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제공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두산 노경은(31)이 1,373일 만에 값진 세이브를 추가했다.

두산은 지난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4-3으로 승리를 거두고 3연패에서 탈출, 2위(23승16패)로 한 계단 도약했다.

선발 유희관이 6.2이닝 3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6승(1패)을 챙긴 가운데 두산은 이날 5회말 첫 리드를 잡은 이후 더 이상의 추가 실점을 내주지 않은 끝에 1점 차 살얼음판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두산에게도 위기의 순간은 있었다. 8회초 두 번째 투수 이재우가 1사 후 박정권에게 중전 안타를 내줬고, 곧바로 대주자 김재현에게 2루 도루를 허용한 것. 이에 흔들린 듯 정상호에게 몸에 맞는 볼까지 던지면서 어느덧 역전 주자가 베이스에 섰다.

김태형 감독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노경은을 곧바로 마운드에 투입시켰다. 지난 8일 잠실 한화전 이후 약 보름 만에 마무리 보직을 짊어지게 된 노경은은 김성현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3루수 땅볼을 유도해내며 첫 고비를 무사히 넘겼다. 그러나 여전히 2사 2, 3루에 놓이면서 안타 한 방이면 역전을 허용할 수도 있었던 상황.

노경은은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했다. 대타 조동화마저 2루수 땅볼로 잠재우며 한숨을 쓸어내렸고, 9회에도 세 타자를 모두 내야 땅볼로 묶어 팀의 최종 승리를 지켜냈다. 마지막 타자 박재상의 투수 땅볼 때는 다소 불안한 1루 송구를 하면서 최초 세이프가 선언되기도 했으나 합의 판정 속에 결국 아웃으로 번복돼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1.2이닝, 5명의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하면서 지난 2011년 8월18일 LG전 이후 무려 1,373일 만에 세이브(통산 4세이브)를 챙기는 기쁨을 누렸다.

당초 노경은은 올시즌 두산의 마무리투수로 낙점됐지만 스프링캠프 훈련 도중 타구에 턱을 맞아 골절상을 입는 악재에 부딪혔다. 결국 개막 한 달이 지나고서야 복귀전을 치를 수 있었다.

지난달 28일 kt와의 시즌 첫 등판에서는 팀이 4점 차로 앞선 9회에 마운드에 오르며 별다른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다. 김 감독 역시 부담감을 줄여주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며 노경은의 보직을 중간에서 시작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이후 노경은은 주로 마무리 바로 앞쪽에서 투입 되거나 혹은 팀이 패하는 경기에서만 마지막으로 등판하는 등 김 감독이 예고한 방침대로 컨디션을 끌어올릴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마무리를 책임지고 있던 윤명준이 5월부터 극심한 하락세를 나타내기 시작했고, 야수들의 도움마저 뒷받침 되지 못하는 등 심리적으로까지 크게 부담을 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결국 김태형 감독은 지난 19일 노경은과 윤명준의 등판 순서를 서로 바꾸는 계획에 대해 살짝 암시한 뒤 다음날 코칭스태프와의 상의를 거쳐 이를 실천으로 옮기기에 이르렀다.

김 감독은 “윤명준 스스로 부담감과 트라우마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대로 밀어붙이는 것은 선수를 위해서라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마무리를 맡는 것보다는 부담감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서둘러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윤명준에게는 이번 보직 이동이 좋은 약으로 작용하기를 기원했다.

그는 이어 “노경은은 최근 본인의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구속도 올라왔고 감각을 되찾은 것 같다”며 노경은이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이상 ‘윤명준 셋업-노경은 마무리’ 체제를 가급적 더 이상은 변화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때문에 노경은마저 무너졌을 경우 두산으로서도 마땅한 클로저 대안을 찾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설상가상 윤명준은 지난 21일 잠실 삼성전에서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지만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볼넷과 투런 홈런을 차례로 내주며 부담을 줄여준 상황에서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노경은이 마무리투수로는 시즌 첫 세이브 상황에 등판해 제 몫을 다해내면서 두산으로서도 우선은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김태형 감독도 경기 직후 “노경은이가 마무리로서 제 역할을 해줬다”며 안정적인 활약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노경은이 이같은 모습을 꾸준히 이어갈 필요가 있지만 지난해 심리적인 부분에서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날 성공적인 첫 등판은 본인의 자신감 상승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노경은은 이번 SK전을 포함해 올시즌 10경기에서 1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3.60(10이닝 8피안타 5볼넷 8탈삼진 4자책점)을 기록하며 철벽 마무리로 거듭날 채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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