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광주=김성태 기자] 아무리 힘들고 외로워도 꾸준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그 결실은 분명 이루어진다. 어찌보면 더 이상의 선수생활은 없을 것이라 여겨졌다. 한 때,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지만 이제는 전성기를 지나 선수생활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 그래도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팀을 위해 헌신하고 스스로의 목표를 위해 달리고 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최희섭이다.

KIA 최희섭(36)은 지난 21일 사직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4회 1사에서 상대 선발 구승민을 상대로 홈런을 쳐내며 자신의 시즌 6호 홈런을 기록했다. 지난 4월 19일 넥센전 이후 32일만에 나온 홈런. 하지만 이날 홈런이 무엇보다 반가웠던 이유는 바로 최희섭의 개인통산 100호 홈런이었기 때문.

거기에 최희섭의 100호 홈런은 KBO리그 통산 70번째이자 역대 최고령(36세 2개월 5일)으로 기록되면서 더욱 남다른 의미를 가지게 됐다. 꾸준함과 더불어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나올 수 있는 쉽지 않은 기록. 그렇다면 최희섭 본인이 가지고 있는 '100호 홈런'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전날 삼성전을 앞두고 최희섭이 덕아웃에 모습을 드러냈다. 가벼운 감기 기운으로 인해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다. 혹여나 팀 동료 선수들에게 감기가 옮겨갈까봐 조심스러웠다는 최희섭은 100호 홈런에 축하한다는 이야기에 웃으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우선 100호 홈런을 쳤을 때, 두 가지 생각이 났다. 지난 시즌까지 부상으로 인해 슬럼프가 길어졌고 심지어 작년에는 '이제 더 이상의 선수생할은 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94개 홈런에 끝이 나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야구를 다시 할 수 있었기에 100호 홈런을 쳐낼 수 있었다.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났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희섭은 다른 하나의 의미로 "무엇보다 기회를 주신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께 감사한 마음이 크다. 홈런 치고 나니 그런 마음이 들었다"라고 솔직담백하게 이야기 하기도 했다. 그만큼 최희섭에게 KBO리그 통산 100호 홈런은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최희섭은 한국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 내야수로 활약했던 선수였다. 2007년 고려대 재학 시절, 시카코 컵스와 계약하며 미국에 진출했던 그는 이후 플로리다 말린스, LA 다저스를 거쳐 보스턴, 탬파베이에서 뛰며 6년 동안 메이저리거로 활약했다.

2007년에 해외파특별지명을 통해 KIA로 둥지를 옮긴 최희섭은 2009년에 33홈런, 2010년에는 21개의 홈런을 쳐내며 리그 정상급 타자로 우뚝 섰다. 하지만 이후 부상과 난조가 겹치면서 시즌 초반에만 좋은 성적을 기록하다가 후반기가 되면 조용히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100경기 미만으로 출전하며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최희섭은 2014시즌에는 아예 1군 무대에 올라오지 못했다. 그렇게 최희섭이라는 선수는 더 이상 잊혀져 갔다. 팬들 역시 그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았다. 연봉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제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함평 산사나이'라는 별명 역시 2군 구장이 있는 함평에 오래 있다보니 생겨난 별명.

하지만 김기태 감독이 새롭게 부임한 이후, 최희섭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그는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불태우기 위해 복귀를 강력하게 희망했고 스프링캠프에서 피땀 흘려 준비했다. 김 감독 역시 그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면서 최희섭은 지금까지 1군 무대에서 뛰고 있다.

최희섭 역시 "팀과 더불어 팬 여러분들에게 뭔가를 보여드렸다는 점과 좋은 기록을 남기게 되어서 기분이 좋고 감사하다. 만일 미국에 가지않고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꾸준히 했었다면 더 많은 홈런을 쳐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처음 야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나에게 목표는 오로지 메이저리그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후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팀 우승을 위해 열심히 달렸다. 2009년에 우승한 이후, 하나의 목표는 달성했지만 개인적인 타이틀이나 기록은 없었다. 이후 좋지 않은 모습만을 보여드렸지만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하나씩 이겨냈기에 이번처럼 생각하지 못한 기록이 만들어진 것 같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하나하나 쌓이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현재 KIA에 있어 최희섭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4번 타자 나지완이 부진으로 허덕이고 있기에 홈런을 쳐낼 수 있는 힘을 가진 타자가 팀 내에 손에 꼽을 정도. 그만큼 경험과 더불어 뛰어난 선구안, 그리고 장타력까지 지닌 최희섭이 팀 내에 있다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최희섭은 여전히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매 경기에 임하고 있다. 그는 "어쩌다보니 나이가 벌써 1979년생 37살이 됐다. 앞으로 야구 인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남은 야구인생에서 더 좋은 모습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힘든 과정과 실패 속에서도 제 자신이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기에 얻을 수 있었던 기록이었다.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KBO리그에서 뛰었던 수많은 선수들 가운데 70번째이자 최고령 100호 홈런의 주인공이 된 그는 이제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팀 동료이자 광주일고 메이저리거 3인방인 서재응, 김병현과 함께 말이다. 개인기록에 대한 목표가 이루어졌으니 다른 목표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최희섭은 "서재응, 김병현 선수와 함께 팀의 11번째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 우승하고 은퇴하는게 맞다"라고 자신의 선수생활 마지막 목표를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사진 = KIA 인스타그램, 스포츠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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