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류제국-2014년 소사, 승률왕 자존심 걸고 진검 승부 예고

[스포츠한국미디어 박대웅 기자] 2013시즌과 2014시즌 승률왕이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대결을 펼친다.

LG와 넥센은 31일 잠실구장에서 플레이오프 4차전을 앞두고 류제국(31)과 소사(29)를 나란히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개인의 기록보다 팀 승리 자체가 가장 중요한 포스트시즌의 특성상 류제국과 소사는 팀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선발 카드나 다름없다.

물론 상세한 개인 기록을 비교했을 때 두 선수보다 나은 선발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밴헤켄이 탈삼진 10개를 솎아내는 등 7.1이닝 3실점(2자책점)으로 호투하고도 패전투수가 된 것처럼 결국 팀이 승리하지 못하면 이러한 기록도 빛을 잃게 된다.

반대로 선발 투수가 다소 부진을 겪더라도 유독 타선의 득점 지원을 잘 받는 편이거나 팀을 승리로 이끄는 횟수가 많다면 여기에 희망을 걸어볼 여지도 충분하다.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운이 좋기 때문’으로 판단할 수도 있지만 온갖 위기 상황 속에서도 맞대결 투수보다 어떻게든 실점을 적게 내주며 버텨내는 것도 노련한 경기 운영을 발휘하는 일종의 능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류제국과 소사는 바로 이러한 점에 특화된 모습을 선보인 적이 있고, 포스트시즌에서는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유형의 투수이기도 하다.

▲ '제국의 역습' 류제국, 빅 경기에 어울리는 남자

류제국은 지난해 12승2패 평균자책점 3.87의 성적으로 팀 내 최다승을 책임졌을 뿐 아니라 승률(0.857)에서도 전체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에는 타고투저 현상이 올해만큼 심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3점대 후반의 평균자책점은 리그 10위 밖에 해당되는 성적(규정 이닝 미달로 순위권에는 없음)이었다. 특급 기록을 남기지 않았음에도 승률 타이틀을 가져가며 일약 ‘승리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가 그에게 따라붙었다.

물론 경기당 3.75의 득점을 지원받아 선발 투수로서는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 운이 어느 정도 뒷받침 됐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류제국은 5실점을 내주며 부진했던 2경기에서 모두 패배를 기록했고, 나머지 18경기에서는 모두 4실점 이하로 상대를 틀어막았다. 즉 크게 흔들리거나 일찌감치 물러난 경우 없이 꾸준한 모습을 선보이며 승리투수 요건을 확보했고, 이후 막강 불펜진이 뒷문 단속에 성공하면서 자연스럽게 승수를 쌓아나갔다.

올해는 기복이 다소 심해진 것도 사실이다. 5실점 이상을 내준 경기가 무려 9번이나 됐고, 6실점 이상도 7차례나 기록했다. 타고투저 현상에도 불구하고 경기당 득점 지원은 오히려 2.89점으로 떨어졌고, 결국 9승7패 평균자책점 5.12의 지난해보다 아쉬운 최종 성적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러나 올해도 류제국에게는 행운이 유독 자주 찾아왔다. 6실점 이상을 내준 7경기에서 패배를 떠안은 경우가 단 두 차례뿐이었고, 오히려 승리를 가져간 경기도 한 번 있었다.

행운이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도 찾아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LG가 류제국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또 하나의 요소가 있다. 바로 그가 큰 경기에서는 평소보다 더욱 강한 집중력을 발휘하며 팀 승리를 자주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발휘된 본능이다.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가 열린 2013년 10월5일 잠실 두산전에서 LG는 당시 류제국의 7.1이닝 2실점 호투를 앞세워 5-2 승리를 거두고 극적으로 2위 자리를 탈환,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또한 그 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비록 승패 없이 물러나야 했고, 팀 또한 2-4로 패했지만 5.1이닝 동안 탈삼진 8개를 솎아내는 등 2실점(1자책점)으로 제 몫을 다해냈다.

