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LG와 SK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양 팀 감독은 한 목소리로 팀 전력에 보탬이 됐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물론 모두 승자가 될 수 있는 트레이드인지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24일 LG와 SK는 야수 정의윤, 투수 신재웅, 신동훈과 함께 야수 임훈, 투수 진해수, 여건욱을 맞바꾸는 3대3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트레이드 마감시한인 이달 31일을 일주일 앞두고 열린 대형 트레이드였다.

동일한 포지션에서 뛰고 있는 선수를 맞바꿨다. 서로가 모두 승자가 될 수 있는 트레이드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항간에는 LG가 다소 손해를 본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전날 LG 양상문 감독은 트레이드의 핵심 중 한 명인 정의윤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양 감독은 잠재력은 있지만 국내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쓰다보니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그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렇게 정의윤을 보내는 대신, 양 감독은 외야 전 포지션이 소화 가능한 임훈을 데려오면서 잠실구장의 넓은 외야를 책임지도록 했다.

실제로 임훈의 영입은 LG의 현재 외야 사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세대교체의 명목으로 이병규(7번), 문선재, 김용의, 채은성이라는 자원으로 공백을 채우고 있지만, 기존 베테랑인 이진영, 박용택, 이병규(9번)들의 활약에 비하면 무게감은 다소 떨어진다.

그렇지만 빠른 발과 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하는 임훈을 데려오면서 LG는 기존의 외야 리빌딩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양 감독 역시 임훈에 대해 "정의윤에 비해 장타력은 떨어지는 선수지만, 수비가 좋다. 향후 외야진 공백의 부담을 잘 채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터지지 않는 정의윤 대신 당장 외야의 수준급 수비를 맡길 수 있는 임훈의 영입은 LG 입장에서도 나중을 보더라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좀 더 세밀하게 살펴봐야할 부분은 바로 투수 쪽이었다.

후반기가 시작됐지만 LG는 여전히 9위에 머무르고 있다. 타선은 여전히 하위권을 맴도는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그나마 LG가 자랑했던 불펜진 역시 지난해와 달리 난조를 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음주파문으로 빠진 정찬헌의 공백이 생각 이상으로 컸다.

궁여지책으로 LG는 불펜으로 이동한 임정우와 신재웅으로 그 자리를 채웠다. 그나마 긴 이닝이 소화가 가능한 두 선수가 있었기에 필승조인 이동현과 봉중근으로 연결이 가능했다. 특히 후반기가 될수록 구위가 더욱 좋아지고 시속 150km에 가까운 공을 뿌릴 수 있는 좌완 신재웅의 무게감은 LG에서 상당했다.

그러나 LG는 신재웅과 빠른 공을 지닌 유망주 신동훈을 내보내고 여건욱과 진해수를 데려왔다. 여건욱은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아니다. 올 시즌, 1군 무대에서 뛰지 못했다. 양 감독 역시 여건욱을 올 시즌이 아닌 내년을 보고 데려왔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지금 당장 여건욱을 1군에 올릴 수는 없다. 이제 재활을 마치고 피칭을 시작했기에, 2군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향후 어떻게 기용할지 검토하겠다"며 "몸 상태가 나아진다면 선발도 가능하지만, 내년에 정찬헌이 합류하고 유원상까지 완벽한 상태로 돌아온다면 좋은 필승조가 구성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진해수에 대해서도 "신재웅과 크게 다르지 않은 투수라고 본다. 진해수 역시 그가 가진 경험이나 구위로 볼 때, 필승조로 쓰는 데 큰 무리는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양 감독은 신재웅의 빈 자리를 진해수로 채우고 향후, 여건욱이 복귀한다면 선발이나 중간으로 투입 시키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진해수의 경우, 올 시즌 모두 12경기에 나와 7.1이닝을 뛰며 평균자책점 6.14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 비하면 구위가 다소 떨어졌다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출전 횟수 자체도 적었다. 4월 7경기를 소화한 뒤, 5월과 6월에는 1군에 나서지 못했다. 지금은 팀을 떠난 밴와트 대신 1군으로 올라와 7월에는 4경기동안 3.1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다.

그에 비해 신재웅은 올해 29경기에 나와 모두 30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비슷한 유형의 투수지만 '현재'의 상황만을 놓고 본다면 신재웅의 활용가치가 더 높은 것이 사실.

SK 김용희 감독 역시 신재웅에 대해 "정우람이 마무리로 옮기면서 빈 자리가 생겼다. 좌완 불펜 요원이 부족했는데 최소 1~2이닝을 막아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그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트레이드에 대한 평가는 단시간에 결정되지 않는다. 내년을 염두에 두고 팀 리빌딩 차원으로 본다면 LG의 선택은 나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현 시점을 놓고 본다면 LG에게 '득'이 되는 트레이드는 절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손해'라고 봐도 무방하다. 양 감독 역시 "굳이 수치로 얘기 하자면 49 대 51로 내년을 조금 더 생각한 트레이드다"라고 말했다.

144경기 가운데 55경기만을 남긴 LG지만 9위 탈출이 무엇보다 시급했다. 하지만 양 감독의 발언대로 전날 단행한 트레이드의 방향을 놓고 본다면 LG는 현재가 아닌 미래를 선택했다. 현 시점에서 LG에게 2015시즌의 반등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 됐다. LG는 미래를 위해 오늘을 내줬고, 2016년을 위해 2015년을 내줬다.

사진 = LG 양상문 감독, 정의윤, 신동훈, 신재웅. 스포츠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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