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외야수 이성열(연합뉴스 자료사진)
주전 선수가 불의의 부상으로 빠졌는데,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다른 선수가 맹타를 휘두른다.

프로야구팀으로서 이보다 더 만족스러운 상황은 많지 않다.

27일 대전 홈 경기에서 KIA 타이거즈를 8-4로 꺾은 한화 이글스와, 3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활약한 이성열(31)의 상황이 딱 그랬다.

한화는 전날 KIA전에서 올 시즌 타율 0.352을 기록 중이던 주전 우익수 김경언이 오른쪽 종아리를 다쳐 공격력에 큰 손실을 입었다.

타격 약화가 우려됐던 이날 한화의 타선을 이끈 것은 지난달 8일 트레이드로 넥센 히어로즈에서 데려온 좌타 외야수 이성열이었다.

이성열은 이적 후 첫 두 경기에서 6타수 3안타 1홈런 3타점을 쏟아내며 큰 화제를 일으켰다.

한동안 주전 기회를 받으면서 넥센에서 후보로 밀렸던 설움을 씻어내는가 싶었지만 이내 벤치를 지키는 날이 더 많아졌다.

더욱이 한화가 새 외국인 선수로 내·외야 모두 소화 가능한 제이크 폭스를 데려오면서 이성열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그러나 폭스가 23일 주루 도중 허벅지를 다친 데 이어 김경언마저 빠지면서 헐거워진 한화 외야의 한 자리가 이성열에게 돌아왔고, 그는 다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한화가 1-3으로 끌려가던 5회말 2사 1, 2루에서 그는 2볼-2스트라이크 불리한 카운트를 딛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우선상 2타점 2루타를 날리고 포효했다.

이성열은 "불리한 볼 카운트일수록 몸쪽으로 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운 좋게 실투가 왔다"고 기뻐했다.

그는 "최근 경기에 자주 못 나와서 힘들었는데 훈련 과정에서 자신감을 찾았다"며 "오늘 이후로 컨디션을 회복해서 앞으로 잘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호쾌한 방망이에 비해 약점으로 지적되던 수비도 이날은 손색없었다.

이성열은 5회초 KIA 공격 때 1사 1, 2루 위기에서 김민우의 큼지막한 타구를 펜스 앞까지 쫓아가 잡아내는 호수비를 펼쳤다. 거의 넘어갈 뻔한 타구였다.

김성근 한화 감독도 이성열의 활약에 반색했다. 김 감독은 "타선 연결이 잘 됐고, 이성열이 중요할 때 잘 쳤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위기를 기회로, 기회를 기쁨으로 만든 이성열의 활약은 주전 야수들의 줄부상으로 실의에 빠진 한화에 희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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