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박대웅 기자] 거품이 빠질 기미가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 FA 시장이 말 그대로 미쳐가고 있다.

27일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원소속구단 FA 우선 협상 기간이 종료됐다. 총 19명의 FA 신청자 가운데 8명만이 원소속팀과 재계약을 맺었고, 11명은 시장으로 뛰쳐나와 타구단과의 협상에 돌입하게 됐다.

이번 FA 시장도 역대급 '쩐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원소속구단이 FA 대상자 8명에게 투자한 총 금액은 무려 395억5,000만원. 역대 최고액 기록을 수립한 최정(4년 86억원)부터 가장 낮은 금액에 도장을 찍은 김경언(3년 8억5,000만원)까지의 격차는 상당하지만 결국 1인당 평균 FA 총액은 49억4,375만원에 이른다.


FA 원소속구단 협상 체결 현황

지난 2011년 넥센이 이택근을 4년 총액 50억원에 영입한 것이 FA 몸값 수직상승의 신호탄이 됐다. 이듬해에는 KIA가 김주찬 영입을 위해 마찬가지로 4년 총액 50억원을 투자했으며, '대어급' FA 선수들의 눈높이는 어느덧 최소 50억원에 맞춰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강민호가 역대 최다액인 4년 75억원의 대박을 터뜨렸을 뿐 아니라 정근우(4년 70억원), 이용규(4년 67억원), 장원삼(4년 60억원), 이종욱(4년 50억원) 등이 돈방석에 앉았다. 총 15명의 선수가 기록한 FA 총액은 무려 523억5,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FA 시장은 분명 거품으로 가득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계약 연도가 한참이나 남아있기 때문에 각 구단이 투자의 효과를 누렸는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FA 이후 1년 차까지의 성적만 놓고 봤을 때 FA 계약 이전 시즌보다 성적이 올라선 대어급 선수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무방하며, 기록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해낸 경우도 많지는 않았다.

특히 강민호는 타율 2할2푼9리 16홈런 40타점에 그치는 부진으로 고개를 숙였고, 이용규 역시 지명타자로만 기용된 상황에서도 타율 2할8푼8리 20타점 62득점 12도루에 머물러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오히려 4년 총액 28억원의 거품 없는 계약을 맺은 박한이(2014시즌 타율 0.331 9홈런 80타점 83득점)가 연봉이 아닌 성적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등 극소수의 선수만이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선보였다.

거품이 가득 낀 FA 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당시에도 있었다. 그리고 결국 그 우려는 기우에서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올시즌에도 거품이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입바람을 불면 날아가는 거품이 아닌 소위 '딱딱한 거품'이 FA 시장에 도사리고 있는 것.


왼쪽부터 최정, 윤성환, 장원준. 스포츠코리아 제공

현재까지 나타난 1인당 평균 49억4,375만원의 연봉 총액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위 50억원을 기본으로 책정하고 들어가는 선수의 레벨이 이제는 '대어급'이 아닌 '평균'으로 향해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당장 '역대 FA 계약 규모 TOP 10'에 새롭게 등록된 선수가 올시즌에만 5명이다. 계약 총액 50억원은 공동 10위에 해당하는 규모. 이와 같은 추세라면 50억원의 사나이도 이제는 명함을 내밀기 힘든 시대가 곧 찾아올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 내년시즌 이후에는 김현수, 김태균, 손승락, 이택근, 이승엽, 오재원, 박정권, 정우람, 우규민, 이동현, 이범호, 나지완 등이 FA 시장으로 쏟아질 전망이다. 선수들의 면면이 지난 시즌 및 올시즌 이상의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을 뿐 아니라 kt의 경우 신생팀의 특혜로 내년까지 보상 선수를 내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선수들을 뺏고 지키기 위한 각 구단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선수들의 몸값은 더욱 치솟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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