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1루석 방면 2층에서 응원을 해본 팬들이라면 한 번쯤은 이 빵집을 지나친다. 이름부터가 독특하다. 바로 한화 김성근 감독의 별명을 딴 ‘야신 고로케’가 응원으로 에너지를 한껏 쏟아낸 배고픈 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김 감독 부임 이후 올시즌부터 문을 연 이 가게는 스타 외식 마케팅을 활용해 관중들을 공략하고 있다. 자기 철학과 소신이 뚜렷한 김 감독과 마찬가지로 이 가게 역시 ‘소신으로 만들어낸 오리지널 고로케 인생’이라는 문구를 간판에 새겨놓았다. 종종 선수들의 이름에서 따온 가게 혹은 메뉴는 존재하지만 감독의 이름이 들어간 경우는 흔치 않다. 김성근 감독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비단 외식업체 뿐 아니라 한화는 올시즌 김성근 감독의 응원가를 특별히 제작했다. “한화의 김성근 감독님 사랑해 예예예 예예예~”로 시작되는 이 응원가는 라나에로스포의 포크송 ‘사랑해’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성근 감독의 응원가는 팀이 승리를 거둘 때마다 경기장에 울려 퍼지며, 지난 18일 한화가 NC를 상대로 올시즌 첫 연승 및 5할 승률을 정복했을 때에도 이 응원가를 들을 수 있었다. 감독을 대상으로 하는 응원가 역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
김성근 감독에게 두 차례에 걸쳐 ‘야신 고로케’와 ‘감독 특별 응원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는 취재진의 소개를 통해 처음으로 이를 인지했다.김 감독은 “사실 고로케 가게는 내가 차린 것이다”는 농담을 던지며 껄껄 웃더니 “아직까지 먹어본 적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고로케의 맛과 종류, 가게가 위치한 곳을 묻는 등 이에 대한 비상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야신’ 명칭의 특허 등록에 대해 취재진이 이야기를 꺼내자 “그래야 할까보다”라며 그가 다시 한 번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응원가에 대해서도 김성근 감독은 “아직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취재진의 부가 설명이 이어지자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어 “NC에게 또 이기면 한 번 들어 봐야겠다”는 말을 남기더니 기어이 한화의 연승을 전면에서 진두지휘해 경기장에 응원가가 울려 퍼지도록 만들었다.
응원가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김 감독은 “가수 패티김과 비슷한 세대를 살다보니 어렸을 때부터 그녀의 노래를 많이 들었었다. 경쾌하고 좋은 노래가 참 많았었다”며 이내 추억에 잠겼다.
그러나 가창력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쑥스러운 듯 “노래는 못 부른다. 1년 내내 부른 적이 없다”며 이내 냉철한 승부사가 아닌 친근한 이웃 동네 할아버지와 같은 모습을 드러냈다. 응원가의 원곡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잘 모르겠다”고 발뺌(?)했지만 그는 방송 및 북콘서트 등 각종 행사에서 이미 이 노래를 멋지게 소화하며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은 사실이 있다.
2연승을 따낸 다음날 김성근 감독은 “이번에도 응원가를 듣지는 못했다. 하지만 파도타기를 하는 모습은 봤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은 뒤 “1991년 부산에서 장훈 선배가 노래를 시켜 어쩔 수 없이 부른 적이 있었다. 사실 장훈 선배는 노래를 잘하는데 나는 그렇지가 않다. 당시 모두가 노래를 듣고 박수를 치더니 이내 다시는 부르지 말라고 하더라”며 껄껄 웃었다.
사진=박대웅 기자, 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