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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조형래 기자] 롯데 투수진이 새로운 판을 짜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롯데의 선발 투수진은 현재까지 10개 구단 중 가장 안정적이고 확실하다. 조쉬 린드블럼-브룩스 레일리-송승준-이상화-심수창의 5인 선발로테이션이 착실하게 돌아가고 있다. 평균 5.2이닝을 던졌고 평균자책점 3.91을 마크하며 '선발 야구'의 위력을 떨치는 중이다. 유일한 선발 평균자책점 3점대 팀이 바로 롯데다.

그러나 불펜진으로 눈을 돌려보면 180도 다르다. 불펜진은 선발들이 다져놓은 승리의 발판들을 뒤집어 엎어놓았다. 불펜진 평균자책점 6.07로 선발진에 비해 약 1.5배 높고 가장 많은 7번의 역전패를 당했다.

이종운 감독은 불펜진의 부진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달라고 하는 등 장점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했지만 눈에 띄는 불펜진의 부진은 롯데가 더 높은 순위에 오르지 못한 원흉이었다.

어떻게든 변화가 필요했다. 그런 가운데 kt와의 대형 트레이드가 터졌다. 지난 2일 롯데는 장성우, 최대성, 하준호, 윤여운, 이창진 등 5명의 선수를 kt로 보내고 박세웅, 이성민, 조현우, 안중열을 받아오는 '빅딜'을 성사시켰다.

이종운 감독의 '애제자'이자 강민호에 가로 막혀 날개를 펴지 못한 장성우를 보냈지만 반대급부로 박세웅과 이성민이라는 kt의 유망주이자 즉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투수 2명을 받았다..

박세웅과 이성민의 존재로 인해 롯데는 선발과 불펜의 보직 정리가 필요하게 됐다. 이성민은 kt에서도 구원으로 활약했기에 구원진에 합류하는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3일 경기에서도 심수창에 앞서 1.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내려갔다.

문제는 박세웅의 보직. kt 조범현 감독은 박세웅을 총애하며 장차 '토종 에이스'로 키워낼 생각이었다. 올해 6번의 등판이 모두 선발 등판이었다. 구종 역시 빠른공과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다양하게 구사하며 선발 투수로의 요건을 갖췄다. 만약 박세웅이 선발로 나선다면 기존 선발진 가운데 누군가 한 명은 불펜으로 돌아서야 한다.

일단 지난주 변화의 복선은 감지됐다. 지난주 이전까지 3경기에 선발 등판했던 심수창이 불펜으로 2번이나 등판한 것. 지난달 30일 목동 넥센전에서 선발 린드블럼의 뒤를 이어 3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기록했다. 전날(4월 29일) 예정돼 있던 선발 등판이 취소되면서 감각 유지 차원에서 구원으로 등판해 감각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불펜진에 휴식을 안겼다.

그리고 트레이드 직후인 3일 대전 한화전, 심수창은 다시 한 번 6회말 2사 만루에서 팀의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2.2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내며 홀드를 따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기존에 문제없이 돌아가던 선발 로테이션을 손대지 않고 박세웅을 구원 투수로 활용하는 것이다. 지난주 우천으로 등판 간격을 맞추기 힘들었던 심수창의 불펜 등판은 부업으로 끝내고 선발로 다시 나서면 된다.

그러나 기존 불펜들 가운데 믿음을 줄 수 있는 선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3일 경기에서도 심수창이 9회 1사후 내려간 직후 이명우와 김성배가 올라왔지만 2개의 아웃카운트를 쉽사리 잡지 못하고 2점을 내주며 불안을 증폭시켰다. 심수창의 존재감은 더욱 높아졌다.

심수창의 불펜 등판은 기존 불펜진의 불안에서 야기된 고육지책이었고 강수였다. 그러나지난주 롯데가 승리한 2경기에서 심수창은 모두 소방수로 등판해 역전의 위기를 원천봉쇄하며 임무를 완수했다. 심수창의 보직 변화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쳐볼 수 있는 상황에서 박세웅이라는 미래의 선발 자원이 합류했다.

결국 롯데는 투수진에 다시 한 번 칼을 들이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과연 이종운 감독은 투수진에 내릴 결단이 앞으로 롯데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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