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제공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4월의 MVP’ 안영명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마운드에 선다. 그가 지난달의 위엄을 뽐내며 한화의 3연승을 이끌 수 있을까.

한화는 23일 수원 kt wiz 파크에서 열리는 kt전에 안영명을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올시즌 14경기(선발 8경기)에 등판해 4승무패 1홀드 평균자책점 4.17을 기록 중인 안영명은 특히 4월까지 평균자책점 1.69(26.2이닝 5자책점)를 기록하는 호투 속에 4월의 MVP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선발 등판으로만 범위를 좁히면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1.1이닝 3실점(1자책점)의 짠물 피칭을 선보이며 4경기를 모두 승리로 쓸어 담은 것.

하지만 지난 6일 kt전에서 4.1이닝 5실점을 기록하며 주춤한 것을 시작으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는 안영명이다. 특히 5월 셋째 주에는 김성근 감독이 안영명을 3번이나 마운드에 올리는 초강수를 뒀지만 단 한 번도 3이닝 이상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조기 강판됐다. 5월 성적만 놓고 보면 평균자책점이 10.80(10이닝 12자책점)까지 치솟았다.

물론 지나치게 짧은 간격의 등판이 과부하를 불러온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그가 책임진 이닝과 투구수를 감안하면 순서만 가장 앞쪽에 배치됐을 뿐 일반적인 불펜투수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투입 양상을 보였다. 본인 스스로 빠른 피로도 회복 및 연투 능력을 가장 자부해왔고,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일에도 익숙했던 선수이기 때문에 단순히 혹사에 의해 하락세가 나타났다고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

즉, 선발진에 누수가 생긴 위기 상황에서 연이어 등판해야 한다는 심리적인 압박감, 호투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상대팀의 철저한 분석, 이로 인해 초반까지는 쏠쏠한 재미를 봤던 결정구 슬라이더를 비롯한 체인지업, 커브 등의 변화구가 타자들에게 읽힌 요인들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외야로 날아가는 타구의 빈도가 급격히 높아졌고, 실제 피안타율과 피장타율 수치가 치솟은 점은 그의 구위가 다소 저하돼 있음을 의미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때문에 김성근 감독은 안영명에게 17일 넥센전 55구를 던지게 한 것을 마지막으로 5일 간의 충분한 휴식을 부여했다. 4연승을 따냈을 당시의 휴일 간격(5일 2회, 6일 1회)대로 상황을 되돌린 것. 물론 6일 kt전과 12일 삼성전 역시 5일 동안 쉬고도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나 최소한 지난 2경기에서 가져야 했던 압박감을 털어낼 시간은 모처럼 충분히 벌었다.

공교롭게도 안영명이 다시 만난 상대는 하락세의 시작을 알렸던 kt 타선. 첫 대결을 펼친 직후 안영명은 “올시즌 가장 집중했고 아드레날린을 최대한 끌어올렸는데 결과가 좋지 못했다”며 분한 마음을 내심 드러내기도 했다. 설욕에 대한 각오가 그만큼 남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화는 최근 2경기에서 탈보트와 배영수가 그동안의 부진을 딛고 올시즌 최고의 역투를 선보였다. 탈보트는 SK 타선을 상대로 5.1이닝 1실점을 기록, 4경기 만에 5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 올시즌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6개) 타이기록을 세웠다. 배영수는 kt를 맞아 한화 선발진 가운데 올시즌 한 경기 가장 많은 7.1이닝을 소화, 6피안타 1볼넷 6탈삼진 3실점으로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이처럼 김성근 감독이 5월의 키플레이어로 꼽았던 두 투수의 연이은 호투로 한화는 위기에서 극적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 왔던 안영명이 이 시점에서 엇박자를 내면 결국 그 이상 치고 올라갈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한화의 현 상황이다.

단지 본인이 등판한 선발 8경기에서 7승1패를 기록했다는 사실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팀 승리를 직접 이끌 수 있는 4월의 눈부셨던 안영명으로 반드시 되돌아올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