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대전=박대웅 기자] "유희관이 까다로워."

한화 김성근 감독이 두산 유희관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3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두산과의 홈 개막전이 우천으로 취소된 뒤 선발로 예정돼 있던 상대투수 유희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외국인 선수들의 시범경기 및 개막 2연전 활약에 대해 먼저 언급하던 중 이 같은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화제가 전환됐다.

김성근 감독은 "외국인 투수들이 본 경기에 들어서자 헤매기 시작하고 있다"고 운을 뗀 뒤 "압도적인 투수가 생각만큼 많지는 않은 것 같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이어 한화의 개막전 선발 상대였던 밴헤켄(넥센)을 5.2이닝 6피안타 4볼넷 4탈삼진 4실점으로 무너뜨렸던 점에 대해서는 "밴헤켄이 20승을 따낸 뛰어난 투수지만 타선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며 난공불락의 상대는 결코 아님을 강조했다.

두산의 에이스 니퍼트에 대해서도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사실 니퍼트는 지난해에도 14승7패 평균자책점 3.81을 기록하며 변함없이 믿음직한 모습을 보였지만 한국 무대 입성 이후 평균자책점이 가장 좋지 못했고, 삼성과 롯데에게 8승(무패)을 수확하며 최고의 천적으로 자리 잡은 반면 상대 팀에 따라 들쑥날쑥한 모습도 많았다. 한화를 상대로는 2승1패 1홀드 평균자책점 4.91을 기록한 바 있다.

골반 통증을 안고 있는 니퍼트의 복귀 시기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김 감독은 "니퍼트를 무리시키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농담으로 그가 한화전에 등판하지 않기를 내심 기원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 좀 더 경계하고 있는 상대는 바로 다름 아닌 유희관이었다.

김 감독은 "유희관이 정말 까다롭다"고 운을 뗀 뒤 "연타를 2개 이상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 투수다"는 평가를 남겼다. 유희관이 대량 실점을 하지 않고 버텨나가는 능력을 높이 산 것.

지난해 유희관은 4경기에서 7실점 이상, 6경기에서 6실점 이상을 기록하며 종종 무너졌던 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 감독이 체크한대로 주자가 없을 때의 피안타율(0.307)에 비해 주자가 있을 때(0.260)와 득점권(0.243)에서는 더욱 강력한 모습을 선보였다.

또한 유희관은 지난해 기복이 심한 가운데서도 기어이 177.1이닝을 소화해냈다. 이는 전체 4위, 토종 투수들 가운데서는 1위에 해당하는 수치였을 만큼 의미가 깊은 기록. 한화를 상대로도 4경기에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2.63(24이닝 32피안타 1볼넷 14탈삼진 7자책점)으로 상당히 강한 모습을 보였다. 상대 수장이 충분히 경계심을 드러낼만한 이유가 있었다.

김성근 감독은 "본인도 구속이 높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서 영리하게 대처를 잘 하더라"며 다시 한 번 유희관을 칭찬한 뒤 '팔 스윙은 빠르게 느껴졌다'는 한 취재진의 설명에 "배가 나왔으니 팔 스윙이 빨라야지. 배만 들어가면 된다"는 농담과 함께 미소를 드러냈다. 이어 "내 밑에 있었더라면 벨트 구멍 3개만큼은 (배가) 들어갔을 거야"라는 말로 다시 한 번 웃음을 안겼다. 물론 이같은 농담 속에는 유희관이 체중 조절 등을 통해 보다 발전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도 함께 포함돼 있었다.

김성근 감독은 1980년대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워 기교파 투수로 명성을 떨친 장호연에 유희관을 비교하기도 했다. 특히 김 감독은 "장호연은 다소 어두운 구석이 있었던 반면 유희관은 밝고 순하다"며 이같은 낙천적인 성격 역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로 꼽았다.

31일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됐지만 두산은 1일 경기에서 그대로 유희관을 선발로 앞세운다. 적장 김성근 감독의 칭찬을 듬뿍 받은 유희관이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 또한 경계대상으로 꼽은 만큼 철저한 연구의 시간을 가졌을 김성근 감독이 어떤 대처법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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