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LG 감독
[스포츠한국미디어 잠실=박대웅 기자]패자는 말이 없다. 입을 열어봐야 변명처럼 들릴 뿐이다. 그러나 올해의 LG는 다르다. 패전의 아픔속에서 희망을 발견한 LG다. 어쩌면 또다른 승리자일지도 모른다.

LG는 잠실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2-12로 넥센에 무릎을 꿇는 것으로 10월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넥센의 강타선에 속수무책으로 난타를 당하면서 1승3패로 아쉽게 한국시리즈 진출이 무산됐다. 그러나 시즌 초반 사령탑의 공백 속에 허우적 대던 아픔을 딛고 정규시즌 4위로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는 기적을 만들어낸 LG였다는 점에서 결코 실패한 시즌이 아니다.

누구보다도 이번 포스트시즌이 남달랐던 이는 양상문 감독이었다. LG가 시즌 초반 연거푸 6연패, 5연패에 빠진 가운데 4월23일 돌연 사퇴를 했던 김기태 전 감독(현 KIA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은 양상문 감독은 명투수 조련사답게 마운드를 안정시키면서 차근차근 팀 순위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가을무대의 주연으로 올라서 NC를 잡아내는 쾌거를 이뤘다.

그래서 그는 플레이오프 4차전이 끝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천천히, 천천히 창피당하지 않는 팀을 만들고자 투·타 균형을 맞추고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선수, 코치진과 함께 좋은 시즌을 가져왔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있게 소감을 밝혔다.

▲양상문 LG 감독=잠실에서 플레이오프 꼭 이기고 싶었는데 아쉽다. 4회 찬스를 만들고 동점까지 따라 붙었을 때 역전을 시켰으면 오늘 경기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류제국이 김민성이에게 홈런 맞았지만 로티노와 유한준을 삼진으로 잡았다. 박병호 강정호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 투수 교체를 생각하지 않았다. 한 번 끊어주고 싶었는데 마운드에 올라가지 않은 것이 아쉽다. 정상적인 투타 밸런스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코칭스태프와 먼길 돌아와서 진 것이 솔직히 화가 나지만 그런 부분을 선수들과 함께 좋은 시즌 가져왔다고 보고 내년은 더 철저히 준비해서 힘들게 시즌을 끌고 가지 않는 팀을 만들겠다. 오늘 저녁에 코칭스태프와 밥 한끼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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