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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의 명언으로 알려진 이 말은 이제 야구계를 넘어 사회 전반적으로 쓰일 정도로 울림이 큰 격언이 됐다. 이번 양현종과 김광현의 메이저리그행 무산은 이 명언이 계약과 이적에도 정확히 들어맞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새겨야할 값비싼 교훈이다.

김광현과 샌디에이고는 계약 마감시간인 12일(한국시각) 오전 7시까지 입단계약에 합의하지 못했다. SK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김광현과 샌디에이고가 계약이 최종 결렬되고, 김광현은 국내 잔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날까지만 해도 버드 블랙 샌디에이고 감독이 "김광현은 좋은 사람이다. 미소가 밝았다"며 "그의 이름 앞부분은 잘 모르겠다"며 웃어 넘기는 등 분위기가 좋았다. 심지어 샌디에이고 측은 김광현과의 첫 만남에서 29번이 박힌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선물했다고 알려졌다. 그만큼 좋은 분위기였는데도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양현종 역시 포스팅을 통한 메이저리그행을 시도했지만 포스팅 금액이 워낙 적게 제시되자 KIA 측이 거부했고 양현종은 KIA에 잔류하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양현종에 이어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 실패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메이저리그행은 시기, 지나치게 '무조건 가겠다'는 식의 저자세 선언, 계약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데 지나치게 일찍 기대감을 품은 섣부름까지 앞으로 메이저리그를 노리는 선수들에게 큰 교훈을 남겼다.

▶적절한 포스팅 시기 놓쳐

많은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이미 양현종과 김광현이 포스팅을 신청한 시기에 대해 의문을 제시했다. 이들의 포스팅 신청 시점은 올해 메이저리그 스토브시장이 제대로 열리기 전이었다. 메이저리그의 관례상 소위 A급 선수들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으면 `준척급' 선수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두지 않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컸다는 지적이다.

단적인 예로 올 시즌을 앞두고 투수 최대어였던 다나카 마사히로의 계약이 한 달 가량 늦춰지자 윤석민은 물론 다른 선수들도 거취를 정할 수가 없었다. 다나카가 뉴욕 양키스와 계약한 다음에야 마치 병목현상이 풀린 듯 FA시장도 정리가 됐었다.

메이저리그 FA시장은 이제야 조금씩 풀리고 있지만 여전히 최대어인 맥스 슈어저, 제임스 쉴즈 등이 아직 남아있다. 즉, 양현종과 김광현은 지금 포스팅을 신청하거나 좀 더 늦게 신청했어야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결과론적이 얘기가 아닌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의 기본 섭리를 무시한 데 따른 결과다.

▶지나치게 확고했던 ML행 선언, 독 됐다

이들은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조금씩 메이저리그에 관심을 내비췄다. 이 정도는 당연했다. 그러나 두 선수는 시즌 종료 후에도 '메이저리그가 아니면 안 돼'라는 속내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특히 김광현은 아예 기자회견까지 열었고 이 자리에서 일본행은 아예 생각이 없고 보직에 관계없이 무조건 메이저리그를 가겠다고 선언했다. 기자회견은 열지 않았지만 양현종 역시 굉장히 강한 도전의사를 내비췄다.

이같은 강력한 의사 표현이 메이저리그 구단 입장에서는 그만큼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열망이 크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어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빅리그 구단들에게는 '이 선수는 우리가 아니면 안 되는구나'하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스스로 '을'의 입장을 자처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포스팅 시스템의 특성상 단독 협상만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미 구단이 '갑'의 위치에 있는 상황에서 더욱 더 저자세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

▶과연 에이전트 선임은 올바르게 됐는가

양현종과 김광현이 선임한 에이전트들은 나름대로 미국 내에서 일정한 입지를 가진 인물들이지만 그들이 정말 선수를 제대로 돌봤는지는 의문이 든다. 아무래도 양현종과 김광현을 통해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대형 선수들에 비해서 소액이다보니 관리가 소홀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포스팅 타이밍, 미국 내에서의 선수 홍보에 대해 제대로 된 역할을 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계약이 완료된 것도 아니고 확실한 팀이 있는 것도 아닌데 지나치게 소스를 흘리며 헛바람만 넣은 것, 주변의 불분명한 전망과 평가들을 통제하지 못한 것은 모두 에이전트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무조건 유명 에이전트와 계약했다고 해서 안심할 문제는 아니다. 명성에 못지 않게 에이전트에게는 선수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고, 얼마나 세심하게 신경을 쓸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덕목이다. 한 에이전트는 "에이전트가 무조건 돈을 벌기 위해 선수에게 접근한다면 좋은 계약은 힘들다. 선수를 이해하고 최고보다 최적의 팀과 계약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언론과도 지나친 유착은 도리어 구단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다. 계약이 확실하더라도 신중하게 한번 더 확인해야 한다. 도장을 찍으려 만난 자리에서도 잘못될 수 있는 게 계약이기 때문이다. 계약은 정말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을 명심, 또 명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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