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최주환.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두산 최주환(27)이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벌써 2개월째 이어지는 그의 ‘안타 가뭄’에 장맛비는 언제 찾아올까

두산은 29일 잠실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8-2 완승을 거뒀다. 하루 전 2-10 완패를 설욕한 두산은 3개의 홈런을 포함해 침체된 타선이 살아나며 미소를 되찾았다. 그러나 단 한 선수, 최주환은 미소를 짓지 못했다.

최주환은 이날 경기에 2루수 7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3타수 무안타라는 성적을 받아 들어야했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 최주환을 제외한 선발 타자 전원이 안타를 때려냈기에 그의 아쉬움은 더욱 컸다.

5회말 2사까지 한 개의 안타도 뽑아내지 못했던 두산의 타선은 2사 이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했다. 5회말에만 타자일순하며 6점을 뽑아내는 맹공을 퍼부은 것. 최주환 역시 5회말에만 두 차례의 타석에 들어서 붕괴된 한화의 마운드를 상대로 안타를 노렸지만 1루수 앞 땅볼과 볼넷을 얻어내는 데 그쳤다.

사실 최주환은 그 어느 때보다 안타가 간절했다. 주전 2루수 오재원의 부상을 틈타 지난 28일부터 얻어낸 천금 같은 2경기 연속 선발 출전 기회였기 때문. 당장의 주전도약은 힘들겠지만 김태형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시작된 ‘안타 기근’은 그를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다. 지난달부터 29일 경기까지 최주환은 22타수 1안타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시즌 전체 타율은 2할2푼1리지만 지난 2일 LG를 상대로 기록한 안타가 최근 2개월 동안 최주환이 때려낸 유일한 안타일 정도로 안쓰럽기까지 한 상황.

최주환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던 것은 29일 경기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백업 멤버들이 타석에서 맹활약을 펼쳤다는 사실이다.

5회말 2사까지 좀처럼 안타를 허락하지 않던 배영수의 철벽에 균열을 일으킨 선수는 정진호였다. 정진호는 솔로포를 통해 두산 공격의 물꼬를 틀었다. 사실상 5회말 대반전을 이끈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업멤버의 반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주전 외야 수비수들의 공백을 메워줬던 후보 선수 박건우가 6회말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때려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날 경기에서 그는 우익수 민병헌의 대수비로 출전해 1번 타자를 맡았다. 그동안 박건우는 수비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 홈런을 계기로 김태형 감독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설상가상으로 최주환은 수비에서도 김태형 감독으로부터 합격점을 받는 데 실패했다.

29일 한화 전을 앞두고 김태형 감독은 “아무래도 (최)주환이 보다는 (오)재원이가 낫다”며 “특히 수비 범위에서 차이를 보인다”라고 말해 최주환의 수비력에 우회적으로 아쉬움을 표시했다.

오재원의 복귀만이 최주환의 자리를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9일 유격수와 2루수를 맡을 수 있는 내야수 양종민이 콜업 됐다. 그는 퓨처스리그 최근 10경기에서 2할5푼7리의 타율을 보이며 완전하지는 않지만 타격감을 어느 정도 되찾았다.

당장 오재원을 선발로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최주환의 부진이 장기화 될 경우, 김태형 감독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양종민의 2루수 투입을 심각하게 고려 할 것으로 보인다. 최주환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가 30일 한화와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온 힘을 쏟아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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