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정수빈(좌)과 오재원.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고 했다. 두산의 내야와 외야 수비를 책임졌던 오재원(30)과 정수빈(25). 부상을 이유로 두 선수가 빠진 빈자리는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느껴졌다.

두산은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2-10으로 완패했다. 선발 장원준의 난조와 중심 타자들의 침묵이 패배의 가장 큰 요인이었지만 부상으로 빠진 주전 선수들을 대신한 대체 선수들의 경기력도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부상 탓에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내·외야의 주전급 두 선수, 오재원과 정수빈의 공백이 뼈아팠다. ‘주장’ 오재원은 지난 26일 마산 NC전에서 현기증을 느껴 쓰러진 여파로 인해 이날 경기에 출장하지 않았고, 정수빈 역시 무릎과 발목에 통증을 느껴 지난 27일 1군 명단에서 말소됐다.

오재원과 정수빈을 대신해 경기에 나선 선수는 최주환과 박건우였다.

먼저 최주환은 오재원을 대신해 2루수로 출전했다. 3루 수비도 가능한 유틸리티 플레이어지만 그동안 주전으로 나섰던 오재원에 비한다면 수비가 약점으로 지적됐던 선수였다. 그러나 최주환은 이날 경기에서 크게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최주환의 타격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최주환은 4타수 무안타라는 실망스러운 성적으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특히 1-6으로 끌려가던 4회초 1사 3루에 등장한 최주환은 1루수 파울플라이로 아웃돼 추격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최주환의 타격 부진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시즌 초인 4월에만 2할8푼8리의 타율을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타는 듯 했지만 최근 10경기에서 6푼7리의 타율에 그치며 타격감이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달부터 이날 경기까지 최주환이 기록한 안타는 단 1개다.

물론 지난달 로메로의 영입으로 최주환은 꾸준한 출전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경기감각이 떨어져있다는 점을 감안해야하나, 최근 10경기에서 2할4푼3리의 타율을 기록하며 기본 이상의 활약을 해줬던 오재원의 빈자리를 최주환이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오재원은 빠르면 29일 경기부터 출전할 전망이다. 28일 한화전을 앞두고 김태형 감독은 오재원의 컨디션에 대해 “염려가 많이 됐지만 다행스럽게도 큰 이상은 없다”라고 밝혔다.

주전 중견수 정수빈을 대신해 출전한 박건우는 최주환과 달리 수비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선보였다.

4회초 1사 1루에서 한화의 김태균은 장원준의 공을 받아쳐 우중간으로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 때 김태균의 타구는 우중간으로 향했지만 우익수 보다는 중견수에 가깝게 떨어지는 공이었기에 중견수가 처리하는 것이 당연한 듯 보였다. 하지만 박건우는 김태균의 타구를 따라가지 못했다.

우익수 민병헌이 재빨리 뛰어와 떨어진 공이 뒤로 흘러가려는 것을 잡아내지 못했다면 그대로 추가 실점을 내줄 뻔 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가까스로 타구를 처리했던 그 순간, 민병헌은 빠른 발을 통해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는 정수빈이 무척 그리웠을 것이다.

김태형 감독 역시 박건우의 수비력이 정수빈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지난 28일 한화와의 경기를 앞두고 김 감독은 “중견수 수비에 있어서는 단연 정수빈이 최고다”며 “박건우, 장민석 등이 정수빈의 빈자리를 채우겠지만 정수빈 만큼의 수비력을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래도 박건우에게 희망적인 부분은 타격에서 정수빈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10경기에서 3할8리의 타율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동안 2할2푼6리의 타율에 그친 정수빈과는 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박건우는 4회말 2사 3루에서 내야 안타로 1타점을 올리는 등, 두산의 타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28일 경기 전 대체 선수들에 대해 “대체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다. 큰 문제가 없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28일 경기가 끝난 지금, 김 감독의 생각이 경기전과 동일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한화에게 당한 예상치 못한 '완패' 속에서 '대체 불가' 선수들을 향한 두산의 그리움은 점점 커져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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