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김성태 기자] 윤석민(29)의 마무리 보직이 KIA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KIA 김기태 감독은 지난 24, 25일 이틀 동안 전체 코칭스태프 회의를 열어 4년 총액 90억원으로 데려온 윤석민을 마무리로 기용하겠다는 결정을 내린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감독은 오는 28일 광주에서 열리는 LG와의 개막전에서 정확한 윤석민의 보직을 공개할 예정이다.

윤석민의 마무리가 확정되면서 팀내 마운드의 변화는 불가피하게 됐다. 하지만 핵심적인 부분은 바로 윤석민이 선발과 마무리, 두 보직 가운데 어디를 들어가더라도 KIA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4년 90억원'이라는 역대 최고액의 선수가 선발이 아닌 마무리로 뛴다는 것이 다소 논란거리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지난 23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팀이 강해질 수 있는 방향으로 윤석민의 보직을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윤석민의 마무리 전환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팀 사정에 맡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다면 윤석민의 마무리행으로 KIA 마운드에 달라지는 부분은 무엇일까.

▶김기태 감독의 머릿속에 윤석민은 없었다…'선발진 리빌딩이 우선'

김기태 감독은 부임 이후, 팀이 내건 슬로건과 일치하는 체질개선, '리빌딩'에 역점을 두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센터라인의 공백이 있었지만 마무리 캠프와 더불어 오키나와에서 열린 스프링캠프까지 김 감독은 꾸준히 젊은 선수를 기용하고 실험하면서 팀 전력을 강화시켰다.

차근차근 훈련을 통해 내야진을 탄탄하게 만드는 데는 성과가 있었다. 외야에는 이종환과 김다원이 장타력을 과시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야에서는 신인 황대인과 더불어 비장한 각오로 똘똘 뭉친 최용규까지 주전급 선수들이 하나씩 등장했다.

문제는 마운드였다. 김기태 감독은 두 명의 외국인 선수 필립 험버와 조쉬 스틴슨, 그리고 '16승' 투수 양현종까지 3명의 선발진은 염두에 두고 있었다. 남은 두 자리를 두고 '임씨 삼형제'인 임기준, 임준섭, 임준혁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 선발로 출전시키며 꾸준히 테스트 했다.

세 명 가운데 가능성이 있는 선수가 선발로 투입되고 남은 자리를 두고 김진우나 김병현, 서재응까지 베테랑 선수들이 경쟁을 펼쳐 선발과 중간으로 투입이 되는 마운드 구성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었다.

실제로 그렇게 진행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바로 볼티모어에서 '친정팀' KIA로 복귀한 윤석민의 컴백이었다. 물론 윤석민의 복귀는 KIA 입장에서 천군만마와도 같다. 어떤 보직에 들어가더라도 윤석민이라는 전력은 온전히 KIA 마운드에 플러스가 되기 때문.

문제는 선발과 마무리, 그 중 '어떤 보직이 팀에 더 보탬이 되느냐?'다. 윤석민이라는 카드는 애초부터 김 감독의 구상에 없었다. 그렇기에 조계현 수석코치와 이대진 투수코치와 함께 작년부터 차분하게 선발진 구성에 들어갔고 젊은 선수를 꾸준히 투입시키며 탈바꿈시켰다.

하지만 윤석민이 선발로 들어온다면 기존에 진행했던 선발진 운용과 리빌딩에 변수가 생길 수 있다. 물론 팀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면 윤석민의 선발 투입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부임 후, 지금까지 젊은 선수들을 꾸준히 투입시키며 성장가능성을 지켜보았고 베테랑 선수가 돌아온다면 김 감독은 윤석민이 아니라더라도 선발 로테이션을 충분히 가동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한 듯 보인다.

▶선발과 마무리, 김 감독의 선택은 '윤석민'이 아닌 '팀'이었다

상대적으로 테스트를 진행해온 선발과는 달리 불펜에서는 그에 비해 이렇다할만한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문경찬이 그나마 활약했지만 그 외에 눈에 띄는 선수는 없었다. KIA 입장에서는 40살이 넘은 '노장' 최영필과 김태영이 필승조로 자리잡고 있지만 매번 나올 수는 없는 일이다.

기존 마무리 후보로 거론되었던 심동섭이 시범경기에서 6번 등판해 5.1이닝 동안 3실점(2자책) 8탈삼진을 기록했다. 5경기는 무실점으로 잘 막아냈지만 15일 광주 LG전에서 1이닝 동안 3피안타 3실점을 내준 것이 아쉬웠다. 완벽함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공 하나에 경기의 승패를 책임지고 가야하는 마무리로서는 다소 기복이 있었다.

김 감독은 고심했다. 윤석민이라는 선수가 돌아왔다는 것은 팀에 큰 전력이다. 이러한 장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그리고 팀 강화에 최적화 시키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선발로 간다면 10승 이상 기대를 해볼 수 있다. 하지만 매번 뒷문으로 고심했던 팀 사정과 더불어 선발에 비해 상대적으로 얇은 불펜과 마무리 선수층이 그의 판단을 어렵게 했다.

