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잠실=박대웅 기자] 결국 LG가 스윕의 아쉬움을 딛고 4차전을 잡아내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LG는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선발 류제국의 5이닝 1실점 쾌투와 4번 좌익수로 나선 이병규(7번)의 5타수 4안타 4타점 맹타에 힘입어 11-3,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3승1패를 기록한 LG는 2위 넥센이 기다리고 있는 플레이오프 무대에 진출하게 됐다.

정규시즌 마지막날인 17일이 되서야 4위를 확정지으며 간신히 가을잔치 막차 티켓을 따낸 LG는 후반기 기세를 몰아 준플레이오프까지 집어 삼키며 더 큰 기적을 꿈꾸게 했다. 플레이오프는 오는 27일 넥센의 홈인 목동구장에서 5전 3선승제로 플레이볼이 된다.

한편,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타율 5할3푼3리(15타수 8안타) 1홈런 5타점을 기록하며 불붙은 방망이를 뽐냈고, 수비에서도 강한 어깨로 NC의 발야구를 원천 봉쇄한 LG 포수 최경철은 준플레이오프 MVP에 올랐다.

▲흐름 잡아낸 이병규(7번)의 '해결사 본능'

2승1패로 여전히 앞서있던 LG. 그러나 3차전을 접전 끝에 내주면서 시리즈 향방은 LG에 유리하게만 흐르지 않았다.

4차전 초반 흐름 역시 마찬가지. LG는 1차전 헤드샷 퇴장으로 마운드를 빨리 내려간 선발 류제국이 4차전에 나섰다. 4차전까지 5일의 휴식을 취한 류제국은 위력적인 호투로 NC 타선을 상대했다. 그리고 타선도 이에 화답하며 2회말 무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무사 만루에서 첫 타자였던 오지환의 포수 파울플라이로 허무하게 물러나며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계속된 1사 만루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았던 최경철이 유격수-2루수-1루수로 연결되는 병살타에 그치며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류제국이 3회초 2사 1,3루 위기를 넘지가 LG에 흐름은 다시 넘어왔다. NC 선발 웨버의 제구 난조를 틈타 손주인의 안타와 정성훈의 볼넷으로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는 이날 첫 2번 타자로 나선 김용의. 전날(24일) 2번 타순으로 나선 오지환이 7회말 결정적인 번트 실패로 흐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을 감안해 LG 양상문 감독은 타순을 전격 변경했다.

하지만 김용의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무사 1,2루에서 초구 번트가 실패했다. 그리고 NC 배터리가 LG를 역으로 이용해 2루 주자를 정확한 픽오프로 잡아내며 LG는 분위기가 급격히 식었다. 이후 김용의가 볼넷으로 나갔지만 박용택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2사 1,2루가 됐다.

그러나 LG는 '해결사' 이병규(7번)이 있었다. 이병규는 LG의 분위기가 식어갈 때 다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2타점 싹쓸이 3루타를 터뜨렸다. 지난 3경기에서 선취점을 뽑아낸 팀이 모두 승리를 거둔 것을 생각하면 NC 쪽으로 넘어가는 흐름을 다잡아 준 이병규의 2타점 3루타는 천금과도 같았다.

추가점이 필요했던 5회에도 이병규는 해결사 본능을 발휘하며 추가 타점을 기록, 4-0을 만들었다. 4차전 이병규는 4타수 4안타 3타점 맹타를 펼치며 데일리 MVP에 올랐다.

올 포스트시즌 '대세남'은 최경철이지만, 해결사는 이병규였다. 이병규는 1차전 1회초 선제 결승 2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기선을 제압했고 4차전에서는 3타점을 추가하며 새로운 LG '4번 타자'의 위용을 제대로 보여줬다.

▲ NC '캡틴' 이호준의 고군분투, 혼자는 역부족이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결승 홈런을 때려낸 NC 이호준. 3차전을 기점으로 이호준은 완벽히 살아났다. '가을야구 베테랑'의 진면목을 서서히 보여줬다. 3차전의 기세를 4차전까지 이어왔다. 4회초 두번째 타석에서 좌측 담장 상단을 맞추는 큼지막한 2루타로 화력을 과시한 그는 6회초 다시 좌익선상 2루타로 1루 주자 테임즈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추격 의지를 불태웠다. 1-5로 뒤진 7회초엔 2사 2,3루에서 2타점 적시타를 다시 기록, 3-5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이호준 외의 타자들이 뒷받침을 해주지 못했다. 모창민과 나성범(이상 2안타) 테임즈(1안타)가 지원사격을 했지만 리드오프로 나선 6번 권희동부터 9번 김태군까지 모두 무안타에 그치며 '캡틴'의 추격 의지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날 NC는 9안타에 5개의 볼넷을 얻어내며 타격 컨디션이 올라온 모습이었다. 그러나 11개의 잔루를 남기며 타선의 집중력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타선이 추격하는 시점에서 다시 점수를 내준 투수진 등 3차전 안정을 찾은 듯 했던 투타의 조화가 다시 어긋나며 NC의 가을야구는 아쉽게 마무리 됐다.

