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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1할8푼9리 타율, 1할9푼2리의 타율. 부진한 타자들의 시즌 타율처럼 보이지만 이는 선수 개인의 타율이 아니다. 바로 최근 6경기에서 두산의 중심타선과 두산의 하위타선이 각각 기록한 타율이다.

두산은 지난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3-1로 승리하며 4연패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7이닝 1실점을 기록한 선발 장원준의 호투와 홀로 3타점을 기록한 오재일의 맹타 덕분에 두산은 잃었던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지만 두산의 중심타선 만큼은 여전히 미소를 짓지 못했다.

야구에서는 통상적으로 3,4,5번 타순에 들어서는 타자들을 가리켜 흔히 ‘중심 타선’이라 부른다. ‘중심’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에서 알 수 있듯이 팀 내에서 가장 핵심으로 분류되는 강타자들만이 이 타순에 들어설 수 있는 영광을 누린다.

3일 현재, 리그 내 팀 타율 3위(0.289)인 두산 역시 중심 타선의 이름값은 화려하다. ‘타격 천재’ 김현수, ‘거포’ 외국인 타자 로메로, 역시 한 방을 기대할 수 있는 양의지. 두산 중심타선의 이름값이 주는 무게는 리그 내 어느 팀과 비교해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6경기에서 두산의 중심 타선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전국의 날씨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지만 두산 중심타선은 어느 때 보다 차갑게 식어버렸다.

이 기간 동안 두산의 중심타선(선발로 나선 3,4,5번 타자)은 1할 8푼 9리(57타수 11안타)의 타율, 4타점 9득점에 그치고 있다. 특히 최근 3경기에서 무안타에 그치고 있는 김현수와 단 한 개의 안타만을 때려낸 로메로의 부진이 도드라진다. 타점을 쓸어 담아야 할 중심 타선이 오히려 타점 보다 득점이 훨씬 많은 상황.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같은 기간 동안 두산의 하위타선(선발로 나선 7,8,9번 타자. 타율 0.192, 11타점, 6득점)이 기록한 성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전체 타선이 하향평준화가 된 셈.

중심타선이 침묵하자 자연히 팀도 부진에 빠졌다. 최근 6경기에서 두산이 거둔 성적은 2승 4패, 지난달 30일부터 1일 경기까지 3연패의 부진에 빠지기도 했다.

그나마 이 기간 동안 2승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중심타선 대신 하위타선(7,8,9번 타자)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한화를 상대로 5회초까지 0-1로 끌려가던 두산이 8-2로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하위타선과 후보 선수가 쏘아올린 3개의 홈런 덕분이었다. 5회말 8,9번 타자였던 정진호와 김재호는 연타석 홈런을 쏘아올려 순식간에 경기를 역전했고 이어 6회말에는 주전 민병헌을 대신해 경기에 나선 박건우가 홈런을 쳐내며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3연패를 끊어냈던 2일 삼성과의 경기도 마찬가지다. 5회초까지 0-1로 끌려가던 두산은 7번 타자 오재일이 5회말 결승 투런 홈런을 쏘아 올리며 전세를 뒤집었고 이어 7회말 1사 3루에서는 경기에 쐐기를 박는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오재일이 홀로 분전을 펼치는 동안 두산의 중심 타선은 10타수 1안타 1득점에 그쳤다. 특히 1안타와 1득점을 올린 5번 타자 오재원이 아니었다면 두산의 중심타선은 공격 기록이 전무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반면 한화와 삼성은 각각 김경언과 이승엽으로 대표되는 중심타선이 폭발하며 두산에게 4패를 안겨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가볍게 생각했던 중심 타선의 부진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희망적인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잔부상에 시달렸던 두산의 선수들이 경기가 없는 월요일(3일)을 맞아 회복할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최근 두산의 선발 명단에는 변화가 많았다. 각종 부상으로 인해 전력에서 이탈한 선수들 탓에 두산은 최근 6경기에서 정상적인 전력을 구축하지 못했다. 이는 중심타선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30일에는 발목 염좌 탓에 김현수가 선발에서 제외된 데 이어 31일과 1일에는 양의지가 체력 문제를 이유로 선발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김태형 감독은 2일 잠실 삼성전을 앞두고 “한 명의 주전 선수가 돌아오면 다른 주전 선수가 빠지는 등, 계속해서 이탈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들의 공백은 알게 모르게 팀 전력의 차이를 가져왔다”며 최근 연패에 빠졌던 이유로 부상 이탈자들의 공백을 들었다.

이어 그는 “부상선수들이 회복 할 수 있는 (경기가 없는)월요일을 지나고 나면 한결 나아질 것이다”며 부상 선수들을 통해 반등을 이뤄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중심 타선’이 불분명한 팀의 상태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하위 타선’이라는 단어가 무색 할 정도로 모든 타자들에게 기대를 걸어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느 한 선수도 특별한 선수가 없는 상태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두산의 타선은 전자 보다는 후자에 가깝다. 다 같이 잘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중심 타선이 팀의 기틀을 잡아줘야 한다. 잠깐의 휴식을 맞이하는 리그 2위 두산, 상위권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중심 타선의 휴식을 이제는 끝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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