올시즌 NC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류제국은 1차전 선발로 등판해 팀의 13-4 승리를 견인해냈다. 비록 상대 타자에게 의도치 않은 헤드샷을 던져 퇴장 당했고, 결국 승리투수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3개를 채우지 못해 아쉬움을 삼켰으나 4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LG가 기선 제압을 이루는데 큰 공을 세웠다.

뿐만 아니라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5이닝 1실점으로 또 한 번 팀의 11-3 완승을 이끌었고, 2년 연속 팀을 플레이오프 문턱에 올려놨다. 류제국이 등판한 2경기 모두 팀 타선이 폭발하며 승리를 따낸 점도 흥미로운 대목 가운데 하나다. LG가 플레이오프 남은 2경기 중 1경기만 더 패하면 올해 가을 야구를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류제국이 ‘제국의 역습’을 노린다. 그가 과연 이번에도 빅 경기에 강한 면모를 드러내며 팀을 벼랑 끝에서 탈출시킬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 소사, '맙소사' 시절은 옛말

지난해의 류제국과 올시즌 소사는 유사한 점이 참으로 많다. 시즌 중반부터 팀에 합류한 공통 요소를 시작으로 기나긴 연승(류제국 8연승, 소사 10연승)을 통해 정규시즌 승률 1위(10승2패, 0.833)를 차지한 점, 팀을 플레이오프에 직행시킨 부분, 높은 승률에 비해 다른 기록 자체가 월등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이 이에 속한다.

소사는 사실 KIA 유니폼을 입었던 지난 2년 동안 나란히 두 자릿수 승리에 단 1승씩이 모자라는 등 운이 좋았던 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올해만큼은 달랐다. 나이트의 대체 선수로 넥센에 합류한 그는 초반 4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만을 떠안아 염경엽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듯 했지만 6월17일 KIA전 마수걸이 승리를 시작으로 16경기에서 더 이상의 패배 없이 10승을 쓸어 담았다.

SK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6.1이닝 2실점(1자책점)으로 호투한 가운데 각종 진기록에 도전했던 타자들까지 소사의 승리를 적극 지원하며 마침내 그는 10승 투수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이날 승리로 소사는 팀 동료 밴헤켄(20승6패)을 밀어내고 극적으로 승률왕 타이틀을 가져갈 수 있었다.

소사는 후반기 들어 더욱 강력해진 모습으로 연승행진을 내달린 와중에 평균자책점 역시 4.21까지 끌어내리며 한층 더 안정된 투수의 이미지를 심는데 성공했다. 그 역시 올시즌 경기당 5.35점의 압도적인 득점 지원을 받아 비교적 손쉽게 승리를 따낸 것은 사실이지만 승리 운이 절로 굴러온 것은 절대 아니다. 10승 가운데 7번이 퀄리티스타트, 나머지 3번 역시 그에 준하는 활약을 남겼다는 점에서 스스로의 호투도 승리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소사는 4.1이닝 3실점을 기록하며 사실 기대에 썩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6회말에만 넥센 타선이 대량 4점을 뽑아내 소사를 패전 위기에서 벗어나게 했고, 결국 6-3으로 기어이 짜릿한 역전승까지 거두는데 성공했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의 기록이 서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는 6월4일 NC전(3이닝 12실점) 이후 더 이상 패배를 모르는 사나이로 우뚝 섰다.

3일 간의 휴식 밖에 취하지 못한 채 이번 4차전 선발로 재등판 한다는 점은 소사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평소부터 놀라운 체력을 과시해왔을 뿐 아니라 1차전에서도 공을 84개밖에 뿌리지 않아 어깨는 여전히 쌩쌩한 상황이다. 최고 시속 155km에 달하는 강속구를 이번 경기에서도 어김없이 목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 부담감이 큰 류제국과 달리 소사로서는 이날 승리를 이끌지 못하더라도 5차전 승부가 남아있기 때문에 한결 편안한 마음을 갖고 마운드에 설 수 있다. 그러나 역대 준플레이오프 1승1패에서 3차전을 따내고도 4, 5차전에 내리 패한 사례가 6번이나 있었기 때문에 반드시 4차전에서 시리즈를 매듭짓겠다는 마음가짐을 소사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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