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대전=박대웅 기자] 1차적인 목표 5할 승률은 밟았다. 하지만 한화의 고공 질주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한화는 지난 18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NC전에서 8-6으로 승리를 거뒀다.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면서 한화는 4월 초반 NC에게 올시즌 유일하게 당했던 2연패를 2연승으로 되갚으며 오는 21일부터 시작되는 잠실 LG전을 준비하게 됐다.

7번의 도전 끝에 첫 연승의 기쁨을 누린 한화는 8승8패로 마침내 5할 승률을 밟았지만 여기서 만족할 분위기가 아니다. 실제 여러 요소들을 감안했을 때 한화의 순위가 앞으로 더욱 올라설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

김성근 감독은 19일 NC전이 우천 취소된 직후 "연승보다 이번주를 3승1패로 마쳤다는 점이 더 큰 소득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화가 3승1패를 따낸 상대는 삼성과 NC. 지난해 한화는 삼성에게 4승1무11패, NC에게 6승10패로 완벽하게 밀렸을 뿐 아니라 경기력 자체도 처참했던 경우가 많았다. 당초 가시밭길이 예고됐지만 오히려 '천적 관계'를 어느 정도 청산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고무적이다.

또한 한화는 아직까지 2승15패로 최하위에 그쳐있는 kt와 한 번도 맞대결을 가진 적이 없다.

김성근 감독은 "kt와 5월 초에 만나는데 그 때는 경기력이 분명 올라올 것이다. 조범현 감독이 세밀한 야구를 하고 있고, 허무하게 밀리는 경기가 사실 많지는 않다. 분명 이대로 가라앉지는 않을 텐데 우리는 kt가 좋아질 무렵에 만날 팔자인가 보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그러나 kt와 맞대결을 펼치지 않은 상황에서도 5할 승률을 기록 중이라는 점은 오히려 호재다. 지금까지 kt를 잡았던 팀들이 초반 선두권으로 치고 나갔거나 혹은 순위를 급격히 끌어올린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한화 역시 어떤 의미에서는 이러한 기회가 타구단보다 좀 더 많이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넥센처럼 한화 역시 kt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지만 거듭된 연패로 kt 선수단은 평소 김 감독이 중요시하는 '의식'을 확실하게 갖추지 못한 상태다. 한화와의 맞대결을 펼치기 전까지 이같은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김 감독이 아쉬움을 드러낸 것과 달리 오히려 초반에 맞붙는 것보다 상황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또한 한화에는 복귀를 앞둔 자원들이 넘쳐나고 있다. 내야의 핵심 자원인 정근우가 조만간 2군에서 감각을 쌓은 뒤 돌아올 계획이며, 송광민, 김태완, 한상훈, 고동진 등도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야수들이다.

뿐만 아니라 마무리 윤규진까지 복귀한다면 한화의 뒷문 역시 더욱 든든해질 수 있으며 덩달아 송은범이 선발진에 재합류할 수 있게 돼 보다 유동적인 로테이션을 완성시킬 수 있다. 포수 조인성의 존재감은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이미 기존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쳐주고 있기 때문에 김성근 감독으로서는 행복한 고민에 빠질 수 있는 상황.

김 감독은 "정근우, 송광민 등이 돌아왔을 때 벤치에도 더욱 여유가 생길 것"이라며 "상대 투수 유형에 따라서 낼 수 있는 자원들이 늘어난다. 카드는 많을수록 좋은 일이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앞서 "살림이라는 것이 1만원을 가지고 있으면 1만원어치의 살림을 할 수밖에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던 것과 분명 상황이 달라진다.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또다른 이유는 바로 선수들이 어느덧 의식 개선을 이뤄냈고,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밝다는 점에 있다. 사실상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도 볼 수 있다.

김성근 감독은 평소 시즌 초반 전력을 쥐어짜서라도 많은 승수를 챙겨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5할 승률에서 플러스가 되는 승리 숫자가 늘어날수록 경기 운영이 수월해지고, 선수들 역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통해 시즌 중후반까지 좋은 모습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

그는 "4월 목표는 사실 전승이었다"는 농담과 함께 "초반 승리할 수 있었던 2~3경기를 놓친 것이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선수들의 의식 고취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다.

김 감독은 "배영수가 불펜을 소화한 다음날 선발을 자처했고, 권혁 역시 45개의 공을 던지고 다시 불펜으로 올라왔는데 선수 본인이 가능하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고 전했다. 12일 사직 롯데전까지만 하더라도 승패와는 무관하게 선수들의 의지가 아쉽다고 언급했지만 불과 일주일 사이에 하고자하는 의욕이 선수단 사이에서 넘치고 있는 상황.

선수들에게서 근성이 느껴진다는 취재진의 언급에 김 감독은 "동기부여를 갖기 시작했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주장 김태균이 선수단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고, 본인 역시 잘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좋은 모습이 나오고 있다"며 뿌듯한 미소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김태균 역시 "과거 개막 13연패를 당했을 때에도 선수단의 분위기는 좋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분위기를 애써 이끌어보려고 했다면 지금은 억지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고서 움직이는 느낌이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즐거움을 갖고 경기에 임하고 있으며, 패하더라도 다음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역시 충만하다. 어느덧 쉽게 패하지 않는 팀이 된 것 같다"며 향후 더욱 좋은 성적으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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