물론 윤석민 입장에서는 마무리가 아닌 선발이 더욱 마음이 편할 수 있다. 90억원이라는 큰 금액을 받고 마무리로 뛴다면 전반적인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보다는 팀을 위해 뛰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윤석민이지만 설령 세이브를 기록하지 못하거나 활약이 아쉬울 경우, 그 부담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김 감독 역시 윤석민의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윤석민'이 아닌 '팀'을 선택했다. 선발로 쓰지 않았다는 논란과 더불어 성적을 내기 위한 일시적인 방안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그는 윤석민에게 선발 대신 마무리라는 옷을 선물했다.

▶에이스의 '마무리행' 기차 탑승, 뒷문이 강해지는 것은 분명하다

김기태 감독이 윤석민을 마무리로 기용한 것은 팀이 항상 가지고 있던 고질적인 뒷문 불안감도 한 몫 했다. 어떤 팀이든 마찬가지다. KIA 역시 마무리의 성적이 좋을때는 팀 성적 역시 좋았다.

대표적인 예로 2009년 KIA가 10번째 우승을 차지할 당시, 마무리로 유동훈이 있었다. 그는 57경기에 출전해 67.1이닝 동안 6승2패 10홀드 22세이브, 평균자책점 0.53이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팀 우승에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유동훈이 부상에 시달리면서 KIA의 뒷문은 급격하게 무너졌다. '10억 팔' 한기주의 부상과 더불어 2013년에는 급한 마음에 마무리로 투입시켰던 앤서니마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레전드' 선동열 감독이 부임하면서 이러한 고민이 해결될 것이라 여겨졌다. 하지만 2010년 14세이브만 올리며 난조에 빠진 유동훈 이후 토종 마무리 투수로는 10세이브 이상 기록한 선수가 없었다. 그만큼 KIA의 마무리 수난은 참 슬펐다.

선발이 마무리로 이동하고 불펜에서 마무리로 가는 등 일관성 없는 투수 운용이 그대로 이어졌다. 팀 성적 역시 매년 곤두박질쳤다. 이러한 뒷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KIA는 마이너리그에서 통산 119세이브를 기록한 외국인 투수 하이로 어센시오를 과감하게 영입했다.

하지만 실패였다. 46경기에 출전해 46.2이닝 동안 20세이브를 기록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조건에서만 뛰었다. 9회에 등판해 단 1이닝만을 던지고 싶다는 말이 나올 정도. 이러한 행동으로 인해 팀워크를 해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후반으로 갈수록 좋지 못했고 모두 7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렇게 2009년 이후 5년동안 KIA의 마무리는 매번 수난시대였다.

만약 윤석민이 마무리로 자리를 확실하게 옮길 경우, 기존 마무리 후보였던 심동섭은 7,8회에 등판하는 셋업맨이 될 가능성이 크다. 빠른 구속과 좌완이라는 장점이 있는 심동섭이 중간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제대로 해주기만 한다면 KIA 입장에서는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투입이다.

게다가 앞선 상황에서 투입시킨다면 6회 최영필, 7회 김태영, 8회 심동섭, 9회 윤석민으로 연결되는 나름의 '필승조'를 구상할 수 있다. 설령 윤석민의 몸 상태가 온전히 올라오지 않아서 마무리로 옮겼다고 하더라도 두 선수가 함께 마무리를 맡는 '더블스토퍼' 체제도 큰 상관은 없다. 좀 더 경험을 쌓고 올라가는 것이 심동섭에게도 좋을 수 있다.

가장 잘 던지고 잘하는 선수를 위급상황이나 약점을 채우기 위해 투입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선발도 강하지는 않지만 불펜이 더 시급하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다. 그렇기에 윤석민의 마무리행은 KIA의 불안한 뒷문을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많은 이닝과 투구를 소화해야 하는 선발이기에 투입 시기가 명확하지 않지만 마무리는 즉시전력감이기에 활용도 역시 높다. 개막전이 아니더라도 선발보다는 시합에 빨리 나갈 수 있기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90억짜리 마무리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을 수 있다. LA 다저스의 매팅리 감독이 커쇼나 류현진을 마무리로 전환하겠다는 의미가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선수를 구성하고 활용하고 팀을 이끌어 가는 것은 전적으로 감독의 권한이자 책임이다.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조언을 들어야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과감하게 밀고 나가는 뚝심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과 결정에 따르는 결과에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개막 전부터 시끌시끌한 KIA지만 윤석민의 마무리행이 올 시즌, KIA에게 어떠한 결과를 가져다 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팬들의 관심이 더욱 모아지고 있다.

(맨 위부터) 윤석민, 김기태 감독, 심동섭. 사진=스포츠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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