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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조형래 기자] 한동안 자신의 자리가 없던 넥센 윤석민(30). 하지만 이젠 팀을 이끌어갈 만한 힘까지 지녔다.

넥센은 올해 '레귤러 멤버'를 온전히 구상할 수 없었다. 서건창과 김민성, 이택근이 약속이나 한 듯 번갈아 가며 부상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외국인 브래드 스나이더는 방망이를 헛돌리기 일쑤였고 1군과 2군을 오르락 내리락 했다. 염경엽 감독이 계산이 서지 않는 라인업을 계속 꾸려나가는 가운데서도 꾸준히 자리를 지켰던 것은 박병호, 유한준, 그리고 윤석민이었다.

윤석민은 올시즌 주전 3루수와 지명타자를 오가며 넥센의 공격력을 이끌고 있다. 83경기 출장해 타율 3할8리(279타수 86안타) 10홈런 59타점 출루율 3할8푼5리 장타율 4할9푼1리의 성적을 마크 중이다.

지난 16일 목동 SK전 1회 3점 홈런을 터뜨리며 지난 두산 시절이었던 2012년과 지난해 기록한 한 시즌 최다 홈런(10개)과 타이를 이뤘다. 한 시즌 최다 홈런은 예약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점은 이미 2012년(48타점)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대로라면 생애 최초의 규정 타석 시즌(2015년 446타석)까지 노려볼 수 있다.

사실 두산 시절부터 장타력을 갖춘 코너 내야수로 잠재능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두산의 철옹성 같은 내야진 선수층을 뚫기는 어려웠다. 넥센에 넘어와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넥센 염경엽 감독은 지휘봉을 잡고 윤석민에 주전 자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김민성과 주전 경쟁을 시킬 법도 했지만 염 감독은 우선 윤석민에게 희생을 강요했다.

대신 염경엽 감독은 윤석민에게 주전은 아니었지만 '주전 못지 않은 백업'으로 활용했다. 염 감독은 "(윤)석민이에게 '그동안 김민성과 서건창이 팀에 기여한 공로가 있다. 그들에게 기회를 먼저 줘야 한다. 네가 먼저 팀을 위해 희생해라. 이후에는 풀타임 약속 하겠다'고 말했다"며 지난해 윤석민이 처음 넥센에 왔을 때의 일화를 전한 바 있다. 지명타자, 3루수, 1루수 등 주전들의 휴식이 필요할 때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염경엽 감독은 윤석민과 했던 당시의 약속을 지켰다. 윤석민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강정호가 떠난 유격수 훈련을 시켰다. 염 감독은 김하성을 주전 유격수로 선택하면서 비록 주전 유격수의 뜻은 이루지 못했지만 윤석민 개인의 가치는 높아졌고 염 감독의 선택지는 많아졌다.

그리고 윤석민은 본의 아니게 희생 했던 지난해의 아쉬움을 털고 약속에 보답하듯 폭발하고 있다. 서건창이 부상에서 복귀했지만 여전히 헤매고 있는 가운데서 윤석민의 폭발로 '김민성 2루-윤석민 3루'의 내야 라인업은 공격과 수비를 모두 탄탄하게 하고 있다.

아울러 주로 6번(109타석)과 7번(152타석) 등 하위 타순에 들어서 루상의 주자들을 책임지고 불러들이는 해결 능력(득점권 타율 0.377)으로 중심 타선의 부담을 덜고 있다.

넥센은 지난 6월 7일 이후 4위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더 높은 순위로 올라가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가운데, 투수력이 상대적으로 허약한 넥센은 타선의 힘을 한결같이 유지하는 것이 향후 55경기의 선두권 싸움에서도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윤석민이 타선의 힘을 유지시킬 '키 플레이어' 중 한 명이다. 지난 26일 목동 SK전 이후 윤석민은 "아직 홈런 수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더 나은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그리고 자신의 홈런 수에 만족하지 않은 만큼 현재의 팀 순위에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이제 어엿한 '넥벤저스'의 일원으로 팀의 4위 탈출을 이끄는 해결사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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