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야구는 말 그대로 흐름 싸움이다.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를 잡지 못하면 그 여파는 상당히 크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가벼운 날갯짓 하나가 태풍이 되어 돌아온다. LG 야구가 그렇다. 흐름을 번번히 놓쳐서 패배한 경기들이 커지고 커져 지금의 '9위' LG를 만들고 있다.

LG는 7일 잠실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6-7로 패하며 지난 주말에 열린 삼성과의 3연전에 이어 또다시 패하며 4연패에 빠졌다. 특히 8위 롯데와의 3연전 가운데 첫 경기였다. LG 입장에서는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였다. 하지만 놓쳤다. 9회말, 양석환의 3점 홈런이 겨우 터졌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다.

지난 시즌, LG가 9위에서 4위까지 올라가는 기적을 팬들에게 선물한 것은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그 흐름을 끝까지 이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5년의 LG는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하면서 중요한 상황에서 번번히 패하고 있다.

양상문 감독 역시 "지난주의 경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여겼다. 주중 두산전은 1승 1패를 거뒀지만, 삼성 3연전에서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최근 몇 경기만 봐도 만일 이겼다면 팀이 흐름을 탈 수 있는 상황이 많았다. 하지만 번번히 그 경기들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는 중요한 경기는 잡고 갔는데, 올해는 그게 쉽지 않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더불어 양 감독은 최근 치른 경기에서 리드하고 있음에도 패전으로 기록, 가장 중요하면서도 아쉬웠던 두 경기를 언급했다. 첫 번째는 바로 지난 6월 21일 목동 넥센전이었다. 당시 LG는 선발 류제국이 5이닝 2실점으로 겨우 버텼고, 팀 타선은 상대선발 한현희를 상대로 3득점에 성공하며 리드를 잡고 있었다.

경기의 판도가 결정된 것은 후반이었다. 8회 정찬헌이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4번 박병호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하며 3-3 동점이 됐다. 그리고 9회, 넥센은 서건창이 우월 2루타를 쳐냈고 대주자 유재신이 희생번트가 나오는 사이, 3루에 안착했다.

9회 1사 3루. 양 감독은 중견수 박용택을 내야로 이동시키는 5인 내야시프트를 가동, 승부에서 절대 패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9번 박동원이 정찬헌의 초구를 그대로 투수 옆 스퀴즈번트로 쳐냈다. 허를 찌르는 염경엽 감독의 작전에 내야에 있던 5명의 야수들와 벤치의 양 감독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3루에 있던 유재신이 홈플레이트를 찍으며 역전에 성공, 그렇게 LG는 패했다.

흐름상 매우 중요했던 경기였다. 이전 6월 17일 KIA전을 시작으로 19일 목동 넥센전까지 LG는 3연승을 거두고 있었다. 승차 역시 '-10'에서 '-7'까지 줄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 하지만 제대로 패하면서 팀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양 감독 역시 당시에 매우 화가 났었다고 이야기를 꺼낼 만큼 아쉬운 경기였다. 무엇보다 이날 경기 후, 속상한 마음에 술을 마시고 차를 몰아 사고를 일으킨 정찬헌이 사실상 시즌 아웃에 가까운 징계를 받으며 팀에서 빠지고 말았다. 말 그대로 엎친데 덮친 격이었다.

정찬헌의 공백은 상당했다. 당장 6회와 7회를 막아주고 이동현, 봉중근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소환해줄 불펜의 허리가 사라진 것. 그렇게 144경기 중 1경기였지만 LG에게는 반드시 잡아야 했던 경기가 넥센전이었다. 여기서 좋지 않은 흐름이 시작됐고 LG는 계속 패배의 늪에서 허덕이고 말았다.

이후 LG는 막내 kt와 상대전적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NC를 상대로 6경기 동안 4승2패를 하며 좋지 않은 분위기를 극복, 겨우 상승가도를 달리는 듯 했다. 하지만 다시 무너졌다. 양 감독이 아쉽다고 표현한 두 번째 경기인 3일 삼성전이 바로 그 경기였다.

선발 류제국이 6이닝 5실점 피칭을 했지만 팀 타선이 간만에 힘을 냈다. 7회 솔로홈런의 쳐낸 문선재의 활약에 힘입어 8-5로 리드를 잡고 있었다. 문제는 7회말이었다. 류제국 대신 윤지웅이 마운드로 올라왔다. 하지만 구자욱과 최형우에게 연이어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 3루가 됐다.

양상문 감독은 필승카드인 이동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어떻게든 막아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이동현은 단 하나의 아웃카운트도 잡지 못한 채, 5명의 타자에게 연이어 안타를 내줬고 모두 7점을 내주고 말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팬들 역시 너무나 허무한 경기였다. 그렇게 8-12로 LG는 쓸쓸히 고개를 숙였다.

무엇보다 필승조인 이동현이 와르르 무너진 것이 LG에게는 단순한 '1패' 그 이상이었다. 그만큼 후폭풍이 심했다. 결국 잡아야 할 경기를 놓친 LG는 4일과 5일, 연이어 삼성의 화력을 막지 못하고 연패를 당했다. 말 그대로 충격의 3연패였다.

양상문 감독 역시 "삼성과의 3연전에서 우리팀의 부족한 부분이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첫째 날에 잡을 수 있는 경기를 놓친 것이 컸다. 좋지 않은 흐름이 계속 이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3일 삼성전을 잡았다면 승차가 '-5'가 됐을텐데, 중요한 경기에서 이겨야하는 부분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라고 속상한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그렇게 LG는 삼성전 3연패 이후, 7일 잠실 롯데전에서 빈약한 타선의 난조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며 패하고 말았다. 9회에 나온 양석환의 3점 홈런이 그나마 위로가 됐지만, 연패의 흐름을 끊어내지 못하면서 LG는 4연패를 기록, 8위 롯데와의 승차 역시 기존의 1.5경기에서 2.5경기 차이로 늘어나게 됐다.

8일 현재 LG는 35승1무45패로 승차 '-10'을 기록하고 있다. 결국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에서 모두 패하면서 LG는 연패의 분위기를 끊지 못하고 있다. 팀 타격은 여전히 하위권을 맴돌고 있기에 언급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양 감독이 아쉬워한 경기는 모두 불펜이 무너진 경기였다. 어떻게든 흐름을 다시 찾아와야 하는 LG다. 그리고 작년처럼 승리의 흐름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현저하게 약해진 팀 불펜이 살아나야 한다. 올스타브레이크까지 남은 경기는 8경기. 과연 양상문 감독이 전반기의 남은 경기동안 어떻게 흐름을 되찾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 = 스포츠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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