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대전=박대웅 기자] 올시즌부터 10개 구단 144경기 체제가 시작되면서 각 팀 사령탑들의 6선발 로테이션 운용 여부는 야구 팬들의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였다.

14일 현재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단 한 팀도 6인 고정 체제를 운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고정이 아닌 임시방편까지 모두 포함한다면 선발 기용 인원이 5명을 넘어선 팀도 있다. 바로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맞대결을 펼치고 있는 삼성과 한화다.

삼성은 14경기를 소화하는 동안 피가로, 차우찬, 윤성환(이상 3경기), 클로이드, 장원삼(이상 2경기)이 5인 로테이션을 구축했고, 백정현이 지난달 31일 kt전에서 한 차례 선발로 기용됐다. 한화의 경우 13경기에서 탈보트(4경기)를 중심으로 유먼(3경기), 송은범, 유창식(이상 2경기), 배영수, 안영명(이상 1경기)이 각각 선발로 등판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최근 삼성 류중일 감독과 한화 김성근 감독이 나란히 6선발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는 점. 류중일 감독은 12일 대구 KIA전을 앞두고 취재진에게 선발 투수들의 연이은 퀄리티스타트 행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더니 "사실 초반에는 6선발 체제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물론 류 감독의 머릿속에 6선발로 감안하고 있었던 투수는 이미 선발로 등판한 바 있는 백정현이 아닌 군 복무를 마치고 새롭게 가세했던 정인욱이었다.

류 감독은 "(2군에서 정인욱의 컨디션이) 좋다는 편지가 안 오네"라는 농담으로 아쉬운 감정을 달래더니 "추울 때에는 6인 선발 체제가 확실한 도움이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14일 한화전을 앞두고도 다시 한 번 이와 비슷한 말을 반복한 뒤 "인욱이가 군대에 가기 전에는 롯데를 상대로 자주 등판했었다. 선발들이 5일 쉬고 6일째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으로는 가장 좋은데 인욱이가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예전과 같은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 아직 구속이 올라오지 않고 있어 아쉽다"는 언급을 보탰다.

구자욱과 더불어 삼성 복귀 당시 높은 기대를 받았지만 스프링캠프부터 류 감독의 기대치를 채워주지 못했던 정인욱은 아직까지 1군에 오르지 못한 채 퓨처스리그(2경기 1패 평균자책점 10.38)에서도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류 감독의 6인 로테이션 계획이 현실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정인욱의 반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성근 감독 역시 삼성전을 앞두고 6선발 활용에 대한 생각을 농담조로 가볍게 남긴 바 있다.

김 감독은 지난 11일 롯데전에서 선발로 깜짝 등판해 6이닝 비자책 1실점 호투를 선보였던 안영명을 향후 선발로 투입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이어 배영수, 유창식을 비롯해 조만간 1군에 합류할 예정인 이태양 등의 이름을 언급하며 "우리도 자원이 많아졌는데 한 번 6인 선발 체제로 가볼까?"라는 말과 함께 껄껄 웃었다.

실제 선발과 불펜을 오갔던 송은범이 윤규진의 부상 이후 마무리로 돌아섰지만 안영명의 활약 유지와 함께 이태양의 가세가 이뤄지면 한화 역시 때에 따라 체계적인 6인 로테이션이 충분히 가능하다.

김 감독은 당초 시범경기에서는 이태양을 불펜으로 기용할 뜻을 밝혔지만 이날에는 "5명의 선발진이 제대로만 돈다고 가정했을 때 현재로서는 유창식이 불펜으로 가는 것이 가장 나은 것 같다"며 달라진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이태양이 2군 등판 이후 1군 엔트리에 등록될 예정이기 때문에 15일 경기에서는 유창식이 우선 선발로 등판한다.

이처럼 나란히 6선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류중일·김성근 감독이지만 사실 두 사령탑은 투수 활용 방식에 있어서는 차이가 두드러지는 편이다.

류 감독은 최대한 정석적인 방식으로 접근한다. 선수들의 등판 간격을 최대한 지켜주면서 보직 역시 철저한 분업화 속에서 많은 변화를 주지 않는 편이다. 반대로 김성근 감독은 '벌떼 야구'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 다수의 인원을 적재적소에 공격적으로 배치하며, 선발-불펜의 경계선 또한 자유롭게 넘나드는 모습을 올시즌 자주 보여주고 있다.

둘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사례가 바로 탈보트 활용법이다. 2012시즌 삼성 유니폼을 입었을 때 탈보트는 총 24차례 등판(첫 등판 제외)에서 5일 간격으로 나선 적이 단 3차례뿐이다. 6일 간격 8회, 7일 이상의 간격 13회로 충분한 휴식을 부여했다.

류 감독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주로 화요일에 등판한 경우에만 4일 휴식 후 일요일에 다시 출전시켰던 것 같다. 일정을 당겨서 쓴 적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반면 김성근 감독은 올시즌 탈보트의 3경기(첫 등판 제외)를 모두 5일 간격으로만 등판시켜왔다. 애초 탈보트와의 계약 때부터 이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고 밝힌 김 감독은 미국과 일본 야구의 사례와 비교하면서 이같은 조치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다만 김 감독도 '투수 혹사 논란'과 관련해서는 할 말이 있는 듯 "유먼의 경우 7일, 6일 간격으로 등판시켜왔는데 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다뤄주지 않는다"며 미소를 지었다. 마냥 투수를 당겨쓰는 것이 아닌 저마다의 스타일이나 직전 경기에서의 투구수, 팀 사정 등에 따라 장고의 고민 이후 선발을 결정하고 있음을 내심 전했다.

사실 어느 감독이 옳다는 정답은 없다. 또한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비슷한 점 역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단편적인 비교만으로는 어떤 결론을 내리기에 한계가 있다.

다만 두 감독 모두 저마다의 뚜렷한 스타일을 갖추고 있기에 양 팀의 남은 맞대결에서 이들의 투수 운용 방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에 기대가 모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사진=스포츠코리아, 한화 이글스 제공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