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기태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김기태 감독의 인내심도 여기까지였다. 5할 승률에서 '-6'을 기록하고 있는 팀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KIA는 결단을 내렸다.

KIA는 20일 험버를 KBO에 웨이버 공시를 요청하면서 새 외국인 투수 에반 믹(32)과 계약금 없이 연봉 15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이미 예고된 방출과 영입이었다.

올 시즌, KIA의 새 외국인 투수로 영입된 험버는 메이저리그에서 역대 21번째로 '퍼펙트 게임'을 달성한 투수였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명성에 걸맞는 실력이 아니었다. 험버는 20일 현재 KIA에서 모두 12경기에 나와 3승 3패, 평균자책점 6.75를 기록했다. 초반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4월이 되면서 험버의 구위는 현저하게 떨어졌다.

4월 5경기에서 27이닝을 던지며 모두 7개의 홈런을 내줬다. 볼넷 역시 15개로 많았다. 번번히 상대 중심타자들에게 홈런을 내주다보니 승리를 챙기는 것이 쉽지 않았다. 타 팀에 비해 타선이 약한 KIA 입장에서는 선발야구로 승부를 걸어야 했지만, 험버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렇게 험버는 지난 5월 17일, 첫 2군행 통보를 받았다. 2주 가량의 시간이 흘렀고 6월 2일, 험버는 1군에 복귀했다. 하지만 큰 차이가 없었다. 전반적인 부분에서 모두 허점이 드러났다. 제구력과 변화구의 구위가 밋밋했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바로 구속. 애초에 KIA가 알고 있었던 150km에 가까웠던 험버의 구속은 지난 시즌에 비해 크게 저하되어 있었다. 평균구속은 140km대 중반이었고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는 140km대 초반에 그쳤다. 주자가 나가면 구속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평범한 구위가 되다보니 상대 타자들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는 비율이 급속하게 증가했다.

무엇보다 마지막 기회라고 여겨졌던 6월 26일 광주 두산전에서 그는 0.2이닝 동안 1피안타 4볼넷 2실점을 기록한 뒤 조기강판됐다. 마운드에서 쓸쓸하게 내려오는 험버의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경기였다. 더 이상의 기회는 없었다. 김기태 감독은 6월 27일, 험버를 다시 2군으로 내려보냈다.

적응 면에서 큰 문제가 없었지만 성적만을 놓고 본다면 험버의 교체는 당연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방출설이 흘러나왔고 교체가 다소 늦었다는 주변의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은 험버의 방출설에 대해 "아직은 결정된 것이 없다. 확실하게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우선 정상적으로 투입할 생각이다. 외국인 선수가 타지에 와서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험버를 신뢰했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의 신뢰는 '5할 승률 붕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험버가 빠진 빈 자리를 채우려다보니 그 부담이 다른 선발진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양현종과 스틴슨을 제외한 남은 세 명의 선발진이 모두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결국 양현종과 스틴슨 역시 4일 휴식 후, 등판을 연이어 하면서 급격하게 페이스가 떨어졌다.

그나마 믿었던 선발진이 무너졌고 타선은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 그렇게 KIA는 3일 kt전에서 패하며 연패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후 전반기가 끝나는 16일 광주 LG전까지, KIA는 10경기동안 2승 8패를 기록했다. 어떻게든 5할 승률을 오고가며 기회를 노렸던 KIA지만 20일 현재 38승44패로 5할 승률에서 '-6'을 기록하게 됐다.

김기태 감독은 16일 광주 LG전을 앞두고 "전반기에 아쉬운 경기가 몇 경기 있었다. 그 중에서도 험버가 선발로 나갔던 6월 26일 경기도 포함되어 있다"며 뒤늦은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선수단의 믿음을 중요시하는 김기태 감독의 성향이 이번에는 다소 씁쓸한 결과로 이어진 셈.

KIA 관계자에 따르면 2군에서 열심히 몸을 만들며 재기를 노렸던 험버지만 통증이 생기면서 끝내 복귀는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태 감독 역시 어쩔수 없이 결단을 내리고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데려올 수 밖에 없었다.

현재 KIA의 마운드나 타격을 본다면 후반기 들어 5할 승률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설령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어느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물론 지나간 일이다. 지금이라도 교체한 것이 다행이라는 목소리도 많다.

다만 아쉬운 것은 김기태 감독이 조금 더 빠른 결정을 내렸다면 후반기 레이스가 지금보다는 편해지지 않았을까라는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다. 험버를 교체하고 믹을 데려오면서 KIA는 반등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과연 후반기 KIA가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