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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잠실=박대웅 기자] 76일 만에 1군 무대를 밟은 두산 고영민(31)이 눈부신 활약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두산은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전에서 연장 10회 승부 끝에 8-7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두산은 지난 LG전 패배의 아쉬움을 씻고 42승31패를 기록, 같은날 한화에 패한 NC를 밀어내고 2위로 한 단계 올라섰다.

두산은 3-7까지 뒤져있던 상황에서 타선의 강력한 뒷심을 앞세워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작성했다.

이 가운데 고영민의 활약이 단연 빛났다. 이날 고영민은 7회말 로메로가 몸에 맞는 볼로 손등에 통증을 호소하면서 8회부터 대수비로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4월18일 롯데전 이후 무려 76일 만에 밟는 1군 무대였다.

고영민은 곧바로 진가를 드러냈다. 8회말 오재원의 솔로 홈런을 통해 5-7로 한 점을 더 따라붙은 이후 2사 만루의 천금 같은 기회가 고영민을 찾아왔고, 그는 김대우를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중전 안타를 때려내 승부를 7-7 원점으로 되돌렸다.

고영민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승부가 연장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10회말 또다시 1사 1, 3루의 끝내기 기회를 잡게 됐고, 이번에는 김정훈을 상대로 좌전 안타를 기록해 치열했던 대혈투에 마침표를 찍는 역할까지 해냈다.

한 때 국가대표 2루수로 활약하며 최고의 영광을 누렸던 고영민이지만 최근 3년 동안에는 이렇다 할 기회조차 제대로 잡아보지 못하면서 마음고생에 시달려야만 했다. 팬들의 뇌리에서도 이름 석 자가 조금씩 지워지고 있던 시점에서 고영민의 이번 활약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경기 직후 고영민은 “무조건 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끝내기 안타 당시의 상황을 돌아본 뒤 “팀이 승리를 거둬서 가장 좋고, 앞에서 선수들이 기회를 만들어줬는데 좋은 타격과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다”며 활약에 대한 기쁨을 드러냈다.

고영민은 이어 “그라운드에 나가면 여전히 허슬 플레이를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그동안 잊힌 시간을 딛고 이날은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조금은 더 뜻깊었다”는 솔직한 소감을 전한 뒤 “순위싸움에서 매 경기가 중요한 시점이고, 뒤늦게 출전하게 된 나 개인적으로도 소중한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선발이든 백업이든 자리를 가리지 않고 계속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한편 고영민은 “오늘 경기에서 사실 선발로 출전할 줄 알고 밥도 많이 먹지 않았고, 아내와 아이를 불렀는데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중간에 투입될 기회가 있어서 너무나도 다행이었고,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다”는 뒷이야기를 공개해 감동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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