▲ 하얗게 불태운 NC 불펜, 시리즈 승리에 쐐기 박은 LG

NC는 3차전에서 총 6명의 불펜 투수를 투입해 2패 뒤 1승을 만회했다. 하지만 3차전 모든 필승조를 투입한 후유증은 4차전에서 곧바로 나타났다.

우선 NC는 선발 테드 웨버가 제구 난조를 보이며 3이닝 2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가며 첫 계획부터 어긋나 버렸다. 불펜 대기를 했던 1차전 선발 이재학이 0-2로 뒤진 4회부터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등판했지만 5회 2점을 더 실점하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경기 후반 NC는 타선이 힘을 발휘하며 7회초 3-5까지 추격했다. 타선의 기세가 좋았기 때문에 불펜이 막아준다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점수 차였다. 마산으로 경기를 이끌어가기 위해선 필승조를 투입해야만 했다.

그러나 NC 불펜이 남아있는 힘은 얼마 없었다. 이재학의 뒤를 이어 3경기 모두 등판해 4.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임창민이 올라왔다. 3차전에서 전력으로 23개의 공을 던졌지만 내일이 없는 NC였기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1.2이닝 동안 1실점 하며 무실점 행진을 깨뜨리고 말았다.

뒤를 이은 '파이어볼러' 원종현 역시 마찬가지. 3차전 등판해 연신 150km대의 강속구를 뿌리며 LG 타자들을 윽박지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원종현 역시 구위가 떨어졌다. 7회말 박용택 부터 상대한 원종현은 3차전처럼 자신감 있게 빠른공을 던졌지만 LG 타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쳤다. 아웃카운트 한 개도 잡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고, 이민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LG 타자들은 기력이 떨어진 NC 불펜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7회말 3번 박용택부터 9번 손주인까지 7타자가 6안타 1볼넷을 합작하며 대거 6득점을 뽑아냈다. LG는 7회 4차전과 시리즈 승부에 종지부를 사실상 찍었다.

3차전을 하얗게 불태웠던 NC의 불펜이 4차전에선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LG는 집중력 있게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쐐기를 박아버렸다.

▲ '2년 연속 PO 진출' LG, 더 큰 기적 위해선 세밀한 플레이 보완은 과제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나 할까. 정규시즌 승률 4할9푼2리로 가을 잔치 티켓 막차를 따낸 LG는 일찌감치 기다리고 있던 3위 NC를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누르고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LG는 선발과 타선, 그리고 '대세남' 포수 최경철의 발견까지 나무랄 곳이 없는 준플레이오프를 치렀다. 하지만, 3,4차전을 통해 LG는 세밀한 플레이의 보완이라는 과제를 남긴 채 플레이오프에서 기다리고 있는 넥센을 맞게 됐다.

3차전에서 홈에서 3번의 주루사를 당하며 일찌감치 시리즈 승리를 확정지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한 점 승부를 위한 번트 작전을 선수들이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4차전 역시 마찬가지. 흔들리던 NC 선발 테드 웨버를 일찌감치 무너뜨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2회말 무사 만루의 기회에서 오지환의 포수 파울플라이와 최경철의 병살타로 무득점, 3회말 무사 1,2루에서 김용의가 초구 번트 실패 뒤 NC 배터리에 당한 픽오프로 2루 견제사 등 경기 초반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내용이었다.

3회말 손주인이 아웃 당한 이후 이병규(7번)가 2타점 3루타로 점수를 뽑았기에 망정이지, 만약 3회 LG가 득점에 실패했다면 이번에도 세밀한 플레이의 실종이 발목을 잡을 수 있었다. 2위에서 기다리고 있는 넥센 역시 LG의 이런 부분을 확인했을 터. 지략가로 소문난 넥센 염경엽 감독이 이를 놓칠리가 없다.

세밀한 플레이의 성공 유무로 분위기 반전이 심한 포스트시즌에서 LG가 4경기 동안 드러낸 아쉬운 부분은 확실하게 보완해야할 점으로 남았다. LG는 하루 휴식일을 가진 뒤 27일 목동구장에서 플레이오프 1차전에 바로 나선다.

LG의 기적은 준플레이오프를 넘어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LG의 기적은 현재 진행형이고, 더 높은 기적을 꿈꾸고 있다.

반면, NC는 1군 진입 2년 만에 오른 첫 포스트시즌에서 '경험 부족'이라는 악재 속에 1승3패로 탈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NC는 이제 갓 걸음마를 뗀 팀이다. 빠른 시기에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것 만으로도 주축을 이루는 젊은 선수들에 큰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스포츠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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