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목동=조형래 기자] 위기였다. 바람에 휘청였다. 하지만 언제나 정규시즌 마지막 순위표 꼭대기에 위치한 팀은 삼성이었다.

삼성은 3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선발 알프레드 피가로의 완벽투에 힘입어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삼성은 시즌 87승 56패를 기록하며 1위를 지켰다. 아울러 일단 매직넘버를 1로 줄이며 리그 5연패의 9부능선을 넘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이제 삼성은 같은 시각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리는 NC와 SK의 경기 결과에 따라 매직넘버를 완전히 소멸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했다. 만약 NC가 승리를 거둔다면 삼성은 광주 KIA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우승을 확정지어야 했고, SK가 승리한다면 남아있던 매직넘버도 소멸, 리그 5연패가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삼성의 바람이 통했을까. 인천 경기에서는 8회말 나주환의 역전 홈런으로 SK가 4-3으로 NC에 승리를 거두며 남은 매직넘버 1도 없앴다. 삼성의 정규리그 5연패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삼성은 언제나 디펜딩 챔피언의 입장이었다. 지난 4년간 그랬다. 추격하는 자보다 지키는 자들이 더 피곤하고 힘든 법이다. 하지만 삼성은 언제나 자신들의 자리를 지켰다.

올시즌 삼성은 시즌 내내 상위권에서 놀았다. 비록 5월 NC가 월간 최다승 타이 기록을 세우며 주춤하긴 했지만(5월 14승11패) 언제나 월간 승률을 1,2위를 다퉜다. 6월 초반 5연패를 당하며 주춤하기도 했지만 결국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신들의 위치로 되돌아왔다.

한가위 연휴 전까지만 해도 삼성은 파죽의 6연승을 달리며 2위 NC와 4경기 차를 유지했다. 하지만 거짓말 같이 6연승 이후 4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반면 2위 NC는 무서운 기세로 5연승을 달리며 삼성을 1경기 차로 바짝 뒤쫓았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삼성은 정규시즌 한 경기를 남겨두고 서야 리그 우승을 확정짓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삼성은 지난해에도 넥센의 막판 6연승 추격에 간신히 0.5경기 차로 우승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올해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였다. 막판 연패가 뼈아팠다. 하지만 삼성의 저력은 대단했다. 괜히 정규리그 5연패에 도전하는 팀이 아니었다. 위기의 순간에서 더욱 집중력을 발휘했다. 2일 대구 kt전에서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매직넘버를 2로 줄인 뒤 3일 경기에서 1-0 신승을 거두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윤성환(17승7패)-차우찬(13승7패)-피가로(13승7패)-클로이드(11승11패) 등 선발진 4명이 모두 두 자리 수 승수를 기록하며 탄탄함을 자랑했다. 9승(9패)에 그쳐 있는 장원삼도 찬바람이 솔솔 불어오자 '빅게임 피처'의 면모를 보여줬다.

여기에 외국인 타자 야마이코 나바로가 한층 업그레이드 된 기량을 선보이며 역대 KBO 리그 외국인 타자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했다(현재 48홈런). 여기에 박석민(타율 0.321 26홈런 115타점)-최형우(타율 0.319 33홈런 123타점)이 중심을 잡았다. '슈퍼루키' 구자욱의 성장도 삼성의 고민을 덜어주는 완벽한 한 수였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제역할을 보일 수 있도록 해준 밑거름에는 서두르지 않고 선수들을 믿음으로 보다듬은 수장 류중일 감독의 관록을 무시할 수 없었다. 부상 선수들을 무리해서 쓰지 않았고 아무리 급하더라도 필승조인 안지만과 임창용을 혹사시키지 않았다. 적절한 타이밍에 박근홍-권오준-백정현 등의 자원을 올려 과부하를 막았다. 3일 복귀전을 치른 피가로 역시 에이스 투수임도 완벽한 회복을 할 수 있도록 기다렸다.

결국 류중일 감독의 기다림은 5년 연속 정규시즌 1위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역시나 올해 역시 피곤하고 어려움에 봉착했지만 결국 삼성은 디펜딩챔피언의 자격으로 한국시리즈에서 기다릴 수 있게 됐다.

목동 넥센전 이후 류중일 감독은 숙소 방에 도착해서 NC의 패배와 정규리그 5연패의 소식을 들었다. 류중일 감독은 홍보팀을 통해 우승 소감을 전했다. 류 감독은 "어렵게 정규리그 우승을 했다. 이제 목표에 1차 관문을 통과했다. 남은 기간도 최선을 다해 잘 준비해서 한국시리즈에서도 좋은 결과로 팬들께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삼성은 정규리그 5연패를 넘어 통합 5연패를 향해 다시 전진을 시작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