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과 양현종이 만족스럽지 못한 포스팅 결과를 연달아 받아들었다. 이제 팬들의 시선은 마지막으로 남은 강정호가 한국 프로야구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느냐에 집중되고 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박대웅 기자] 김광현(26, SK)에 이어 양현종(26, KIA)의 포스팅 응찰액도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모양새다. 그렇다면 강정호(27, 넥센)는 과연 어떨까.

김광현과 양현종이 최근 나란히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신청했지만 두 선수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 샌디에이고는 김광현에게 200만 달러(약 22억원)를 제시하면서 단독 교섭권을 확보했고, 24일에는 양현종 입찰의 최종 승리팀이 미네소타가 아닌 텍사스라는 보도가 새롭게 흘러나왔으나 텍사스 역시 제시한 금액은 약 150만 달러 내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SK측은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추진을 돕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도 '합리적인 수준의 대우'를 받는다는 전제 조건을 내걸었다. 구체적인 액수를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2년 전 류현진의 포스팅 응찰액 2,574만 달러(약 280억원)를 감안했을 때 최소 1,000만 달러 수준의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결과적으로 SK는 최고 응찰액 200만 달러를 수용했지만 사실상 대승적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양현종의 경우 김광현의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 직후였기 때문에 소위 '대박'의 가능성이 그만큼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시카고 컵스 등 빅마켓 구단이 양현종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흘러나왔을 뿐 아니라 선발투수로서의 성공 가능성이 김광현보다 높다는 스카우트의 평가가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냉혹한 현실이 양현종을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며, KIA와 양현종은 두 번째 만남에서도 포스팅 최고 응찰액 수용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프로야구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선발투수가 연달아 아쉬운 결과를 맞으면서 강정호 역시 그 여파에서 자유롭지는 않을 전망이다.

물론 강정호에게 특별히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부분은 있다. 김광현, 양현종보다 일찌감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 높은 관심을 불러 모았을 뿐 아니라 윈터미팅이 마무리되는 12월 중순 포스팅을 신청할 예정이라는 점에서도 타이밍이 나쁘지 않다. 기존 동일 포지션에 속해있는 대어급 선수들의 움직임을 먼저 파악한 뒤 전력 보강이 급해지는 팀들을 상대로 틈새시장을 파고들 경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바라볼 수 있다.

올시즌 남긴 영향력, 미래에 대한 잠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에도 강정호가 3인방 가운데 가장 좋은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김광현과 양현종이 류현진과 비교했을 때 한국프로야구를 꾸준하게 지배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부상 또는 기복 등의 문제로 최근 몇 년 이내에도 주춤했던 순간이 있었다.

반면 강정호는 최근 3년 간 꾸준하게 성장 곡선을 그려왔고, 특히 올시즌 타율 3할5푼6리 40홈런 117타점 103득점 장타율 7할3푼9리 등을 기록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는 점에서 정점에 올라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밖에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3할 타율을 넘어선 유격수가 단 한 명도 없었고, 20홈런 역시 이안 데스몬드(워싱턴 내셔널스), 자니 페랄타(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트로이 툴로위츠키(콜로라도 로키스), 단 3명의 선수 밖에 정복하지 못했을 만큼 유격수 기근이 심하다는 점에서도 '강정호 복권'을 긁기 위한 각 구단 간의 경쟁이 나타날 수 있다.

물론 강정호가 20홈런을 터뜨려 줄 확률은 희박하지만 10홈런 이상을 때려낸 유격수조차 12명에 그쳤기 때문에 그의 장타 생산 능력은 빅리그 동 포지션 내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이미 보스턴 글로브의 닉 카파르도는 "강정호가 메이저급의 파워를 갖췄고, 각 구단들이 그를 영입하기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는 호평을 남겼고, ESPN의 키스 로 역시 "타자 친화적인 구장을 벗어나서도 수준급 장타력을 보여줄 것이다"며 강정호의 거포 본능에 높은 평가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포스팅 대박 가능성을 섣불리 낙관하기 힘든 이유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정상급 유격수로 평가 받고 있지만 여전히 현지에서는 강정호의 수비에 대한 의구심을 남겨놓고 있으며, 162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체력 문제 역시 현재로서는 검증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동안 일본인 내야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지 못했거나 보잘 것 없는 대우 속에서 첫 발을 내딛은 경우가 많았다는 점도 강정호가 참고해야 할 현실 가운데 하나다. 또한 이미 김광현과 양현종의 사례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 외신의 긍정적인 평가가 구단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장하는 척도가 될 순 없다. 단순한 립서비스에서 나온 긍정적 평가에 고취될수록 더욱 실망스러운 결과가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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