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박대웅 기자] 한화 권혁(32)이 김성근 감독의 새로운 마당쇠로 자리매김했다.

권혁은 27일 현재 14경기에 출전해 22.1이닝을 던졌다. 팀내에서 그보다 많은 이닝을 책임진 투수는 선발을 모두 포함시켜도 유먼(29이닝)이 유일하다. 탈보트(21.1이닝)와 안영명(21.1이닝)조차 권혁에게는 미치지 못한다. 권혁은 리그에서 유일하게 규정이닝을 채운 불펜투수이며, 출전 경기 수 역시 NC 임정호(16경기)에 이어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단순히 자주 등판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권혁은 1승1패 3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3.63을 기록, 세이브 부문 공동 3위, 홀드 부문 공동 8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최근 6경기에서는 1승 4세이브 1홀드를 몰아서 따내며 매번 팀 승리를 책임졌고, 9.1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권혁은 3이닝을 던진 경기만 벌써 두 차례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한 번은 그 다음날 연투를 했고, 또 한 번은 하루의 휴식만을 취한 뒤 2이닝을 재차 던졌다.

거듭된 부담을 안긴 것이 마음에 걸린 듯 김성근 감독은 지난 22일 LG전에서 경기 도중 마운드로 올라가 권혁의 볼을 어루만지며 미안함과 고마움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쿨한 미소로 화답한 뒤 당시 3세이브째를 챙겼던 권혁은 체력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최근에 오히려 더욱 눈부신 호투를 선보이며 김 감독의 총애를 듬뿍 받고 있다.

권혁은 삼성 유니폼을 입고 있던 지난 2년 동안 90경기에서 71이닝 밖에 던지지 않았다. 이 기간에도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해 수치상으로는 결코 나쁘지 않았고, 탈삼진(79개) 능력 역시 여전히 돋보였다. 하지만 9이닝 당 평균 3.42개의 볼넷을 던지며 제구에서 다소 불안함을 노출했고, 지난해에는 기출루자 득점 허용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등 기복도 심한 편이었다.

때문에 당시 그에게는 ‘권핵’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권오준과 필승 계투진의 중심을 이루던 시절에는 ‘쌍권총’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전성기에서 내려온 뒤 팀내 입지마저 점차 좁아지면서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때때로 핵폭탄이 터지는 재앙을 보는듯한 피칭 내용을 비꼬는 의미가 별명 속에 담겨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권핵’이라는 별명에 ‘핵폭탄’ 대신 팀의 ‘핵심’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충분한 상황이다. 물론 올해도 벌써 피홈런 3방을 얻어맞은 것은 아쉽지만 그는 9이닝 당 1.61개의 볼넷 밖에 허용하지 않는 등 제구를 확실하게 가다듬은 모습이며, 6명의 승계주자 가운데 단 1명에게만 홈을 허용했을 뿐이다.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급격히 높아졌지만 과거의 남다른 배짱이 되살아나면서 오히려 이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권혁은 4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김성근 감독의 첫 번째 마당쇠로 낙점 받았다. 그동안 김 감독은 쌍방울 시절 오봉옥과 김현욱, LG 시절 신윤호, SK 시절 전병두, 정우람, 송은범 등 수많은 마당쇠들을 발굴해냈다. 이들 중에서는 김성근 감독과의 이별 후에도 롱런에 성공한 경우가 있었고, 활짝 만개했던 꽃이 곧바로 저문 사례도 있었다.

권혁이 훗날 어떤 길을 걷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그는 혹사 논란에 대해 오히려 행복하다는 반응을 줄곧 드러냈다. 또한 입단식부터 본인의 어깨가 여전히 싱싱하다는 것을 자신 있게 밝히면서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싶다”는 의지를 함께 드러냈고, 현재 김성근 감독 밑에서 이같은 숙원을 마음껏 풀고 있다. 마당쇠 역할을 기꺼이 자처하고 있지만 그는 동시에 김성근 감독의 황태자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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