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기태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단순한 1승 이상의 과정과 결과를 이끌어낸 경기였다. 5위 수성에 더욱 박차를 가하면서 4위 넥센까지 시야에 두게 된 KIA가 됐다.

KIA는 2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1-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KIA는 56승55패를 기록하며 5할 승률에 '+1'을 더했다. 또한 6위 한화와의 승차를 2경기로 늘렸고 4위 넥센과의 승차는 2.5경기로 좁히며 상승세를 이어가게 됐다.

KIA와 SK, 모두에게 중요한 승부였다. 하지만 승부처에서 집중력을 발휘한 것은 KIA였다. 선발 임준혁은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제 몫을 했고, 연장 10회에서 이홍구의 3루타와 대주자 고영우과 대타 백용환의 합작 플레이는 팀 승리를 가져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무엇보다 10회에 나온 상황은 KIA의 최근 상승세가 어느 정도인지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10회 1사에서 이홍구가 상대 박정배에게 큼지막한 3루타를 쳐내며 출루에 성공했다. 김기태 감독은 승부처로 판단, 이홍구 대신 발이 빠른 대주자 고영우를 투입했다.

타자 역시 김호령 대신 장타력을 보유한 대타 백용환을 투입했다. 어떻게든 한 점을 따낸다면 이길 수 있다는 판단에 나온 교체였다. 백용환이 공을 때려냈다. 하지만 멀리가지 못했다. 상대 중견수 조동화가 잡은 뒤, 곧바로 홈으로 송구했다.

타구 위치가 멀지 않았기에 3루에 있던 고영우가 뛰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고영우는 홈으로 쇄도했다. 타이밍으로 본다면 아웃이었다. 권영철 주심 역시 아웃으로 판정했다. 그대로 KIA의 득점 기회는 무산 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다. 바로 비디오 합의판정. 중계를 통해 영상이 나왔고 심판진은 번복 판정을 내렸다. 송구가 먼저였지만, 포수 이재원의 태그가 고영우의 다리보다 다소 늦었다.

그렇게 세이프로 판정이 번복되며 KIA는 소중한 1점을 따냈다. 이후 윤석민이 10회말 1이닝을 완벽하게 막으며 시즌 25세이브를 기록, 팀 승리를 지켜냈다. 이홍구-백용환-고영우로 이어지는 세 선수의 활약도 좋았지만, 마지막 승부처에서 김기태 감독이 요청한 합의판정은 전날 승리의 결정적인 요소가 됐다.

실제로 올 시즌, KIA가 비디오 판독으로 재미를 본 것은 상당히 많다. 전날 포함, KIA는 모두 39번의 비다오 합의판정을 요구했고 21차례나 뒤집는데 성공했다. 성공률로 따지면 50%를 넘는다. 리그에서도 삼성에 이어 2위의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

물론 비디오 판정이라는 것이 실패하면 한 경기에 한 번으로 끝이 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성공하는 경우, 두 번까지 가능하다. 신중할 필요가 있지만 성공률을 따진다면 올 시즌, KIA가 비디오 판정을 잘 이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재미를 본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경기는 2일 대전 한화전. 3-2로 앞선 9회, KIA는 상대 좌타자 김경언을 잡기 위해 양현종을 마무리로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비록 안타를 허용한 뒤, 조인성의 희생번트를 처리했지만 1사 2루가 됐다.

KIA는 윤석민을 투입했지만 장운호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하며 1사 1, 3루가 됐다. 안타 하나면 순식간에 경기가 뒤집어 질 수 있는 상황. 이후 상대 황선일이 병살타성 타구를 쳐냈고, 2루로 향하던 주자는 아웃됐지만, 1루로 향하던 황선일은 세이프가 됐다. 그 사이, 3루에 있던 김경언이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김기태 감독은 곧바로 합의판정을 요구했다. 결국 결과가 세이프에서 아웃으로 뒤바뀌면서 KIA는 3-2로 한 점차 승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 양현종과 윤석민을 비롯, KIA의 모든 선수들이 양 손을 번쩍 들고 환호하는 모습에 팬들 역시 승리의 함성을 외쳤다. 말 그대로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 합의판정 하나로 경기의 승패가 달라지는 순간이었기에 더욱 극적인 성공이었다.

이날 승리로 KIA는 6연승을 달성하며 5위 경쟁을 하던 SK와 한화를 모두 제압, 5할 승률 복귀와 더불어 본격적인 5강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었다. 말 그대로 합의판정 하나로 5강 경쟁의 흐름이 뒤바뀐 셈이었다.

그만큼 경기 후반에 나오는 비디오 판독은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지난 19일 SK전을 앞두고 김기태 감독 역시 "선수들이 합의판정을 요구할 때, 그것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부분이 쉬운 일이 아니다"며 "비디오 판독은 가능하면 아끼다가 승부처에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언급 한 바 있다.

연승을 달리고 있는 KIA다. 아직 30경기 가량이 남았기에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지금 기세라면 5위 수성과 더불어 넥센이 잠시라도 삐끗한다면 4위까지도 노려볼 상황이 됐다. 모든 팀이 가을야구를 원하고 승리를 갈구한다. 하지만 아웃카운트 하나, 혹은 스트라이크 판정 하나에 경기 양상이 전혀 달라지는 것이 야구라는 스포츠다.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비디오 판독은 경기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자연스레 리그 순위와도 연결이 된다. 그만큼 작은 부분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KIA가 타 팀에 비해 5위 경쟁에 앞서고 있는 것도 이러한 작은 차이까지 놓치지 않는 승부 근성이 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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