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박대웅 기자] 어느덧 ‘염가 봉사’ 또는 ‘열정 페이’와 같은 표현들이 그를 따라다닌다. 한화 김경언(33)이 몸값 대비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팬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김경언은 지난 2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9회말 극적인 결승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한화의 7-6 짜릿한 역전승을 이끌었다.

그가 이날 기록한 안타는 한화의 올시즌 첫 5할 승률 초과를 이끄는 한 방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0-1로 뒤진 4회말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를 성공시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해냈고, 다시 1-2로 주도권을 내준 6회에도 3루 주자를 불러들이는 2루수 땅볼을 기록하며 재차 동점을 만들었다. 8회에는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기어이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역전 드라마를 써냈다.

김경언은 25일 현재 타율 3할5푼5리(76타수 27안타) 2홈런 14타점 10득점을 기록하며 팀 간판 김태균에 전혀 밀리지 않는 성적을 내고 있다. 타율은 전체 공동 4위에 올라있고, 타점과 득점은 팀 내 2위다. 장타율(0.513)과 출루율(0.419), 득점권 타율(0.368)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김경언은 지난해 마지막 4경기를 포함하면 25경기 연속 출루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안타를 생산하지 못한 경기는 단 두 차례뿐이었다. 꾸준한 활약을 펼쳐주고 있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이며,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수비에서도 올해는 큰 실수 없이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김경언은 타율 3할1푼3리 8홈런 52타점 43득점으로 프로데뷔 14년 만에 대부분의 항목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 뒤늦게 기량을 꽃피웠다. 그러나 FA를 앞둔 선수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반짝 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걷어내지 못했다. 결국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획득한 그는 3년 총액 8억5,000만원(계약금 3억원, 연봉 1년차 1억5,000만원, 2~3년차 2억원)에 재계약 도장을 찍었다.

당시 이 금액조차 오버 페이라는 의견이 팬들 사이에서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동안 보여준 것이 부족했기 때문에 나온 평가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상황을 놓고 보면 그는 FA 계약 선수 가운데 몸값 대비 최고의 활약을 펼쳐주고 있는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인보다 약 10배에 가까운 규모(4년 총액 86억원)로 야수 역대 최고액을 경신한 SK 최정(타율 0.339 4홈런 17타점 11득점)과 비교해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으며, 수십억 원대 연봉을 받는데 성공한 그 밖의 다른 야수들보다는 오히려 훨씬 값진 활약을 해내고 있다.

김경언이 ‘오버 페이’라는 평가를 ‘열정 페이’로 뒤바꿀 수 있었던 비결은 수식어 속에서 곧바로 답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열정’이다.

FA 협상 기간 동안 그는 한화에 남아 김성근 감독 밑에서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의욕을 드러내며 마무리캠프에 자발적으로 합류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덥수룩한 수염과 머리카락도 깔끔히 정돈한 뒤 훈련에 매진해왔다. 결국 고치 스프링캠프 홍백전부터 서서히 진가를 드러내며 김성근 감독에게 팀 내 3번타자로서 기대감을 심어주는데 성공했다.

시즌에 돌입한 이후에도 김경언은 경기 전 묵묵히 연습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를 추진하기 가장 어려운 선수이기도 하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는 셈.

사실 김경언이 가야할 길은 아직도 멀고 험하다. 지난해에도 그는 6월까지 타율 3할6푼6리 1홈런 19타점 14득점을 기록하며 팀 내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지만 점차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며 뒷심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전경기 출전을 목표로 두고 있는 올해에는 보다 꾸준함을 선보여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모두에게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는 날이 올 때까지 그는 조용히, 하지만 열정적으로 방망이를 휘두르고 또 휘두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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