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정의윤.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끝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SK. 타선, 마운드 어느 부분 할 것 없이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다. 하지만 최악의 5연패 기간 동안 꿋꿋하게 제 갈 길을 가는 선수가 있다. 바로 SK의 '토종 거포' 정의윤(29)이다.

SK는 지난 3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2-14로 완패했다. 삼성의 입장에서는 ‘축제’와도 같은 경기였지만 SK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경기였다. 이 경기를 통해 SK는 5연패의 늪에 빠졌기 때문.

타선과 마운드 모두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질 때도 잘 져야한다’는 야구계 격언을 전혀 실행하지 못했다. 특히 타선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이날 SK타선은 4회까지 삼성 선발 차우찬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쉽게 말해 차우찬은 피안타는 물론 볼넷, 사구조차 내주지 않고 4회까지 ‘퍼펙트’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의 위력적인 투구에 SK 타자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하지만 5회말 차우찬의 ‘퍼펙트’에 찬물을 끼얹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정의윤이 그 주인공.

5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정의윤은 차우찬의 공을 그대로 받아쳐 중견수 왼쪽으로 향하는 큼지막한 2루타를 만들어냈다. 비록 후속타자들이 3연속 삼진을 당해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정의윤은 안타를 통해 SK를 굴욕의 수렁에서 건져냈다.

정의윤의 좋은 흐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0-14로 끌려가던 7회초 재차 선두타자로 나서 차우찬을 상대로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때려냈다. 정의윤의 안타에 ‘신예’ 이현석이 응답했다. 후속타자로 나선 이현석은 좌월 투런포를 때려내며 팀을 영패에서 구해냈다. 물론 1루주자 였던 정의윤 역시 득점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정의윤은 차우찬의 ‘퍼펙트’를 막아내고 팀을 영패의 ‘굴욕’에서 구해냈다. 완패를 당했기에 결코 좋은 상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정의윤의 안타 덕분에 SK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난달 29일 수원전을 시작으로 SK는 5연패에 빠져있지만 특이하게도 정의윤은 5경기 연속 안타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일 인천 삼성전에 출전한 무려 18명의 SK 야수들 중 5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한 선수는 오직 정의윤 뿐이다. 게다가 4경기 연속 2루타를 뽑아내며 장타력까지 과시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지난 1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9회초 대타로 나와 우전 2루타를 때려내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는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최근 SK에서 가장 타격감과 집중력이 좋은 선수임을 몸소 증명한 셈.

다만 아쉬운 점은 이 기간 동안 정의윤이 타점을 올린 경기가 단 한 경기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결국 타점을 올리지 못했기에 팀 역시 연패를 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는 정의윤 개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득점권에서의 집중력이 좋은 편인 정의윤을 활용하지 못하는 SK에게도 문제가 있다.

올시즌 정의윤의 장점은 주자가 없을 때 보다 득점권에서의 타율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올시즌 2할5푼9리의 타율을 기록 중인 정의윤은 득점권 타율이 3할8리에 달한다. 득점권에서 정의윤의 감각이 살아나고 있지만 최근 5연패 기간 동안 SK의 팀 출루율은 2할7푼1리에 불과하다. 이는 리그 최하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귀가’ 시킬 주자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SK가 5연패에 머물러 있는 동안 4연승을 거둔 삼성이 4할3푼1리의 출루율(리그 2위)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SK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SK는 정의윤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어떻게든 출루율을 높이는 데 사력을 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팀을 떠나 정의윤 본인만 놓고 본다면 현재 흐름은 준수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제는 팀과는 별개로 홀로 ‘희망가’를 불러서는 곤란하다. 팀 내에서 타격감이 가장 좋은 만큼 최악의 상황에 빠진 팀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적당한 부담감을 짊어질 필요가 있다.

정의윤의 최근 활약이 ‘악전고투’로 끝날지 아니면 ‘금상첨화’가 될 지는 4일 인천 삼성전을 통해 판가름 날 예정이다. 그의 방망이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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