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김성태 기자] 10개 구단 중 첫번째 외국인 선수 방출이다. 이전에 보여줬던 명성으로는 더이상 한국무대에 살아남기 쉽지 않다. 부상과 더불어 제 몫을 해내지 못한다면 팀을 떠나야 하는 것은 어떤 외국인 선수든 마찬가지다.

두산은 4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외국인 타자 잭 루츠의 웨이버공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상당히 빠른 결정이었다. 하지만 충분히 납득이 갈만한 상황.

초반에는 큰 기대를 걸었다. 잠실을 홈 구장으로 쓰고 있는 두산 입장에서는 125m가 넘는 담장을 훌쩍 넘길 수 있는 거포형 타자로 루츠를 영입했다. 하지만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1군 무대에 제대로 출전하지 못했다.

4일 현재 그는 단 8경기만 출전해 27타수 3안타 타율1할1푼1리 1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이미 25경기 이상 치른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가 10경기도 채 뛰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4월 5일까지 7경기를 치렀지만 3안타 1홈런에 그쳤다. 이후 루츠는 허리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21일 목동 넥센전에 다시 나갔다. 하지만 이틀 동안 5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이후 루츠의 모습을 1군에서 볼 수 없었다.

이미 팀 타율에서도 넥센(2할8푼7리) 다음으로 2할8푼2리를 쳐내며 리그 2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홈런은 삼성(41개), 넥센(37개), 롯데(38개)에 비하면 다소 부족한 29개. 물론 루츠가 제 몫을 해줬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기에 두산 역시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었다.

루츠의 방출, 다른 외국인 타자들의 행보는?…'나 떨고 있니'

일반적으로 외국인 선발 자원은 팀 내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실력만 제대로 보여준다면 오래오래 팀에 남을 수 있다. 또한 투수 자원 자체가 교체를 하더라도 마땅히 데려올 선수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외국인 투수는 타자에 비해 그나마 사정이 낫다.

하지만 타자는 제 실력을 조금이라도 발휘하지 못하거나 조금이라도 부상이 생긴다면 언제든 교체가 가능하다. 애초에 팀 타선이 강한 팀일수록 외국인 선수의 부담은 클 수 밖에 없다. 루츠의 방출로 인해 타 팀 타자들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두산을 제외한 9개 구단 가운데 가장 출전기회가 적은 외국인 선수는 바로 넥센의 스나이더다. 지난 시즌, LG에서 뛰었던 스나이더는 포스트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시즌 후, LG를 떠나 넥센으로 입단했다.

좌타 거포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고 타자친화구장으로 알려진 목동을 홈으로 사용하고 있기에 충분히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 스나이더 카드는 나쁘지 않았다. 피츠버그로 떠난 강정호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는 스나이더의 역할이 더욱 중요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기대 이하였다. 4일 현재 스나이더는 모두 17경기에 나와 49타수 9안타 타율 1할8푼4리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홈런이 단 하나도 없다는 점. 이미 37개의 팀 홈런을 쳐낸 넥센 입장에서는 스나이더의 부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방망이 팀'의 모습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후, 1군에서 제외된 스나이더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 밖에 없다.

한화 모건 역시 마음이 조급하다. 모두 10경기에 나와 33타수 9안타 타율2할7푼3리 5타점을 기록했다. 특유의 세리머니로 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기도 했지만 너무 남발한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타격 역시 부진에 빠지며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2군 경기에는 꾸준히 출전하고 있지만 1군에 올라와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에 불안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

LG 한나한 역시 쉽지 않은 상황. 10개 구단 외국인 타자 가운데 유일하게 1군에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종아리 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LG의 지상과제였던 3루 거포의 빈 자리를 채울 것이라 기대했지만 개막 후, 한 달이 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니 답답할 노릇.

팬들 역시 'LG가 사이버타자를 영입했다', '2군 구장이 있는 이천에 있다고 하는데, 얼굴도 모르겠다'라는 말을 꺼낼 정도. 양상문 감독은 최근 부진에 빠진 팀 타선의 해결책으로 한나한 투입을 고려하고 있지만 시기는 아직 미정. 지명타자 출전도 고려하고 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수비로 정평이 난 그를 수비 없이 타자로만 쓰기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사진 = 두산 루츠, 넥센 스나이더, 한화 모건, LG 한나한. 스포츠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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