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최희섭(35), 김병현(35).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김성태 기자] 시간은 흐르고 흐른다. 크리스마스도 지나고 이제 새해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말처럼 쉼없이 달렸던 2014프로야구도 이제 내년 시즌을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다.

새해는 을미년(乙未年) 양띠의 해. 그 중에서도 푸른 빛을 휘감고 있는 `청양띠'의 해다. 새해를 앞둔 가운데, 두 명의 양띠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가 '양들의 침묵'이 아닌 '양들의 부활'을 화려하게 꿈꾸고 있다. 바로 KIA 김병현(35)과 최희섭(35)이다. 1979년생 양띠이자 광주일고 1년 선후배 사이인 두 선수는 모두 절치부심하면서 다음 시즌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빅초이' 최희섭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2009년 KIA가 10번째 우승을 차지할 당시, 131경기에 출전해 435타수 134안타, 타율 3할8리 100타점 33홈런을 쳐내며 명실상부 KIA의 4번 타자로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고질적인 무릎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2010년에는 126경기에 출전해 2할8푼6리의 타율을 기록했지만 2013년까지 3년간 출전경기가 각각 80경기 이하로 떨어지며 명성에 걸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그는 결국 수술대에 올랐고 시즌을 접었다. 재활에 몰두했지만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2014시즌은 그렇게 그의 경력에서 통째로 날아갔다. 1억이라는 연봉을 받으면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기에 팬들은 그의 행보를 탐탁치 않게 여겼다. 2군 챌린저스 경기장이 있는 함평에 위치한 산을 오르락내리락 했다는 이야기를 빗대 '등산가'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최희섭의 각오는 확실하다. 연봉협상도 무리 없이 진행됐다. 금액이 써 있지 않는 계약서에 서명을 했고 초심으로 돌아갔다. 메이저리그 출신이자 KIA를 대표하는 거포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그의 의지가 드러난 협상이었다. 스스로도 선수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에 시즌을 앞두고 그는 개인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이른 시일 내에 기술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물론 상황은 여의치 않다. 설령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들고 1군에 투입되더라도 그의 자리인 1루는 이미 주인이 있다. 지난 시즌, 인상적인 활약을 보였던 브렛 필(30)이 있기 때문. 시즌 도중 손등골절로 주춤했지만 성실한 자세와 호감가는 성격으로 팬들과 선수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다. 재계약을 통해 다음 시즌 역시 1루는 그의 몫. 하지만 최희섭 역시 1군 실전 투입을 차질없이 준비하고, 의지를 확실하게 보인다면 출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BK' 김병현 역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내년을 준비 중이다. 올 시즌 넥센에서 KIA로 트레이드 된 그는 팀의 불안한 불펜 강화를 위해 즉시전력감으로 이적, 곧바로 투입됐다. 하지만 KIA는 불펜 뿐 아니라 선발 역시 문제였다. 외국인 투수 데니스 홀튼과 김진우가 부상과 난조로 빠지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선발로 투입됐다.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 이상의 활약이었다. 로테이션 자체가 돌아가지 않는 KIA에서 15경기를 선발로 출전해 3승 6패, 평균자책점 7.10을 기록했다. 71이닝만을 소화했지만 66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답답한 선발진의 숨통을 트였다. 볼넷이 단 27개였다는 점 역시 긍정적. 또한 시즌 내내 강도 높은 훈련을 이어가며 배테랑으로서 젊은 선수들에게 '큰형'다운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내년 시즌 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시즌이 144경기로 늘어면서 선발진의 안정화는 각 팀의 가장 핵심적인 현안. KIA도 외국인 선수 2명과 양현종, 김진우로 구성된 4명의 선발진 이외에도 5선발, 혹은 6선발 체제까지 고민해야하기에 올 시즌, 선발로 경기를 뛴 김병현의 존재감은 두말할 나위 없이 크다.

이렇다할만한 외부자원의 영입 없이 젊은 선수들 위주로 리빌딩을 천명한 KIA 입장에서 내부자원, 그 중에서도 베테랑인 두 선수가 제 몫을 해준다면 이보다 더 반가울 수 없다. 이들 모두 한 때, 미국에서 잘나가던 선수였고 이제는 한국무대로 복귀, 선수생활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팬들 역시 애증의 시선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두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을 누구보다 보고 싶어한다.

1979년생 양띠인 최희섭과 김병현에게 내년 시즌은 그야말로 중요하다. 투타에서 베테랑이 활약을 선보인다면 젊은 선수들 역시 더욱 자극받고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기 때문. 끝이 좋아야 모든 것이 좋다. 을미년 청양띠의 해인 2015년, 두 선수가 과연 '양들의 부활'을 외치고 무너진 타이거즈의 자존심을 살릴 '양띠특공대'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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