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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3연전 체제로 운영됐던 KBO 리그가 오는 4일부터 2연전 체제로 바뀐다.

시즌 후반기에 편성되는 2연전은 한 구단이 나머지 9개 팀과 총 16차례를 맞붙어야 하는 KBO리그의 일정상 불가피한 변화다.

2연전 체제는 기존 3연전 체제에 비해 껄끄럽다. 모든 팀이 한 주에 두 팀이 아닌 세 팀을 상대해야 하기에 팀별 맞춤 전술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기 때문.

하지만 유연한 전술 운용에 못지 않게 잦은 이동에 따른 체력관리와 선발투수 운용, 1차전 승리의 중요성이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2연전의 일정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짧은 시간에 장거리를 오고가는 ‘지옥의 원정길’이 펼쳐질 수도 있지만 편안한 홈 연전을 치를 수 있다.

실제로 1위 삼성의 경우, 2연전 체제의 시작은 비교적 순조로운 편이다. 지난 2일 잠실에서 두산과의 주말 3연전을 마친 삼성은 4일부터 잠실에서 멀지 않은 수원으로 떠나 kt를 상대한 뒤 대구로 내려가 6일부터 SK와 넥센을 맞는다.

하지만 첫 주가 지나고 나면 다소 힘겨운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오는 11일 잠실에서 LG를 상대하는 삼성은 13일에는 광주로 내려가 KIA와 맞대결을 펼치고 15일에는 다시 대구로 발걸음을 옮겨 한화를 상대한다. 서울-광주-대구를 오가는 ‘지옥의 일정’이 편성된 셈.

KBO는 이르면 오는 10일부터 우천 취소된 경기들을 월요일에 편성할 계획이어서 2연전 일정은 물론 월요일 경기까지 치러내야 할 선수들의 체력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2연전 체제는 두터운 선발진을 가진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의 희비를 엇갈리게 할 전망이다. 2연전 체제에서 각 구단이 원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특정팀을 상대로 1,2 선발을 내밀어 연승을 챙기고 3,4 선발을 통해 다음 일정에서 최소 1승을 챙기는 것이다. 선발진의 기량이 고르다면 이는 전혀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특히 선발진이 두터운 팀은 순위 경쟁에 있어 치명적인 ‘연패’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이할 확률까지 줄여준다.

두산과 한화는 2연전 체제를 통해 희비가 엇갈린 팀으로 꼽을 수 있다. 리그 다승(13승) 선두 유희관을 비롯해, 시즌 11승(6패)을 달성한 ‘좌완’ 에이스 장원준 등을 보유하며 선발 왕국으로 군림하는 두산은 니퍼트까지 복귀를 앞두고 있어 속이 든든하다.

반면 한화는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선발투수들이 많아 정상적인 선발진 운용이 힘든 상황이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달 28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누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정상적으로 선발진을 운용하고 싶다”라고 밝힐 정도였다. 선발 투수들 간의 기량차가 크고 선수층이 얇은 한화의 경우 이대로라면 2연전 체제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이 때문에 감독들은 공격적인 선발 기용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2연전 체제에 맞춘 ‘6선발’을 선발하거나, 에이스의 선발 등판 일정을 앞당겨 ‘연패스토퍼’로 활용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2연전에서는 연패를 당하지 않는 부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동안 니퍼트의 공백을 책임져 준 진야곱을 상황에 따라 불펜 혹은 6선발로 기용할 것이다”라고 밝혀 유사시 6선발 체제를 가동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두산을 비롯해 6선발 체제를 갖추려는 다른 팀들의 움직임과 달리 한화 김성근 감독은 기존의 자원들을 대신할 만한 새로운 얼굴들을 발굴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계산이다.

김 감독은 “어느 한 팀이 4연승을 거두고 어느 한 팀이 2~3연패에만 빠져도 순위가 충분히 역전될 수 있다”며 “무더워지는 8월이 되면 분명히 투수진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신예선수들을 준비시키고 있다”라고 전했다.

2연전 체제를 맞는 감독들의 고민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야구팬들의 즐거움은 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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