패하면서 잔여 경기수와 우승 매직넘버가 3으로 같아졌다. 이는 곧 잔여 3경기를 모두 승리해야 자력 우승이 가능하다는 의미.

사실 지난 통합 4연패 동안에도 한결 같았다. 삼성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위기에 놓일 때마다 어김없이 파도를 넘는 회복탄력성을 보여줬다. 10월2일 kt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이겼고, 하루 뒤 넥센을 꺾으면서 결국엔 정규시즌 5연패 고지에 올랐다.

2000년대 삼성 라이온즈 정규시즌 우승 일지. 삼성 라이온즈 제공
▲ 시스템 야구 ← 프로세스 ← 소통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의 과정에서 삼성의 ‘시스템 야구’가 매번 관심을 모았다.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정규시즌 연속 우승은 불가능하다는 게 야구 관계자들의 견해다.시스템이 구축되려면 프로세스가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프로세스 없는 시스템이란 불가능하다. 그리고 어떤 조직이든 프로세스가 만들어지기 위해선 소통이 필수다.

현재 필요한 전력의 틀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3,4년 후를 내다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성적이 곧 결과물인 조직 특성상, 야구단에선 늘 ‘당장을 위한 즉시전력 비축’과 ‘미래 육성’이란 두 목표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현장과 프런트간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 플랜이 만들어지기 어렵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요 전력 군복무 프로세스다. KBO 리그 환경에서 지도자들은 선수를 2군에라도 쌓아두기를 원한다. 반면 프런트는 미래 전력을 생각해야 한다. 소통과 협의가 있기에 삼성은 원활한 군 로테이션이 이뤄지는 팀으로 평가 받고 있다.

▲ 소통의 사례, 구자욱과 박해민

올해 최고 히트작인 구자욱이 바로 원활한 소통의 증거가 될 수 있다. 구단은 2012년 신인 구자욱에게서 미래 자원의 가능성을 발견한 뒤 1군 데뷔 이전에 상무 입대를 추진했다. 물론 감독과 협의한 끝에 이뤄진 일이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남부리그 타격왕(0.357)에 오른 구자욱은 올해 프로야구 1군 무대에 처음 오른 뒤‘신드롬’이라 불릴만한 활약을 펼쳤다. 역대 1군 첫해 최다인 23경기 연속안타 신기록을 세웠고 타율 3할4푼9리 11홈런 57타점 17도루로 맹활약했다.

삼성은 올해 박한이, 채태인, 박석민, 이승엽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구자욱이 우익수, 중견수, 좌익수, 3루수, 1루수 등 여러 포지션에서 빈 자리를 메워주며 큰 도움이 됐다. 구자욱의 활약은 다른 젊은 선수들과 중견급 선수들에게 자극제가 됐고, 팀 전체의 활력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박해민 역시 소통의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육성선수 출신인 박해민은 2014년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별다른 부상 없이 전훈 명단에 빠진다는 것은 유망주 평가를 받지 못했거나 그럴만한 기회 자체가 없었다는 뜻.

그런데 2014시즌 초반에 강명구(현 전력 분석원)가 부상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자 대체선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1,2군 지도자들이 소통한 끝에 박해민 카드를 골랐다. 전훈 멤버를 짤 때와는 달리, 2군 지도자들은 박해민의 잠재력을 캐치했고 그를 적극 추천했다.

박해민은 대주자로 출발해 대수비로 영역을 확장한 뒤 지금은 주전 중견수로 활약하고 있다. ‘슈퍼 캐치’의 대명사가 됐고, 공격에서도 ‘번트 아티스트’란 닉네임을 얻었다. 만약 2군과 1군의 소통이 부실해 박해민이 기회를 부여 받지 못했다면, 라이온즈의 중견수 수비 영역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수년간 삼성은 배영섭, 이지영, 심창민, 박해민, 구자욱 등 젊은 선수들을 발굴해냈다. 삼성과 관련해‘주전 체제가 공고해 2군 선수가 비집고 올라갈 틈이 너무 적은 팀’이라는 시각이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화수분 야구’가 진행된 셈이다.

▲ 소통 최적화 류중일 감독

오래 전 삼성은 소통이 그다지 원활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0년대 후반이다. 외부 영입을 통해 훌륭한 선수들을 영입했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이란 목표를 이루지 못 했다. 소통이 없으니 프로세스가 만들어지지 않았고, 시스템을 구축하기란 요원했다.후회와 반성을 통해 2000년대의 삼성은 차츰 진화를 이뤘고, 2011년부터 류중일 감독 체제가 시작되면서 소통이 강화되기 시작했다.

류중일 감독은 2016년에 ‘30년째 삼성맨’이 된다. 삼성에서만 선수, 코치, 감독으로서 30년째 시즌을 맞게 된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반드시 해야 할 일’과 ‘해선 안 되는 일’을 보고 배웠다는 게 류중일 감독의 최대 강점. 팀의 과거와 현재를 잘 파악하고 있는 류중일 감독은 프런트와의 소통에 적극적이다. 류중일 감독이 항상 5년 후 미래를 걱정하는 건 그 누구보다도 삼성에 대한 애정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의 성적을 떠난 미래 설계가 가능한 것도 그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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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이제 사상 초유의 5년 연속 통합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한국시리즈까지 남은 약 3주 동안 이승엽, 구자욱 등 부상자 복귀와 자체 청백전, 연습경기 등이 예정돼 있다. 또 한번의 역사를 위해 삼성은 최선을 다해 준비할 계획이다.

올시즌 삼성 주요 선수 및 팀 기록. 삼성 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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