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조형래 기자] 우려도 있었지만 결국 강정호(27)의 '빅리그' 진출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강정호의 도전은 이미 닻을 올렸다. 그리고 한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한 야수 최초로 꿈의 무대를 향해 나아가는 강정호가 자신의 손에서 내려놓아야 할 것과 어깨에 짊어져야 하는 것이 생겼다.
강정호는 21일 목동구장에서 메이저리그 진출 관련 기자회견을 가지고 도전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지난 15일 강정호의 소속 구단인 넥센이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통해 MLB 사무국에 강정호의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요청했고, 4일 간 30개 구단을 받은 뒤 20일 결과가 KBO로 날아들었다. KBO는 넥센에 최고 응찰액을 통보했고, 500만 2,015달러라는 최고 응찰액이 발표되면서 이를 수용했다.
이로써 강정호의 '빅리그 도전'의 길은 활짝 열렸다. 그러나 이제부터 시작이다. 강정호와 강정호의 에이전트 사인 옥타곤측은 포스팅 최고액을 응찰한 팀과 연봉 협상 절차가 남아있다. 앞서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를 노렸던 김광현도 샌디에이고와 연봉 협상 과정에서 틀어지며 꿈이 무산됐다.
그러나 연봉 협상 과정에서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틀어질 일은 없을 듯하다. 강정호는 2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진출 관련 기자회견에서 "금액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날 필요로 하는 팀에 갔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연봉에 대한 욕심과 미련을 버렸다.
또한 연봉 외에 따라 붙을 옵션 조항에 대해서도 말을 열었다. 올해 117경기 타율 3할5푼6리 40홈런 117타점 103득점으로 한국 무대를 평정한 강정호일지라도 미국 무대에서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미지의 내야수다. 구단은 각종 옵션을 통해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선수 측 역시 유리한 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하기 위해 가치를 인정받고자 한다. 류현진의 경우도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놓고 마지막까지 LA 다저스와 신경전을 벌였다.
이에 대해 그는 "일단은 메이저에 계속 있으면 좋겠지만 아시아 선수들에 대한 편견이 있기 때문에 쉽진 않을 것 같다. 얘기를 하면서 조율을 하려고 한다"고 말하며 옵션 조항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가지지 않았다.
결국 강정호는 그동안 '한국 최고 유격수'로 군림해오던 과거를 내려놓은 것이다.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내야수로서의 자존심과 책임감은 그가 앞으로 짊어지고 가야하는 것이 됐다.
강정호가 말했듯이 아시아 출신 내야수들에 대한 편견은 남아있다. 마쓰이 가즈오, 니시오카 츠요시, 이와무라 아키노리, 나카지마 히로유키, 가와사키 무네노리 등 내로라하는 일본 프로야구 출신 내야수들이 호기롭게 도전에 나섰지만 모두 성공이라는 이름표를 달지 못했다. 결국 강정호는 앞으로 빅리그 무대에서 활약을 통해 그동안의 편견을 깨야 하는 것이 목표이자 부담감으로 다가오게 됐다.
그는 "아시아 내야수를 좋지 않게 보는 인식이 있고, 또 한국 야수로는 처음 진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감은 있는 것이 사실이다"면서 "처음에 제가 잘해서 다음에 한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선수들도 편하게 갈 수 있기 때문에 책임감과 부담감이 크다. 제가 한국 야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하며 부담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한국 프로야구 출신 야수로는 최초의 도전이라는 이유로 강정호에 대한 주위의 기대는 크다. 내려놓은 것과 짊어져야 하는 것이 동시에 생긴 현재, 강정호는 묵묵히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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