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연한 단축 등 제도 개선 필요…위화감 방지를 위한 저액 선수 처우도 고민 필요

올해에도 FA 선수들의 몸값은 천정부지 치솟고 있다. 반대로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는 나머지 선수들의 박탈감은 바닥을 찍고 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박대웅 기자] FA 최대어 최정이 최근 4년 총액 86억원(계약금 42억원, 연봉 11억원)의 조건에 SK 잔류를 결정했다. 지난해 강민호의 4년 75억원을 뛰어넘은 역대 FA 최대 규모의 계약이다. 장원준은 롯데의 4년 88억 제의를 뿌리치고 FA 시장에 나왔다. 사상 첫 FA 100억 시대를 열 것이라는 전망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FA 시장의 `거품론'이 대두되는 가운데 선수들이 그동안 흘린 땀의 가치를 보상 받겠다는 것에 대해 찬물을 끼얹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당장의 시장 상황을 감안했을 때 각 구단이 부담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체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개선하고 야구 시장의 전체적 파이를 키운다면 선수들의 치솟는 몸값에 볼멘소리가 나올 일도 없다.

하지만 FA 가격 폭등으로 인해 선수들 간의 연봉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구단과 선수 모두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현재 프로야구 선수에게 보장된 최저 연봉은 2,400만원. 내년부터 이 금액은 2,700만원으로 인상된다. 또한 야구규약 제9장 ‘참가활동보수의 한계’ 제69조 ‘참가활동보수의 최저보장’에 명시된 “연봉 5,000만원 미만의 선수가 1군 등록시 5,000만원을 기준으로 1일당 연봉 차액의 300분의 1을 추가로 지급한다”는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 실질적인 최저 연봉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다소 높은 기댓값을 가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야구 선수라는 직업군의 수명이 일반 직장에 비해 길지 않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여전히 많은 선수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야구를 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결국 FA 몸값이 해마다 큰 폭으로 치솟고 있는 현상에 비주류 선수들이 느끼는 소외감도 덩달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최정이 내년부터 받게 되는 연봉(11억원)은 명시화된 최저 연봉의 무려 45.8배, 올시즌 프로야구 선수의 평균연봉(1억1,400만원)과 비교해도 9.6배나 높은 수치다.

스타 선수가 평범한 선수보다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연봉 불균형이 지나치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무명 선수들이 소외감을 느낄 시간에 더욱 많은 땀을 쏟아내 스타 선수로 거듭나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단순히 접근할 일만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승자독식의 FA 구조가 심화될수록 선수들 역시 FA 자격이 찾아왔을 때 너도 나도 소위 ‘한 탕’을 노려보겠다는 생각이 짙어진다는 점에 있다.

첫 FA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1군 등록일수 145일을 기준으로 9시즌(대학 졸업선수 8시즌)을 뛰어야 한다. 야구 인생을 걷는 동안 FA를 누릴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많지 않을뿐더러 김태균과 같이 특별한 사례를 제외하면 연봉 규모도 FA 자격을 갖추기 전까지는 높은 수준을 기대하기 어렵다. 소외감을 느껴왔던 선수들이 FA 대박을 위해 사활을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는 3년차 시즌까지는 사실상 최저연봉을 받지만 4년차부터 연봉 중재를 통해 6년차까지 충분히 자신이 한 것에 대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다. 가끔씩은 5~6년차 시즌의 금액이 FA 계약 때와 비슷한 경우도 꽤 있어 선수의 가치에 대해 올바른 평가가 가능하다. 한국 프로야구에는 이와 같은 방지턱이 온전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FA 계약 규모를 놓고 선수들 사이에서 때때로 위화감을 조성하게 되고 보상심리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박충식 사무총장은 “최저 연봉이 너무 낮은 것은 사실이다. 선수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올라올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뒤 선수협 측에서도 최저 연봉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전했다.

그는 이어 “해마다 FA 시장에 보다 많은 선수들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불합리한 조항도 개선해나가야 한다. 가령 메이저리그에서는 부상자 명단에 오른 기간까지 FA 자격에 포함이 되지만 한국 프로야구는 그렇지 못하다”며 시장 수요를 따라갈 수 있는 FA 공급 구조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나란히 밝혔다.

박 사무총장의 언급에 덧붙여 FA 연한 단축과 같은 방안을 마련해 공급을 늘릴 경우 한정된 FA 선수들을 놓고서 목을 매는 과열된 경쟁 체제가 다소 가라앉을 수 있으며, 구단과 선수 사이의 합리적인 연봉 협상이 가능해진다. 동시에 다수의 인원에게 기회가 돌아간다는 점에서 피라미드 최상위층에게 집중된 연봉 분포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제도적인 개선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동시에 각 구단들은 지금껏 수많은 선수들의 박탈감을 생각하기보다 스타 선수를 붙잡거나 혹은 영입하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던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형적인 ‘승자독식’의 FA 구조는 결국 구단에게도 어떤 식으로든 독이 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음을 인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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