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조형래 기자] 강정호(27)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일단 8부 능선을 넘었다. 강정호에 500만 2,015달러를 입찰한 팀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밝혀지면서 강정호를 둘러싼 미스테리는 모두 풀렸다. 하지만 이미 견고한 내야를 구축한 피츠버그이기에 강정호를 포스팅한 이유에 대해서도 또 다른 궁금증이 쌓이고 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CBS스포츠'는 23일(이하 한국시각) "피츠버그가 강정호 포스팅에서 최종 승리했다"고 전하며 피츠버그가 강정호의 입찰금액인 500만 2,015달러를 써낸 팀이라는 것을 알렸다. 피츠버그는 강정호와 30일간 연봉 독점 협상권을 가진다.

피츠버그가 독점 협상권을 따냈지만 현재 피츠버그의 내야진 상황을 보면 강정호 포스팅에 대한 속내를 알 수 없다. 'CBS스포츠'의 존 헤이먼 기자 역시 피츠버그의 포스팅 승리 소식에 놀라움을 전했다. 이 언론은 "피츠버그 준수한 내야진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강정호를 영입할 후보군이 아니었다. 피츠버그가 놀라움을 줬다"면서 "2루수에는 닐 워커, 3루수에는 조쉬 해리슨이 버티고 있고, 올해 주전 유격수 조디 머서를 받치기 위해 션 로드리게스를 영입한 직후였다"고 말하며 피츠버그의 상황을 전했다.

현지 언론의 보도대로 2014년 피츠버그의 주전 유격수는 조디 머서였다. 머서는 올 시즌 149경기 출장해 타율 2할5푼5리(506타수 129안타) 12홈런 55타점 출루율 3할5리 장타율 3할8푼7리를 기록했다. 올해 메이저리그 유격수들의 평균 타율 2할5푼1리와 장타율 3할6푼3리에 근접한 기록을 냈다. 메이저리그 전체 유격수들 가운데서도 12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준수한 장타력을 뽐냈다.

미국 현지에서는 강정호의 유격수 수비력에 의문 부호를 떼지 못하며 2루나 3루로의 포지션 전향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러나 피츠버그의 2루에는 워커, 3루에는 해리슨이 버티고 있다. 모두 올 시즌 붙박이 주전이었다.

지난 2004년 아마추어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1순위로 피츠버그에 지명되며 기대를 한몸에 받은 워커는 사실상 '프랜차이즈 스타'다. 2009년 9월 확장 로스터때 데뷔해 2010년부터 메이저리그에 안착했다. 올해 타율 2할7푼1리 23홈런 76타점을 기록했다. 데뷔 이래 가장 한 시즌 최다 홈런이었고 전체 2루수 중에서도 미네소타 트윈스의 브라이언 도저와 함께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했다.

3루에는 떠오르는 신예 해리슨이 버티고 있다. 2루와 3루, 유격수, 심지어 외야까지 전전하던 해리슨은 시즌 중후반부터 주전 3루수였던 페드로 알바레즈를 1루로 밀어내고 3루 자리를 꿰찼다. 올해 타율 3할1푼5리 13홈런 77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팀의 상징과도 같은 앤드류 매커친에 이어 fWAR(팬그래프닷컴 기준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이어 두 번째에 위치하며 피츠버그에 힘을 불어넣었다(매커친 6.8 해리슨 4.9).


피츠버그 내야를 구축하고 있는 닐 워커(왼쪽부터)-조디 머서- 조시 해리슨

여기에 이번 달 초 탬파베이에서 유틸리티 플레이어 션 로드리게스를 영입하며 백업 야수진을 강화했고 유격수 백업으로만 한정지어도 수비가 뛰어난 클린트 바메스가 있다. 피츠버그는 로드리게스를 영입하고 1루수 가비 산체스를 지명할당하면서 내야진 정리를 어느정도 한 상황이다.

다만, 올해 58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2루수 워커가 2015시즌 이후 자유계약 선수 자격을 얻지만 아직 장기 계약을 맺지 못했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워커가 팀을 떠날 시나리오를 대비한 것일 수 있다. 그리고 해리슨의 올해 활약이 반짝이었다고 생각해 미래를 도모하는 보험으로 강정호에 베팅을 했을 수 있다.

이제 갓 메이저리그에 발을 디딜 강정호에게는 이미 자리가 잡혀있는 피츠버그 내야진의 현주소다. 연봉 협상에 성공하더라도 뒤이어 험난한 주전 경쟁이 강정호를 기다리고 있다.하지만 500만 달러 뒤에 더해진 2,015달러를 통해 피츠버그는 강정호에 2015시즌을 함께 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강정호가 직접 본인의 실력으로 피츠버그 내야진의 틈을 뚫어내야 한다.

지난 2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정호는 "아직 꿈을 이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부터 시작이다"는 말로 메이저리그 도전의 각오를 밝혔다. 강정호의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사진 제공=스포츠코리아,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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