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제공
[스포츠한국 조형래 기자] 롯데 오승택(24)의 ‘장타 잠재력’이 순간 대폭발했다. 대형 내야수의 자질은 충분했지만 한 순간의 계기가 필요했는데, 그 계기를 드디어 선보였다. 롯데의 내야진은 다시 경쟁과 긴장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됐다.

오승택은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 8번 3루수로 선발 출장해 3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5타수 5안타 7타점 4득점의 불꽃 방망이를 휘두르며 팀의 19-11 승리를 이끌었다.

맞는 족족 장타로 연결시켰다. 첫 타석 2루타로 포문을 연 오승택은 두 번째 타석 투런포, 세 번째 타석에선 스리런, 다시 네 번째 타석에서 투런 홈런을 기록했다. 3연타석 홈런은 역대 39번째 대기록이다. 그리고 마지막 타석에서 2루타를 추가하며 한 경기에 16루타를 적립, 한 경기 최다 루타 타이 기록까지 세웠다.

지난 2011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에 지명된 오승택은 건장한 체구(186cm, 85kg)로 대형 내야수로 기대를 모았다. 입단 이후 1년 만에 경찰청에 입대해 일찌감치 군 문제를 해결하고 지난해 롯데로 컴백했다. 컴백 이후 지난해 1군에서 간간히 출전해 기회를 잡으며 57경기 출전 타율 2할4푼4리 1홈런 5타점의 기록을 남겼다.

오승택은 주전 3루수 황재균의 햄스트링 통증으로 인해 지난 22일 사직 LG전부터 주전 3루수로 선발 출장 기회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잠재돼 있던 방망이 솜씨를 폭발시켰다. 또한 이날은 타격에 비해 불안정하다는 수비에서도 여러 차례 안정된 포구와 송구를 선보이며 주전 3루수 황재균의 공백을 지워 버렸다. 황재균의 햄스트링 통증이 가시기 전까지는 오승택에게 계속해서 기회가 주어질 전망이다.

올 시즌 이종운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경쟁을 통해 주전들을 보좌할 수 있는 백업 자원들의 성장을 노렸다. 지난해 기회를 많이 얻은 편인 오승택을 중심으로 kt로 트레이드 된 이창진, 그리고 신인급들인 오윤석, 김대륙, 강동수, 전병우 등이 이종운 감독의 눈에 들어왔다. 이 중 오승택은 이들 가운데 앞선 타격 재질 바탕으로 주 포지션인 유격수는 물론 내야 전 포지션에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시켰다.

이 감독이 기대했던 것처럼 오승택이 활약을 펼치자 기존 내야수들 역시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오승택의 맹타는 다시 한 번 롯데 내야진에 지각 변동을 몰고 올 전망이다. 햄스트링 통증으로 결장했던 황재균은 위기를 느꼈는지 24일 경기에서 대타로 나서자마자 대형 투런 홈런으로 무력시위를 펼쳤다.

기존 키스톤 콤비 문규현과 정훈도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다. 현재 주전 유격수는 문규현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시즌 초만 해도 오승택과 번갈아 선발 출장했다. 내야진의 중심이라는 유격수의 특성상 수비에서 문규현이 비교 우위에 있지만 오승택의 활약 여하에 따라 다시 경쟁 체제로 전환될 수 있다.2루수 정훈은 오승택의 활약에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훈은 타율 3할1푼8리 3홈런 25타점 8도루로 타격만큼은 밀리지 않지만 수비에서 벌써 8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24일 경기에서도 8회초 LG에 추격의 빌미를 제공한 실책을 기록했고 3회초에도 뜬공 타구를 놓치며 선제 실점을 허용했다. 지난 17일 수원 kt전에서도 실책을 저지른 뒤 곧장 오승택과 교체된 바도 있다.

아직 오승택의 신분은 백업 내야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탄탄한 백업은 언제든 주전으로 상승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 자리다. 강팀의 조건은 주전과 백업의 격차가 적다는 것. 오승택은 서서히 주전들과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 그리고 롯데 내야진에 다시 치열한 경쟁을 몰고 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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