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조형래 기자] 넥센의 '영건 계투조' 한현희(21)와 조상우(20)가 가을 달빛 아래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번 플레이오프를 통해서 실리와 희망 모두 얻으며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실리는 현재 넥센이 처한 상황 속에서의 이득이다. 희망은 미래를 생각했을 때 얻고 있는 값진 경험들이다.

리그 2위에 올라 미리 플레이오프를 대비했던 넥센에 대한 전망은 의구심이 많이 들었다. 199개의 홈런포를 장착한 타선이 있었지만 앤디 밴헤켄과 핸리 소사를 제외한다면 의심이 가는 불완전한 3선발 체제, 질은 뛰어났지만 경험과 양은 풍족하지 않았던 불펜진 등 다분히 드러나는 약점이 있었다. 더군다나 준플레이오프를 박차고 올라온 LG의 기세가 드셌다.

그러나 경기를 치러가며 서서히 자신들의 약점과 의심들을 지워내고 있다. 특히 한현희와 조상우의 '영건' 계투조가 경험한 극적인 상황들은 팀과 개개인 모두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상황이다.

지난 28일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한현희와 조상우는 넥센의 철썩같은 믿음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1-2로 뒤진 8회초 에이스 앤디 밴헤켄의 뒤를 이어 한현희가 나왔다. 그러나 연신 볼넷을 허용, 안정을 찾지 못했다. 조상우 역시 마찬가지 27일 1차전에서 2.2이닝을 굳건히 버티며 팀의 역전승 발판을 만들었던 그 모습은 없었고, 맹수 앞에 웅크린 양이 돼버렸다. 조상우의 '패대기'가 그 반증이었다. 이들이 2차전 잡아낸 아웃카운트는 0. 팀의 패배도 막지 못했다.

그러나 충격의 여파가 씻기지도 않았을 하루의 휴식 뒤 30일 열린 3차전에서 이들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5-1로 앞서던 7회 한현희가 선발 오재영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2차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13개의 공을 던져 1피안타 2볼넷을 내준 2차전과 달리 3차전 한현희는 부담을 덜어버린 듯 세 타자를 9개의 공으로 탈삼진 2개를 솎아내며 7회를 책임졌다.

8회 올라온 조상우는 아직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듯 했다. 조상우는 선두타자 정성훈에 중전안타, 김용의에 볼넷을 내줬다. 무사 1,2루의 위기. 이 때 염경엽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랐다. 염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당시 조상우에 "5점차니깐 1점 줘도 된다. 편안하게 던져"라는 말을 건넸다고 밝혔다.

그러자 조상우는 부담을 덜었다. 박용택과 이병규(7번)를 연신 힘으로 압도하며 연속 삼진을 뽑아냈다. 이후 2사 1,2루에서 손승락과 교체됐고 손승락이 조상우의 책임주자를 불러들이며 자책점은 늘어났다. 그러나 곧장 흔들리는 정신을 다잡고 위기 상황을 스스로 헤쳐나가는 능력을 보여줬기에 자책점만으로 평가하기엔 조상우의 투구를 비난하기 힘들다.

넥센은 결국 한현희와 조상우라는 두 영건 계투조를 필두로 3차전 6-2의 승리를 거뒀고 한국시리즈 진출에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3년 차의 '2년 연속 홀드왕' 한현희와 2년 차이지만 사실상 풀타임 첫 해인 조상우. 이들은 넥센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자리 잡았다. 이들의 활약으로 인해 넥센은 정규시즌 2위에 올랐고 가을 잔치에서도 승리를 지키며 팀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바닥을 치면서 팀이 패한 경기들은 미래를 위한,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들이다. 미래의 희망을 부풀리기 위해선 바닥을 쳤던 경험이 자양분이 될 수 있다.

넥센, 그리고 한현희와 조상우는 현재의 실리와 미래의 희망 모두를 챙기는 가을을 보내고 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