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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조형래 기자] 일단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문제는 잠시 덮어졌을 뿐이다. 롯데의 '슬픈 자화상'을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롯데는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5-3으로 승리를 거뒀다. 선발투수였던 조쉬 린드블럼이 시작하고 린드블럼이 끝냈다. 린드블럼은 9이닝 동안 6피안타(1피홈런) 3볼넷 9탈삼진 3실점으로 완투승으로 경기를 완전히 책임졌다.

린드블럼은 이날 무려 124개의 공을 던지며 투혼을 펼쳤다. 기뻐해야 하는 승리지만 마냥 미소만 지을 순 없다. 롯데는 린드블럼에게 어쩔 수 없이 124개의 공을 던지게 해야 했다. 현재 롯데의 치명적인 약점인 허술한 불펜진 때문이다.

앞선 23일 광주 KIA전의 악몽은 쉽사리 잊을 수 없었다. 롯데는 9회말까지 6-2로 앞섰지만 마지막 아웃카운트 3개를 잡지 못한 채 브렛 필에 동점 만루 홈런, 이홍구에 끝내기 사구를 내주며 허탈한 6-7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이날 경기 뿐만 아니라 21일부터 열린 광주 KIA 3연전은 불펜진의 총체적 난국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리즈였다. 첫 경기 KIA 양현종의 역투에 막히며 2-3으로 패한 뒤 두 번째 경기에서 7-6으로 승리하며 만회했다. 그러나 선발 이상화가 6.2이닝 2실점을 기록하고 내려간 뒤 불펜진이 4점을 내주며 진땀나는 승리를 거뒀다. 지난 18일 잠실 두산전에서 최주환에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내주는 등 지난주부터 지속된 불펜 난조의 연장선이었다.

결국 24일 경기를 앞두고 마무리 역할을 맡았던 김승회는 12.2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뒤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문제는 김승회를 내려보내고도 남아있는 불펜진 가운데서 확실하게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롯데는 현재 필승조와 추격조, 패전조의 경계들도 모호하다. 심규범(1홀드 평균자책점 2.08)과 이명우(12경기 1승1패 2홀드 평균자책점 2.89)의 좌완 불펜들 역시 좌타자들만 주로 상대하고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우완 불펜들에게 과부하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형국도 보이고 있다.

이정민은 10경기(8.1이닝) 2패 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7.56, 홍성민이 10경기(9이닝) 1승1패 1홀드 평균자책점 7.00으로 모두 제 몫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11경기(8.1이닝) 4홀드 평균자책점 4.32의 김성배가 그나마 믿을 만한 롯데 불펜이다. 정재훈과 최대성이 퓨처스에 있고, 부상에서 회복중인 정대현과 강영식도 있지만 모두 1군 에서 지원군 역할을 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144경기의 장기레이스를 펼쳐나가기 위해선 선수층의 고른 활약이 있어야 한다. 특히 불펜진은 조기에 체력이 방전되지 않아야 긴 시즌을 버텨나갈 수 있다. 또한 잡아야 하는, 잡을 수 있는 경기를 잡아내야 순위표 위쪽에 자리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롯데는 잡아야 하는, 잡을 수 있는 경기들을 모두 놓치고 있다. 현재까지 끝내기 패배만 4번이다.

롯데는 일단 린드블럼의 완투승으로 광주에서 당한 충격의 역전패 여파를 최소화 했다. 그러나 일단 직면한 불펜진의 문제를 덮어만 뒀을 뿐 해결책을 제시 한 것은 아니다. 언제나 혼자서 야구를 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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