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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김성태 기자] 최근 KIA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은 승패를 떠나 볼거리가 많다는 점에서 큰 재미를 느끼고 있다. 특히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고 시도조차 없었던 최고의 수비 시프트를 보게된 팬들은 실소와 함께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 자신의 부족한 점을 솔직하게 드러낸 김기태 감독의 한 마디에 팬들 역시 울다가 웃기도 했다.

KIA는 13일 광주 경기에서 연장 10회말에 터진 김민우의 끝내기 홈런으로 9-8 승리를 거두며 kt를 상대로 6전 전승을 기록하게 됐다. 짜릿한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의 기쁨을 누린 팬들은 이전 9회에 상당히 진귀한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당시 상황은 이렇다. 5-5로 팽팽하게 맞선 9회초, KIA의 마운드에는 심동섭이 있었다. kt는 박기혁과 이대형의 안타와 볼넷, 그리고 신명철의 희생번트로 1사 2, 3루의 천금 같은 기회를 얻게 됐다. 이후 하준호의 내야땅볼이 박기혁을 잡아내는 수비로 연결되며 2사 2, 3루가 됐다.

타석에는 4번 김상현이 들어섰다. 최근 타격감이 올라온 김상현을 상대로 정면승부를 하기엔 부담이 있었다. 단 한 방으로 3점을 내주면 패배나 다름없었기 때문. 결국 김상현을 고의4구로 거르기로 했다. 하지만 KIA 벤치는 생각하지 못한 추가 지시를 내렸다. 3루수 이범호를 포수 이홍구의 뒤쪽으로 이동시켜 수비를 하게 한 것.

고의4구가 뒤로 빠져 폭투로 이어진다면 3루 주자가 홈플레이트를 밟으며 추가실점이 나올 것을 대비한 김기태 감독의 판단이었다. 1점차 승부라고 생각한 김기태 감독의 극단적인 수비시프트였다. 하지만 이 시프트는 곧바로 제지가 됐다.

야구 규칙 4.03에 따르면 '경기 시작 또는 경기 중 인플레이 상황에서는 포수를 제외한 모든 야수가 페어 지역 안에 위치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결국 비어버린 3루 자리에 이범호는 다시 돌아갔고 심동섭은 고의사구로 김상현을 내보냈다. 이후 교체된 윤석민이 마무리를 하면서 KIA는 무사히 이닝을 끝냈다. 이후 10회말, 김민우의 끝내기 홈런으로 KIA의 짜릿한 승리.

김기태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규칙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물론 프로야구 감독이 규칙을 알지 못하고 그러한 지시를 내렸다는 것은 어찌보면 부끄럽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솔직하게 자신이 부족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감독 입장에서는 쉬운 발언은 아니었다.

물론 고의4구를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러나 김 감독은 만일의 경우,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이범호를 포수 뒤로 보냈다. 팀 승리를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감독 입장에서는 규칙을 위반했기에 실행이 되지 않았을 뿐, 시도자체를 나쁘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만큼 경기를 이기고 싶어하는 김 감독의 간절한 바람이 전날 시프트와 같은 독특한 장면을 만들어 낸 것이다. 팀이 결국 승리를 했기에 김 감독의 수비시프트는 그나마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말 그대로 승리를 향한 굳은 의지가 담긴 김기태 감독만이 할 수 있는 '김기태 시프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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