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가고시마(일본)=조형래 기자] 비어있는 롯데의 하위 선발 한 자리가 사실상 이상화(27)에게 돌아가는 듯 하다. 그동안 오므려 있던 꽃봉오리가 만개할 일만 남았다.

투수진의 '새판 짜기'가 한창인 롯데. 미국 애리조나에서 일본 가고시마로 이어지는 스프링 캠프에서 현재까지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단연 이상화다.

이상화는 지난 24일 일본 가고시마 가모이케 구장에서 열린 지바 롯데 2군과의 평가전에서 팀의 3번째 투수로 등판해 3이닝 동안 탈삼진 4개 무4사구 무실점 '퍼펙트'로 경기를 마쳤다.

이상화의 투구는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는 최고의 역투였다. 이날 경기가 끝난 후 이종운 롯데 감독은 수훈선수 상금 2만엔과 함께 고급 선글라스를 특별히 선물로 받았다.

지난 11일 미국 애리조나에서 열린 두 번째 자체 청백전에서 2이닝 무실점으로 컨디션을 점검했다. 그리고 지난 20일 요미우리 자이언츠 2군과의 경기에서는 3.2이닝 1실점의 기록을 남겼다. 지바 롯데 2군전까지 총 3경기에서 8.2이닝 동안 단 1실점을 기록했다.

이종운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직전, 모든 투수들에게 선발 준비를 시키면서 선발 투수 옥석 가리기를 진행했다. 그 가운데서 이상화는 현재 롯데 투수들 가운데 가장 페이스를 빨리 끌어올린 상황. 롯데 코칭스태프는 이상화를 사실상 선발 자원으로 낙점해 꾸준하게 기회를 주는 방향을 택했다.

염종석 투수코치는 "이상화는 선발 쪽으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선발로 키워보고 싶은 선수다"고 말하며 기대를 드러냈다.

이상화가 사실 기회를 전혀 얻지 못한 것은 아니다. 2007년 경남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하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기대보다는 성장세가 둔했다. 통산 26경기에서 72이닝을 던지며 3승6패 평균자책점 6.38의 성적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지난해에는 10경기 등판해 4번의 선발 기회를 잡았지만 1승3패 평균자책점 9.33의 성적이었다.

능력을 갖춘 선수라면 꾸준한 기회와 성장세는 비례한다. 이상화는 충분히 능력을 가진 선수라는 것이 롯데 코칭스태프의 평이다. 염 코치는 "그동안 2군 경기에서도 성적이나 경기 운영 능력이 안정적이었다. 자신감도 있고 원래 도망가는 스타일이 아니다"면서 "그동안의 기회라는 것은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기량을 펼칠 여건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꾸준한 기회가 선수 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염 코치는 "감독님과 상의를 해 봐야 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상화에게 기회를 최대한 주면서 선발 투수로 활용해 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장원준(두산)이 자유계약선수(FA)로 빠져 나간 상황에서 롯데 선발진은 공백이 생겼다. 이종운 감독의 고민도 투수진 때문에 상당했다. 더군다나 144경기 체제로 바뀌는 올 시즌 확실한 선발 투수의 존재는 장기레이스의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상화의 스프링캠프 역투는 롯데 선발진의 고민을 한시름 덜어주고 있다. 이젠 이상화가 지금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 자신의 가진 잠재력을 만개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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