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조형래 기자] 2014년 NC의 가을이야기는 '프롤로그' 수준에서 끝났다. 프롤로그를 통해서 NC는 본격적으로 스토리를 써내려가기 위한 과제도 확인했다. '양적'으로 부족했던 좌완 불펜 투수감을 찾아내는 것이다.

리그에 좌타자가 많아지면서 상성상 강하다고 여겨는 좌완투수의 중요성은 날로 커졌다. 이들은 '스페셜리스트'로 불리기도 했다. 비록 현재는 좌타자들이 적응을 하며 '좌우놀이'의 개념 자체가 모호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불펜에 좌완 투수들을 좀 더 많이 포진시키고 확실한 좌타 스페셜리스트의 존재가 있다면 감독의 불펜 운용은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NC는 올해 팀 평균자책점 4.39로 전체 1위, 그리고 불펜 평균자책점에서도 4.34로 LG에 이은 전체 2위에 올랐다. 막강한 투수력을 밑바탕으로 정규시즌 3위의 '돌풍'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와중에 부족했던 부분을 굳이 꼽자면 좌완 불펜 투수의 '양적'인 부족이었다.

올해 NC 좌완 불펜의 대들보는 손정욱(23)이었다. 손정욱은 올 시즌 67경기에 등판(44이닝) 2승1패 16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70을 기록했다. 팀 내에서 원종현(73경기)에 이어서 두 번째로 많은 경기에 출장했고 리그 전체로 봐도 4번째로 많은 출장횟수였다. NC의 창단 첫 가을잔치 진출에 숨은 공로자였다. 원포인트 릴리프도 가능했지만 긴 이닝을 던지는 롱릴리프 역할도 소화할 수 있었기에 손정욱의 쓰임새는 다양했다.

그러나 손정욱 혼자서 불펜을 책임지기에는 버거웠다. 시즌 막판 백전노장 이혜천(35)이 제 페이스를 찾으며(9월 이후 11경기 7.2이닝 1승 2홀드 ERA 1.17) 손정욱의 부담을 덜어주기는 했고 시즌 초반 홍성용의 등장으로 잠시나마 좌완 불펜의 다양화를 노렸지만 쉽지는 않았다.

또한 표본의 차이가 있지만 손정욱은 좌타자 상대로 더 높은 피안타율을 기록했다. 시즌 피안타율은 2할4푼8리지만 128명의 좌타자를 상대하며 2할7푼6리로 높았고, 66명의 우타자를 상대로는 1할9푼6리로 다소 낮았다. 좌타자 스페셜리스트로 보기엔 좌타자 경쟁력이 다소 미흡했다.

결국 손정욱이 일당백으로 해낸 NC의 좌완 불펜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새롭게 육성을 해야 하는 과제도 함께 떠올랐다. NC는 한 명이 빠진 외국인 선수들의 자리에 토종 투수들을 키워내 선발진에 포진 시켜야 한다. 올해 불펜으로 활약했던 손정욱 역시 선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좌완 불펜 투수감을 물색해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혜천(왼쪽부터)-홍성용-민성기

포스트시즌에서는 다소 부진했지만 정규시즌 막판 좋은 활약을 펼친 이혜천이 꾸준함을 이어가 준다면 NC의 걱정은 다소 덜 수 있다. 여기에 시즌 초반 잠시 1군에 얼굴을 비친 홍성용(28)과 '기대주' 민성기(25)도 후보다. 홍성용과 민성기는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시즌 종료 직전 떠난 미국 애리조나 교육리그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남겼다. 홍성용은 15.1이닝 동안 17개의 탈삼진을 뽑아냈고 평균자책점 2.35를 기록했다. 민성기도 평균자책점 평균자책점 1.50(12이닝 2실점)으로 활약했다.

NC는 1,2군 통합 스프링캠프를 통해 '원석'과 '흙속의 진주'를 캐내기 위한 대장정을 펼친다. 이혜천과 홍성용, 민성기 외에 또 다른 후보가 숨어있을 지도 모른다. 과연 NC가 올해 부족했던 좌완 스페셜리스트 육성으로 채워 '가을이야기'의 완성을 이뤄낼 수 있을까.

사진=스포츠코리아, N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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