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김성태 기자] 뚝심일까? 아니면 고집일까? 개막 전부터 이래저래 팬들 사이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만드는 신임 호랑이팀 감독이다.

KIA 김기태 감독은 지난 24일 코칭스태프 회의를 열어 윤석민(29)을 마무리로 기용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은 오는 28일 광주에서 열리는 LG와의 개막전에서 정확한 윤석민의 보직을 공개할 예정이다.

윤석민은 국내로 복귀한 뒤, 3번의 시범경기를 뛰며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이닝과 투구수를 늘려가며 던졌기에 윤석민의 선발 기용이 큰 흐름이었다. 하지만 23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김 감독은 '팀이 강해질 수 있는 방향'으로 윤석민의 보직을 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그 한마디로 이미 윤석민의 보직은 선발이 아닌 마무리로 향하는 갈림길로 돌아섰다고 볼 수 있다. 팬들의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윤석민을 마무리로 투입, 마운드를 운용하겠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

KIA는 2014시즌, 8위를 기록하며 3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새롭게 지은 홈 구장인 챔피언스필드에서 팬들에게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선동열 전 감독 사퇴와 관련해 논란도 있었지만, KIA는 팀 리빌딩이라는 큰 뜻을 품고 김기태 감독을 데려왔다. 좋지 않은 모양새로 LG에서 온 김 감독을 두고 팬들 사이에서는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선수를 키우는데 일가견이 있고 '10년의 암흑기'에 빠져있던 LG에게 가을야구를 선사한 경험이 있기에 KIA의 선택은 김기태였다. 차근차근 진행됐다. 마무리캠프를 시작으로 올 시즌 스프링캠프까지, 젊은 선수들을 하나씩 발굴하고 키워나갔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연패를 당하고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팀 분위기는 확실히 좋았다. 신인선수를 키워내고 안치홍과 김선빈 같은 주력 선수들의 공백을 하나씩 채웠다.

물론 난관도 있었다. 중견수 이대형을 20인 보호지명 외 선수로 두면서 kt가 데려간 것. 팬들은 7년만에 3할을 쳐내고 20도루가 가능한 이대형을 보냈다는 것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팀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김기태 감독다운 결정이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팀 운용과 선수 기용에 관한 확고한 철학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결과론적으로 본다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시범경기에서 주축 외야수인 신종길이 오른쪽 견갑골 골절로 개막전에 합류하지 못하기 때문. 리그를 대표하는 테이블세터진이 모두 빠졌기에 KIA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예상 외의 상황이 다시 벌어졌다. 지난 6일 미국으로 떠났던 윤석민이 다시 친정팀 KIA로 복귀했기 때문. 애초에 윤석민이라는 자원을 생각하지 않고 팀 운용을 했던 김 감독 입장에서는 윤석민이 가세로 인해 기존에 생각했던 구상이 틀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임기준, 임준혁, 임준섭, 문경찬 등을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꾸준히 투입시켜 선발 수업을 시켰던 부분도 필립 험버, 조쉬 스틴슨, 양현종을 제외한 남은 선발진 두 자리를 채우기 위함이었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기존의 서재응, 김병현, 김진우 같은 선수들이 복귀한다면 선발경쟁을 시키거나 불펜에 투입시켜 마운드를 강화시키겠다는 것. 선발로 키울 수 있는 후보군은 확실히 있었다.

문제는 불펜이었다. 최영필과 김태영을 제외하면 이렇다할만한 셋업맨과 마무리가 없었다. 작년 10월부터 마무리로 변경, 올 시즌도 마무리 후보로 여겨졌던 심동섭이 있지만 다소 기복이 있는 것은 사실.

상대적으로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많은 선발진과 자원이 부족하고 노쇠하고 선수층이 얇은 불펜진, 두 가지 선택 가운데 김 감독은 윤석민의 마무리 투입이 팀을 위해 낫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해는 가지만 공감은 어려울 수 있다. 90억원의 선수를 선발이 아닌 마무리로 보낸다는 것은 큰 모험이다. 설령 팀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심동섭이라는 향후 팀의 마무리로 쑥쑥 커야할 자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기에 리빌딩이라는 차원에서 덜 비난 받을 수 있다.

김 감독은 쉬운 길이 아닌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윤석민의 마무리 기용으로 리빌딩 대신 팀 성적을 선택했다는 비난을 감수해야만 한다.

물론 선수기용과 보직 관련 문제는 전적으로 감독이 결정한다. 그 역시 "감독을 하면서 많은 사랑도 받았지만 안 좋은 소리도 많이 들었다"라고 속내를 이야기 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번 윤석민의 마무리 보직에 대한 결정 역시 상당한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자신의 팀 운용에 맞는 철학을 관철시키겠다는 것이었다.

결정은 됐다. 신뢰하고 믿어주면 된다. 대신 결과에 따라 확실하게 책임만 지면 된다. 그것이 감독의 자리이자 리더가 보여주어야 할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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