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에서 플레이오프 진출 '드라마'

LG의 가을야구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LG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7회 말 LG 관중의 응원 속에 넥센 투수 소사와 LG 오지환이 대결을 펼치고 있다. 2014.10.31 jjaeck9@yna.co.kr
올해 LG 트윈스의 가을은 그 어떤 프로야구단보다도 뜨거웠다.

LG는 31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2-12로 패하면서 시즌 최고의 팀을 가리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LG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플레이오프에서 1승3패의 성적으로 주저앉았다.

아쉬움이 남기는 했으나 LG는 올 시즌 좌절을 극복하고 희망을 만들어나가는 행복한 드라마를 그려내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9개 구단 가운데 막장 요소 없이 가장 극적이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풀어낸 시즌이었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올 시즌이 개막하자마자 LG는 '꼴찌'로 추락하며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4월에는 연거푸 6연패, 5연패에 빠지며 충격을 던졌다. 급기야 사령탑인 김기태 전 감독(현 KIA 타이거즈 감독)이 4월 23일 돌연 사퇴하면서 팀 분위기는 급속도로 나빠졌다.

그러나 LG는 점차 나아진 모습을 보이면서 급기야 정규시즌 마지막 날 4위를 확정하며 포스트시즌 티켓을 거머쥐었다.

새로 선임된 양상문 감독은 5월 13일 취임식에서 밝힌 대로 급하지 않게 '뚜벅뚜벅' 팀을 추슬렀다.

특히 양 감독은 '투수 조련사' 명성에 걸맞게 마운드를 탄탄하게 다졌다.

시즌 초 부진했던 코리 리오단이 팀의 용병 에이스로 성장했고, 우규민과 류제국이 각각 11승(5패), 9승(7패)을 쌓아올리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마무리 봉중근을 필두로 유원상, 이동현, 신재웅, 윤지웅, 신정락, 임정우, 정찬헌 등 불펜진은 경기 후반까지 좀처럼 뚫리지 않는 철벽 방어벽을 형성했다.

안정적인 선발진과 최강 불펜진이 구축되면서 LG는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탔다.

6월에는 '탈꼴찌'에 성공했고, 10월 9일에는 4월 9일 이후 6개월 만에 승률 5할을 회복했다.

시즌 막판 치열하게 전개된 4위 자리다툼의 결과 최종 승률은 0.492로 떨어졌지만, 4할대 승률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이례적인 기록을 작성했다.

LG는 포스트시즌에 오르기 전까지 매 경기 손에 땀을 쥐는 접전을 펼쳤다.

특히 시즌 막바지인 10월 들어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8회 이후나 연장전에서 폭발적인 타격감을 뽐내며 극적인 '뒤집기승'을 수차례 거둬 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포스트시즌 진출기가 험난했던 만큼 LG는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체력 저하로 힘든 경기를 치를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이는 기우로 드러났다. LG는 거센 상승세를 이어나가 NC를 3승1패로 누르고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지난해 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경험이 좋은 밑거름이 됐다.

LG 선수들은 "작년에는 큰 무대에 올라 긴장을 많이 했지만 올해는 경험이 쌓이고, 워낙 힘든 과정을 뚫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기 때문인지 마음이 편하다"고 입을 모았다.

플레이오프에서는 거포 군단 넥센을 만나 1승3패를 기록하며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지난해에도 LG는 플레이오프에서 두산 베어스를 만나 1승3패로 돌아섰다. 하지만 올해는 밑바닥에서 출발해 이같은 위치에 올라섰다는 점에서 더욱 큰 박수를 받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팬들은 LG 가을야구의 상징인 '유광점퍼'를 입고 잠실구장을 가득 채워 열띤 응원을 펼치는 즐거운 추억을 남기게 됐다. 31일 잠실구장을 찾은 LG 팬들은 패색이 짙게 드리운 경기 후반에도 응원과 함성을 보내며 끝까지 선수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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