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조형래 기자] "잘하시는 것 같다. 제가 감히 평가할 정도는 아니지만 센스가 있으시다."

강정호(27·넥센)가 메이저리그 진출의 8부 능선을 넘었다. 넥센은 지난 20일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강정호의 최고 응찰액인 500만 2,015달러를 수용했다. 이로써 해당 구단은 강정호 측과 30일간 독점 교섭권을 얻었다. 강정호의 포스팅 금액은 이치로 스즈키(1,312만 5,000달러)와 니시오카 츠요시(530만 달러)에 이은 아시아 출신 야수 3위 금액이다.

강정호의 도전 자체에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보내고 있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유격수 강정호'의 수비 능력에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강정호를 2루수 혹은 3루수 자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예상과는 정 반대로 미국 현지에서 유격수 수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유망주' 이학주(24·탬파베이)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 2009년 시카고 컵스에 입단해 2011년 탬파베이로 트레이드 된 이후 현재까지 6년간 535경기를 유격수로만 미국의 그라운드를 누볐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의 차이는 있겠지만 미국에서 느낀 유격수로 생존방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선수 중 하나다.

스포츠한국과 만난 이학주 역시 강정호의 '빅리그' 도전 소식을 알고 있었다. 강정호가 야구 선수로서는 선배지만 이학주는 미국 야구만 놓고 보면 미국을 먼저 경험한 '선배'다. 이학주에게 강정호의 평가를 부탁하자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이학주는 "제가 감히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야구 선수로 센스도 있으시다. 미국에서도 유격수로 잘 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잘하실 것 같다. 수비도 저는 크게 문제될 것 같지 않다. 잘할 것 같다.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면서 "전문가들로부터 어떤 말이 나올지언정 가서 유격수로 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딪혀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하며 '유격수 강정호'를 의심하지 않았다.

이학주는 미국에서 강정호의 경기를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올해 포스트시즌 열린 경기들은 모두 챙겨봤다. 이 때 이학주가 본 강정호의 장점은 "강정호 선배님의 많은 경기를 보진 못했지만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 모두 챙겨 봤는데 핸들링도 좋으시고 송구도 여유있게 잘하신다. 편안하게 잘 잡고 던지신다"고 말했다.

특히 그가 인상 깊게 본 장면은 한국시리즈 5차전 9회말 선두타자 김상수를 처리할 때였다. 이 경기는 강정호가 김상수를 처리한 뒤 야마이코 나바로의 타구를 실책하며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한 경기로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돼 있다.

그러나 이학주는 실책의 순간보다 앞선 김상수의 타구를 처리한 상황을 먼저 기억했다. 당시 김상수의 타구는 빗맞으면서 유격수 쪽으로 느리게 굴러갔고, 강정호는 본래 수비위치에서 힘껏 전진해 타구를 잡은 뒤 곧장 러닝 스로우로 발 빠른 김상수를 잡아냈다.

이학주는 강정호의 당시 수비를 보면서 "그런 러닝 스로우는 누가 알려줘서 하는 것 아니다. 몸에서 나와야 한다. 타고난 것이다"고 말하며 강정호의 센스에 감탄했다.

이학주는 함께 2015시즌 빅리그에 도전하는 강정호에 응원의 메시지도 보냈다. 그는 "저는 고등학교에서 미국으로 바로 갔지만 유격수로 꿈을 꾸고 갔다. 강정호 선배님도 한국에서 유격수로 가시니까 유격수로 잘 됐으면 좋겠다"면서 "그동안 한국 내야수가 없었지만 수비 잘하고 공격도 잘 하시니 정말 잘 됐으니 좋겠다. 저도 꿈을 펼칠 것이니 선배님도 잘되셨으면 좋겠다"고 전하며 강정호의 도전에 힘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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