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안타가 홈런…"내가 치고 내가 놀랐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삼성 라이온즈에 2-11로 뒤진 지난달 31일 서울 잠실구장.

9회말 2사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두산 타자는 국해성(26)이었다.

그는 삼성 백정현의 3구째 시속 141㎞짜리 빠른 공을 잡아당겨 비거리 125m의 중월 2점포를 터뜨렸다.

국해성은 마치 내야 안타라도 친 것처럼 필사적으로 달렸다. 그의 전력 질주는 타구가 담을 완전히 넘어간 것을 확인한 뒤에야 속도가 떨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국해성은 1군에서 홈런 경험이 없다. 안타를 쳐본 적도 없다.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것이다.

어색한 장면은 이틀 뒤인 지난 2일에도 나왔다.

두산이 2-1로 앞선 6회초 2사 3루. 삼성 이지영의 타구는 우익수 국해성에게 잡혔다. 공수가 교대돼야 하는 상황.

하지만 국해성은 3루주자를 의식해 있는 힘껏 홈으로 송구했다. 그는 동료들이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의 착각을 깨닫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국해성은 야구팬에게 아직 낯선 이름이다. 그는 2007년 11월 신고선수로 두산과 계약한 이래 주로 2군에서 뛰었다.

2012년 3경기를 포함해 지금까지 1군리그 출전은 총 10경기에 불과하다.

최근 삼성과의 3연전에서는 모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려 9타수 2안타(1홈런) 4타점의 강한 인상을 남겼다.

1군에서 뛴 소감은 어떨까.

국해성은 "(2군보다) 기량이 더 뛰어난 선수들이기 때문에 뒤쳐지지 않으려고 매 순간 집중하고 있다"면서 "계속 집중하보니 체력적으로 힘든 면은 있지만 야구를 제대로 하는 것 같아 즐겁다"며 웃었다.

홈런과 관련해서는 "내가 치고 내가 놀랐다"며 쑥스러워했다. 두산 구단은 외야 팬으로부터 홈런 볼을 돌려받아 국해성에게 전달했다.

사실 국해성은 두산과 인연을 맺기 3개월 전인 2007년 8월 미국프로야구 시카고 컵스와 입단 계약할 만큼 유망주였다. 중학교 때 한 팔꿈치 수술 경력이 문제가 되면서 미국 진출에는 실패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국해성에 대해 "신인으로 입단할 때 이미 파워가 고등학생 수준이 아니었다"며 "프로 몇 년 한 선수보다 힘이 더 좋았다"고 떠올렸다.

김 감독은 "그동안 기복 있는 플레이를 보였는데, 두산이 잘하려면 국해성 같은 선수가 제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해성이 언제까지 1군에 남아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는 "계속 1군에 있으려면 타격감도 중요하지만 수비와 주루도 잘해야 한다"며 "아직 난 다 부족하기 때문에 무엇이든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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