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에이스' 김광현도 무너졌다. '베테랑' 윤희상도 최악의 경기 내용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제 SK에 남은 토종 선발투수는 박종훈(24)뿐이다. 박종훈이 체면을 구긴 SK '토종 선발'의 위상을 다시 세울 수 있을까

SK는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과의 경기에 우완 박종훈을 선발로 예고했다.

박종훈은 시즌 초반 선발 자원으로 분류됐던 선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 5월을 기점으로 박종훈은 '5선발'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성적은 기대와 다소 거리가 있었다.

올시즌 26경기에 나서 3승7패 평균자책점 4.90을 기록 중인 박종훈은 지난 26일 인천 KIA전을 치르기 전까지 기나긴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지난 7월 29일 KIA전부터 지난달 19일 KIA전까지 총 5경기에서 박종훈은 1승3패 평균자책점 7.00으로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있었다. 특히 지난달 13일 인천 LG전에서는 1.1이닝 6실점이라는 최악의 경기내용을 보였다.

8월에만 3연패를 떠안은 박종훈은 그렇게 SK의 선발 구상에서 멀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광주 KIA전을 계기로 박종훈은 희망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날 6이닝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던 박종훈은 팀 타선의 침묵으로 패전투수가 됐지만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만한 경기 내용을 선보였다.

이어 지난달 26일 인천 KIA전에서는 6.1이닝 3실점으로 2연속 퀄리티스타트 경기를 달성했다. 이날 삼진만 무려 8개를 뽑아내며 분전을 펼쳤던 박종훈은 승패 없이 마운드를 물러났지만 팀의 극적인 5-4 승리에 초석을 놓았다.

특히 26일 경기를 통해 박종훈은 약점으로 지적된 들쭉날쭉한 제구 역시 보완을 마친 모습이었다. 여기에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특이한 언더핸드 투구 폼까지 더해 박종훈은 SK의 '고민거리'에서 '차세대 잠수함'으로 변신했다.

김용희 감독은 지난달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던 LG와의 경기를 앞두고 박종훈에 대해 "올시즌 선발진에 합류하며 자신감이 붙은 상태다"며 "국제 대회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SK는 박종훈의 실력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다.

3연승을 달리던 SK는 지난달 29일과 30일 이틀간 펼쳐졌던 수원 kt전에서 두 명의 토종 선발이 무너지며 2연패에 빠졌다. 팀 내에서 경험이 풍부했던 김광현과 윤희상은 나란히 2이닝도 책임지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야했다. 좋았던 기간도 잠시, SK는 또 한번 기나긴 연패에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박종훈만 버텨내 준다면 SK도 희망이 있다. 그의 뒤를 이어 최근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한 켈리가 선발 출격을 위해 대기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 연패의 위기가 연승의 기회로 전환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박종훈이 'SK 토종 선발'의 자존심을 세우고, 팀의 신뢰를 호투로 보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