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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잠실=박대웅 기자] 팀이 어려운 순간에 해결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투수를 에이스라고 부른다. 언제나 과소평가를 받아왔지만 두산 유희관(29)에게도 이제는 에이스의 호칭이 전혀 아깝지 않다.

두산은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4-3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두산은 시즌 23승16패(승률 0.590)를 기록, SK를 밀어내고 2위로 한 단계 올라섰다.

지난 17일 KIA전 패배를 시작으로 두산은 삼성과의 주중 2연전마저 모두 놓치며 충격의 3연패에 빠진 상황이었다. 특히 20일 경기에서는 6-25라는 한 경기 역대 최다 실점 2위라는 불명예까지 떠안으며 무기력하게 무너졌고, 다음날에는 에이스 니퍼트가 선발로 나섰지만 6이닝 4실점에 그치며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전까지 삼성전 통산 13승1패 평균자책점 2.33으로 맹활약해왔던 니퍼트였기 때문에 1패 이상의 여파가 있었다.

치열한 선두권 경쟁을 펼치고 있던 SK와의 이번 주말 3연전이 두산으로서는 부담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유희관이 이번에도 믿음직한 모습을 통해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이날 유희관은 6.2이닝 동안 무려 112개의 공을 던진 가운데 6피안타(1피홈런) 3볼넷 2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물론 SK 타선을 완벽하게 압도하지는 못했고, 직구(44구) 최고 시속 역시 134km에 불과했지만 체인지업(30구), 슬라이더(22구), 커브(11구), 싱커(5구) 등 다양한 변화구와 함께 영리한 경기 운영을 앞세워 팀의 리드를 이끌었다.

타선이 5회말 극적인 역전을 이뤄내면서 승리투수 요건 이닝을 충족시킨 유희관은 6회 더욱 힘을 내며 시즌 6번째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이미 104개의 공을 던진 상황에서도 7회까지 마운드에 서는 투혼을 선보였다. 좌타자 이명기와 박재상까지 순조롭게 범타 처리한 뒤 비로소 이재우에게 공을 넘기고 이날 역할을 마쳤다.

마지막까지 두산이 리드를 지켜내면서 유희관은 시즌 6승(1패) 고지를 밟는데 성공했다. 피가로(삼성), 밴헤켄(넥센)과 함께 다승 공동 선두로 올라서며 토종 투수의 자존심을 굳게 지켰다.

유희관은 지난 2013년 10승7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53의 성적을 남겨 2009년 데뷔 이후 5년 만에 본인의 이름 석 자를 수많은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이듬해 역시 12승9패 평균자책점 4.42의 성적으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획득했다. 두산 좌완 투수로서는 역대 최초로 이뤄낸 업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희관은 느린 구속과 함께 종종 나타나는 기복으로 인해 실력만큼의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유쾌한 성격이 독으로 작용할 때도 있었고, ‘게으르다’는 근거 없는 소문까지 떠돌면서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희관은 지난해 토종 투수 중 가장 많은 177.1이닝(전체 4위)을 소화했고, 퀄리티스타트(14회, 전체 10위) 역시 양현종(17회), 김광현(15회) 등 ‘국내 최고의 좌완 에이스’들과 막상막하의 경쟁을 펼치는 등 누구보다 꾸준히 제 몫을 다해줬던 선수였다.

올해에는 이보다 더 좋은 페이스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름값을 떼어놓고 기록으로만 살펴볼 경우 사실상 니퍼트, 장원준 등을 넘어서는 팀 내 대들보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두산은 5월 초반 삼성에게 2연패를 당하며 분위기가 좋지 못했다. 당시에도 유희관이 5월5일 어린이날 호투(6이닝 2실점)를 통해 팀 사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수행했으며, 그는 다음 등판(5월10일 한화전)에서 생애 첫 완봉승의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이처럼 '느림의 미학'에 한계란 없다. 유희관이 과소평가를 받을 이유는 더더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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