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박대웅 기자] 삼성이 오키나와 전지훈련 캠프를 무사히 마치고 통합 5연패를 향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삼성은 지난 3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의 오전 훈련을 끝으로 캠프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캠프 참가 선수단 전원은 5번의 박수와 상호 인사로 5년 연속 우승을 힘차게 다짐했으며, 4일 김해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7일 포항에서 열리는 시범경기 준비에 임할 예정이다.

지난 시즌을 마친 류중일 감독은 짧은 휴식만을 취한 채 곧바로 숨 돌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해왔다. 정상 수성이 때로는 정상 등극보다 더욱 힘들고 고독한 일이라는 것을 류 감독 역시 잘 알고 있었지만 대구시민구장에서 보내는 마지막 해인만큼 반드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의지를 일찌감치 드러낸 바 있다.

1월15일부터 2월1일까지 괌에서 1차 전지훈련을 소화해온 삼성은 이 기간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는데 가장 큰 초점을 맞췄으며, 2월4일부터 시작된 오키나와에서의 2차 훈련을 통해서는 기술 및 전술 훈련, 선수들의 경기 감각 회복 등에 주안점을 뒀다.

▶ 내실 있는 훈련, ‘10% 더’를 새기다

류중일 감독은 1·2차 전지훈련 모두 알찬 시간을 보냈다며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늘 역시 삼성을 도왔다. 각 팀 간의 연습 경기가 열린 2차 캠프 막판에는 비로 인해 경기가 거듭 우천 취소되는 경우가 많았고, 실전 감각을 확실히 끌어올리지 못한 팀들도 있었다. 단 삼성은 비로 인해 훈련에 지장을 받은 날이 예년과 달리 거의 없었다.

류 감독은 괌 캠프를 마쳤을 당시 “예년에 비해 괌 일정이 4일 정도 짧았지만 비가 거의 안 와서 오히려 더 많은 훈련을 소화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번 오키나와 캠프를 마친 이후에도 “비가 많이 오는 날은 휴식일이었다. 물론 그로 인해 선수들은 (운동을 많이 해서)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훈련이 내실 있게 이뤄졌다고 본다”며 날씨의 도움에 대해 재차 언급했다.

날씨 뿐 아니라 부상자들이 많지 않았다는 점, 특히 선수들의 남다른 마음가짐도 알찬 훈련을 소화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올시즌 삼성의 캐치프레이즈 ‘Together, Good to Great!’를 실행하기 위해 선수들은 각자 본인 상황에 맞는 ‘10% 더’를 마음속에 품고 캠프에 임했다. 가령 김상수는 “안타 개수 10% 더”, 박석민은 “수비 실책 -10%”, 안지만은 “실점 10% 줄이기”를 외치는 등 동기 부여를 위해 뚜렷한 목표를 설정했다.

류 감독은 “선수들이 아주 조금씩의 발전이라도 보여줄 수 있다면 팀 전체로는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선수단의 태도를 놓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늘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자세가 삼성의 지난 통합 4연패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으며, 이번 캠프에서도 마음가짐에 있어서의 흐트러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 ‘신데렐라’ 구자욱, 새 얼굴들에 대한 기대감

삼성의 이번 캠프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한 선수는 구자욱이었다. 이미 지난해 상무에서 퓨처스리그를 뒤흔드는 활약(타율 0.357 1위, 3홈런 48타점 27도루)을 선보여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던 구자욱은 이번 캠프에서도 총 9경기에 나서 타율 4할7푼4리(38타수 18안타) 2홈런 6타점 11득점 4도루 4볼넷을 기록, 대부분의 타격 기록에서 최형우와 1~2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활약을 남겼다.

류중일 감독 역시 구자욱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연일 전하며 새로운 신데렐라 탄생을 내심 기뻐했다. 다만 류 감독은 “아직 장담할 수는 없다. 수비에서 기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서도 언급한 뒤 “많은 관심이 구자욱에게 쏟아지고 있는데 스스로 자만심을 갖지 말고, 반대로 불안해하지도 말아야 한다. 스타플레이어가 될 소질을 갖추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승엽이라는 대선배가 어린 시절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는 따뜻한 충고의 말도 함께 남겼다.

채태인의 무릎 재활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시범경기에서도 구자욱에게 기회는 계속 주어질 예정이다. 구자욱은 “지금 목표는 어떻게든 1군 무대에 살아남아 최대한 많은 경기를 뛰는 것”이라며 캠프 결과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구자욱 외에도 삼성이 통합 5연패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얼굴들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삼성은 지난해 FA 이적을 통해 배영수와 권혁이 한화로 둥지를 옮겼고, 밴덴헐크와의 재계약 무산, 마틴과의 재계약 포기 등으로 인해 투수진을 새롭게 개편한 상황.

이때문에 새로운 외국인투수 피가로와 클로이드에게 거는 기대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류중일 감독은 “두 투수가 올해 합작 25승 이상을 해줬으면 좋겠다. 캠프에서 던지는 것을 보니 피가로는 예상대로 강속구 투수이고, 클로이드는 제구가 좋다”며 높은 기대감을 전했다.

피가로는 오키나와 캠프 연습 경기에서 총 두 차례 등판, 도합 7이닝 동안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7탈삼진 3실점(2자책점)을 기록했다. 류 감독의 언급대로 빠른 공을 주무기로 앞세워 탈삼진을 잡는데 능한 모습이었으며, 밴덴헐크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게 했다. 클로이드의 경우 단 1경기(2월22일 요코하마전)에 나서 3이닝 5피안타 1볼넷 1탈삼진 2실점으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첫 실전 등판임을 감안할 때 좀 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 밖에 구자욱과 함께 올시즌부터 팀에 복귀한 정인욱도 당초 5선발 후보로 높은 기대를 모았던 투수다. 단 정인욱은 2차례의 연습경기에서 6이닝 11피안타(1피홈런) 4볼넷 6탈삼진 9실점으로 무너졌을 뿐 아니라 구속이 생각만큼 올라오지 않아 우려를 낳고 있다. 류 감독은 따끔한 질책 속에서도 그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 결국 해줄 선수가 해줘야 한다

새 얼굴들의 활약도 필요하지만 기존 베테랑 및 핵심 선수들이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가장 중요하다. 지난해 류중일 감독은 삼성이 통합 4연패를 차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으로 ‘이승엽의 부활’을 주저 없이 꼽은 바 있다.

올해도 류 감독은 이같은 효과가 이어지기를 기대했다. 그는 “지난해 (이)승엽이가 솔선수범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니 다른 선수들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컸다. 역시 이승엽이다. 승엽이가 잘 치면 우리는 쉽게 이긴다. 올시즌에도 기대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류 감독은 이어 “전반적으로 우리 주전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향후 2·3년간 베테랑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최대 과제다. 이번 캠프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이며 앞으로도 지속돼야 할 목표다”고 언급했다.

마찬가지로 삼성 통합 4연패의 또 다른 복덩이였던 나바로에 대한 믿음 역시 확고했다.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는 다른 선수들이 리드오프로 나섰지만 류 감독은 “올시즌에도 톱타자는 나바로가 맡는다”며 그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드러냈다.

이 밖에 최형우, 박석민, 장원삼, 안지만 등 투타를 이끌어야 할 간판 선수들이 이번 연습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점도 삼성이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통해 얻은 소소한 성과 가운데 하나였다.

사진=박대웅 기자, 스포츠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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